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작가(1929~ )의 물방울 그림을 처음 접해서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한문자를 배경으로 하여 그린 투명한 물방울은 모든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는 듯 하다.언제든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물방울,손가락 끝으로 살짝 대기만 해도 당장 꺼져버릴 것 같은 물방울...그 물방울 하나 속에 온 우주가 숨 쉬고 있었다.
조선시대 철학자 퇴계 이황은 '만물은 하나의 우주를 지니고 있다.'고 하였고,의상대사는 법성계에서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이라 하여 '하나 속에 모두가 있고 모두 속에 하나가 있다.'고 하였다.하나의 물방울 속에 온 우주가 숨 쉬고 있는 것이다.그 덧없는 존재가 너무나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기쁨과 슬픔과 온 우주의 삼라만상이 실체가 없는 것이란 깨달음을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이 조용히 환기시키고 있었다.혹시 김창열 작가는 그가 그리는 물방울을 통해 처참한 슬픔과 고뇌에 찬 그 자신을 해방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김창열 작가는 6.25 전쟁을 아주 처참하게 경험을 했다고 한다.그때의 비극적인 경험은 평생 그를 따라다닌 마음의 그림자가 되어 작품세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난 6.25 전쟁 한참 이후에 태어난 세대라 전쟁을 경험한 바 없지만,수많은 영화나 책을 통해 전쟁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처참한 사건인지는 누구라도 안다.전쟁으로 겪은 비극적인 내면의 아픈 상처를 씻어버리고픈 강한 욕구를수평방향의 넓은 띠가 그려진 1960년대 작품『제례祭禮』와사각으로 분할된 규칙적인 구조물의 틈새로 점액질이 흘러나오는 형상으로 그려진 1970년 작품 『제전祭典』,그 이후 불투명한 점액질 방울을 투명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독특한 물방울의 그림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것임을 그의 참혹한 생애를 짐작해보면 알 수 있을 듯 싶다.
그의 참혹하고 파란만장한 생애는 작가의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북한에서 보낸 유년시절,해방 직후 반공주의자의 낙인에 찍혀 월남하여 서울미대에 입학하기까지 6.25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인민의용군에 강제 입대한 후 경찰 간부로의 변신 .그리고,'해방 1세대'로서 한국 현대미술사의 현장을 헤쳐나갔던 다양한 체험..또,이방의 땅으로 예술적 도전에 나섰던 뉴욕 체류 시기를 거쳐 파리 정착 이후 성공의 길을 걷기까지 삶의 음지와 양지까지 두루경험한다
물방울 하나는 기쁨도 주고 설움도 주고 어떤 추억이나 기억도 되살려 준다. 그리고 우리는 영롱한 물방울 속에서 또 다른 환상도 본다."
첫댓글 제주여행에서 만나는 또하나의 즐거움
저지에 있는 현대미술관과 김창열 미술관
여행자의 관점에서 제주는 하나의 커다란
물방울이 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