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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하라 케이이치 감독, 가족, 138분, 2007년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미와자키 하야오 작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덕분에 하야오가 미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그림체는 물론 내용과 주제의식 면에서도 그렇다. 일본 동화의 역사와 만화와의 만남은 참 행복한 것이다. 특히 자연과 문명, 어른과 아이의 긴장 속에서 탄생한 동화적이고 만화적인 상상력은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이키는 매력을 가진다. 이 영화에도 잠시 등장하지만 <은하철도의 밤> 등을 쓴 작가 미와자와 겐지로부터 이어진 정신과 자연주의적 태도는 부럽고 부럽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마음 속 감성이 생글생글 자극 받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영화라는 환상의 매개체는 이성적이기보다 우선 시청각적 호소로 감성을 자극하고, 이성을 환기한다. 일방적인 까닭에 영화를 보며 나는 응답할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 안에 안주하며 몰입할 수 있다. 책이 가진 긴장과 노력의 반의반을 들이면서도 볼 수 있는 게 영화다. 그런만큼 그것의 대중성과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하겠다. 권위적 선전물이 있고, 작가의 토로가 있고, 상업적 소비물도 있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골골루 살진 영화다.
= 시놉시스 =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초등학생 고이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큰 돌을 줍는다. 집에 가져와 물로 깨끗이 씻어내자, 그 안에서 어린 갓파(河童, 일본의 상상 속 동물)가 “쿠!”라는 소리를 내면서 나타난다. 자신이 수백 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었다고 얘기하는 갓파. 고이치와 가족들은 갓파의 이름을 “쿠”로 지어주고, 가족으로 받아 들인다. 고이치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쿠’ 는 동료들이 사는 갓파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고이치는 ‘쿠’를 위해서 갓파 전설이 남아있는 도노(遠野)로 향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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