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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가까이 추진됐지만 공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남부순환도로 개설구간. 뻥 뚫린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면서 병목현상을 형성하고 있다. |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동안 거의 제자리 걸음하는 사업도 있다. 전주시 서서학동 장승백이길과 동서학동 좁은목을 잇는 1.56㎞ 구간의 남부순환도로 개설사업이다. 내년이면 10년째를 맞는데 현재까지 이뤄진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1년에 겨우 150m의 도로개설을 목표로 했는데도 실제로는 절반밖에 안됐다는 뜻이다. 거북이 중에서도 왕 거북이 사업이다.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남부순환도로는
남부순환도로는 원래 서곡광장에서 삼천동 농수산물시장-장승백이-공수교-좁은목으로 연결되는 도로다. 현재 삼천동 농수산물시장부터 35m 노폭의 도로가 장승백이까지 이어지다가 공수교 지점에서 갑자기 25m로 좁아진다. 시내로 진입하거나 대성동 또는 남원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갑자기 혼잡을 빚으면서 뒤엉키고 있는 것.
전주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서서학동 공수교-동서학동 좁은목까지 1.56㎞ 구간을 2007년까지 25∼35m의 노폭으로 개설키로 했다. 외곽 도로망을 구축해 주변지역의 발전기틀을 마련하고 교통편익을 제공하며 서남권 지역의 교통량을 외곽으로 분산시켜 도심 교통난을 해소한다는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동맥경화에 걸린 팔달로축의 교통량을 기린로 등으로 분산함으로써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공수교에서 거산황궁아파트 앞까지 구간만 개통돼 있다. 장승백이 쪽에서 시내쪽으로 향하다가 거산황궁아파트쪽으로 들어서면 확트인 도로가 시원함을 준다. 그러나 곧이어 속았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남천교 앞에서 기존의 전주천좌안도로 등과 만나기 때문이다. 또다시 극심한 혼잡이 시작되고 도대체 이 구간을 왜 개통했는지 의문이다. 교통분산에 아무런 효과를 느낄 수 없다.
이 사업은 당초 지난 98년에 사업을 시작, 2007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불과 1.56㎞를 개설하는데 10년이 걸린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완공시점을 1년 앞둔 현재까지 개통된 구간은 전체 구간의 1/3 남짓에 불과하다. 사업비를 기준으로 해도 전체 368억원중 50%인 185억5700만원만 투자됐다. 내년에 30억원이 추가로 투입되더라도 총사업비 대비 투자액이 58.6%에 그친다. 앞으로 매년 30억원씩 투자되더라도 앞으로 5년이상 더 걸린다.
문제는 이 뿐 아니다. 도로개설 예정지 일대가 슬럼가가 되고 있다. 도로개설을 기다리며 주민들이 개보수 등을 하지 않으니 건물에서 비가 새고 붕괴될 우려가 높다. 특히 산성천에서 좁은목까지 420m 구간은 주민들의 안전사고가 위험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전망
전주시는 내년에 30억원을 들여 교대 뒷편까지 산성천 인근까지 보상을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구간의 보상이 마무리되더라도 도로개설을 위해서는 50억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 산성천에서 좁은목까지 보상 및 도로개설을 위해서는 100억원이 추가로 든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주시는 이 사업이 언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정확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빨리 마무리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어렵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도로개설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예산은 연간 150억원 정도. 남부순환도로와 함께 전주진입로나 원대한방병원-가련교간 도로개설, 동산고가교 접속도로 등에 투자된다. 이들중 어느 하나도 개설이 시급하지 않은 곳이 없고, 그러다보니 특정 도로에만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기 어렵다는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대책은 없는가
전주시의 설명대로라면 주민들은 앞으로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해답이 아니다. 사안이 시급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전주시는 내년에 원대한방병원-가련교간 도로개설을 위해 1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하가지구택지개발사업이 시행되기 때문에 도로 기반시설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수만명의 주민이 지금 당장 이용해야 할 남부순환도로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아직 사람이 살지도 않는 하가지구를 위해 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무조건 빚을 내는게 능사는 아니지만 주민들이 그동안 겪어온 불편과 고통을 생각하면 남부순환도로 개통을 위한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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