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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2월 15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215수] 내년 경제정책 성장에 편중된 것 아닌가
정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우선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5% 안팎으로 전망했고, 일자리는 올해보다 3만 명 적은 28만 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6.0%)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국제금융기구나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전망치보다 0.5~1.2%포인트나 높다. 이례적으로 높았던 올해 성장률과 그간의 성장률 추이를 감안하면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5%대 성장률 목표에 집착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이런 낙관론은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내수 증가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실제 최근 지표만 본다면 정부 표현대로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수출과 소비의 성장 흐름이 여전히 견고한 데다, 증시도 활황세다. 어제 코스피지수는 전 날보다 12.46포인트 오른 2009.05를 기록, 2007년 11월 이후 37개월여 만에 2000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도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크다고 밝혔듯이, 대내ㆍ외 불안요인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내년에는 중국의 긴축정책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위험이 크다. 한반도의 긴장국면 또한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다. 여기에 글로벌 유동성이 더해지면서 자산거품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다. 코스피지수 2000 돌파도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보다는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돈의 힘이라고 봐야 한다.
경제의 하방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금리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달러 약세에 따른 원유 곡물 비철금속 등 원자재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물가가 우리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5% 성장률 목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풍부한 유동성이 물가와 자산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215수] 성장보다 물가 안정과 고용 확대에 치중해야
정부가 어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안팎으로 잡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수준, 경상수지는 160억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이런 수치만 보면 우리 경제가 순항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용 사정이 좋지 못한데다 고성장으로 인한 물가 불안이 우려되는 등 걱정되는 대목도 한둘이 아니다.
민간연구소들은 내년도 성장률을 3% 후반~4% 중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전망치는 이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 정부가 성장률을 높여 잡은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국내외 경제 여건에 비춰 과도한 성장률을 상정할 경우, 이를 달성하려고 무리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 목표치를 이뤄내기 위해 재정 확대와 저금리·고환율 정책 등을 시행하게 되면 물가 불안이나 자산 거품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잠식하게 된다.
더욱이 지금은 물가 불안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수입물가는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8.2%가 상승하고,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4.9%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조만간 급등할 것임을 예고하는 수치들이다. 한국은행도 대외 경제여건 불안 등을 이유로 금리 수준을 연 2.5%로 묶어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성장률에 집착해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고환율 정책 등을 펼 경우 물가 급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용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재정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39만6000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고작이다. 재정 투입에 의한 일자리는 질이 낮을 뿐 아니라 지속적이지도 않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늘리려면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 재정이나 세제를 고용 확대와 연계시켜 고용을 늘리는 기업들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미시적인 정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성장률이 높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높은 성장률에 집착할 경우,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 물가 불안 등과 같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임기 후반부로 치닫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점을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1215수] 不適格 교사 떠나야 진짜 선생님 권위 살아나
교육부가 올해 처음 실시한 전국단위 교원평가에서 1~5등급 가운데 4등급(미흡)·5등급(매우 미흡)으로 평가받은 1056명에게 장·단기 연수를 시키겠다고 밝혔다. 4·5등급 가운데 학생만족도 조사(5점 만점)에서 2점 미만을 받은 136명의 경우엔 6개월간, 나머지 920명의 교사에겐 60시간 연수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장기연수 대상자가 내년에도 또 한 번 장기연수 대상으로 평가받으면 아예 수업에서 배제시킬 방침이다.
4·5등급을 받은 교사 1056명은 전체 평가대상 35만8000명 중 0.3%다. 전국 학교가 1만1000개쯤 되므로 10개 학교에 1명 정도다. 많은 숫자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교직 사회에는 큰 자극이 될 것이다. 교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를 교단에서 걸러내야 열정과 능력을 갖춘 교사들이 존경을 받고 권위가 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부적격 교사에 대한 장·단기 연수의 실행이 시·도 교육감에게 맡겨 있는 점이다. 그런데 몇몇 교육청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부적격·부적응 교사를 연수조차 시키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봐도 괜찮다는 말과 같다. 형식적 연수를 거친 후 교실로 되돌려보내려면 안 하는 게 낫다.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극히 일부 교사는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해야 교직사회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교사들이 받는 평가엔 교원평가 말고도 근무평정, 성과급 평가가 있다. 전교조는 승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근무평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교장의 개인기사 노릇하기, 교장·교감에게 술값 대납, 명절 상납하기 등의 폐단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교원평가가 내실을 갖춰 근무평정 제도를 대신하게 되면 이런 부작용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이번에 전북에선 760개 학교 가운데 103개교가 교원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 교육감이 "교원평가는 학교 단위에서 자율로 시행하고 평가 결과의 활용도 자율로 하라"고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교원평가가 '교육감 마음대로' 제도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법제화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1215수] 그러면 ‘동네 치킨’ 값은 과연 적정한가
롯데마트가 소위 ‘통큰 치킨’ 판매를 내일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경쟁사인 이마트의 싼 피자에 맞서 지난 9일부터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900g 안팎)를 5000원에 판매했으나 1주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통큰 치킨’이 나오자 치킨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게다가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롯데마트의 프라이드 치킨 판매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청와대 수석의 글이 판매 중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청와대가 세긴 세다는 말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통큰 치킨’ 판매 중단을 아쉬워하고 있다. 기존 치킨 가격이 지나칠 정도로 비싸다는 게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통큰 치킨’의 가격은 경쟁사인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것보다 30~40%, 동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판매가격보다는 60~70% 저렴하다. 이런 점에서 ‘통큰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으로 좋았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타의로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 ‘통큰 치킨’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지만 프랜차이즈 업체 치킨 가격의 적정성, 거품 여부는 반드시 제대로 가려내야 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치킨 한 마리를 보통 1만 4000~1만 6000원에 판매한다. 재래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상표 없이 개별 자영업자가 즉석에서 튀겨 판매하는 치킨은 한 마리당 보통 5000~6000원선이다.
치킨 자영업자도 어느 정도 이윤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지나친 이윤을 챙기는 탓에 가격에 거품이 많은 건 아닌지, 담합 탓에 거품이 있는 건 아닌지 가려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롯데마트에 몰려가 ‘통큰 치킨’ 판매를 재개하라는 시위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BQ·교촌 등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업체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통큰 치킨 사태’를 계기로 치킨은 물론 피자·빵·커피 등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 거품도 사라져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자발적인 상생의지를 찾을 수 없다면 관계당국이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215수] 3년 만에 다시 올라선 코스피지수 2000고지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선을 돌파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어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46포인트 오른 2009.05로 장을 마쳐 37개월 만에 2000고지를 탈환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장중 892.16까지 하락했던 2008년 10월 말에 비하면 120% 이상 뛰어올랐다.
주가가 상승세를 줄달음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우선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세가 강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만 약 20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밀어올렸다. 지난해의 32조원 순매수에 이어 '바이 코리아' 붐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업 실적이 대단히 양호하다는 점이다. 상장사들은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다. 간접투자상품인 자문형 랩어카운트 판매가 급증한 것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 또한 밝게 보는 편이다. 선진국들의 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인 만큼 외국인매수세가 꺾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실적 역시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 힘입어 한층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었던 2007년의 경우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2~13배에 달했지만 지금은 10배에도 미달해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는다. 외국인 유동성에 주로 의존했던 2007년과는 질이 다르다면서 일각에선 코스피지수 2500을 예상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증시 환경이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낙관 일변도로 치우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주가상승의 원동력이 된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탓이다. 미국경기가 회복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날 경우 환차익을 노리기 힘들어진 외국인 자금이 언제라도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경시해선 안될 대목이다. 코스피지수 2000 시대가 다시 열렸지만 지나친 투기적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215수] 내년 경제운용 돌발악재 관리에 달렸다
정부가 14일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다 함께 잘사는 선진 일류경제'라는 주제가 말해주듯 경기회복의 온기를 서민층으로까지 확산시키는 한편 성장과 물가안정의 동시 추구를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성장률 5%, 소비자물가 3%, 소비증가율 4%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는 150억달러, 일자리는 28만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자 사실상의 목표치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성장률 등을 확정하는 대신 '내외'라는 표현으로 여지를 두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올해 성장률이 6%를 웃돌 만큼 지표경기가 좋은데도 체감경기가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경기회복의 온기가 고루 퍼지게 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이를 위해 자영업과 농어업ㆍ지역경제 등 소외 분야를 중심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중산층과 서민층도 경기회복의 온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신규 자영업종 창업과 업종전환을 막는 진입장벽 개선, 근로장려세제(EITC) 실효성 제고, 동반성장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 등을 통해 친서민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가 내년 경제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너무 장밋빛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선 성장률의 경우 정부는 5% 내외로 잡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행은 4.5%,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2%, 민간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 등도 대부분 4%대 초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3%대 후반을 예상하기도 한다. 정부도 단서를 달았듯이 유럽 재정위기 재연, 중국의 긴축정책, 북한 도발에 따른 컨트리리스크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물가도 국제원자재가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대기 등으로 상승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물가급등에 따른 '차이나플레이션'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 소비자물가를 3% 이내에서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내년 우리 경제의 향방은 이런 리스크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예상되는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하며, 특히 외부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서비스 부문 활성화 등 내수진작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부문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횡설수설/홍권희(논설위원)-20101215수] 강경식 회고록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제 총수였던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회고록 ‘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김영사 간행)을 펴냈다. 1961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30여년을 공직에서 보낸 그는 이 책에서 “정부 관리는 늘 ‘왜 정부에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에서 결정할 일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로 1997년 적자 누적으로 부도 직전에 몰렸던 기아자동차를 곧바로 부도 처리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다.
▷이 책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외환위기 때의 상황이다. 그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 보고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최종 결정한 게 1997년 11월 14일이었다. 이틀 뒤인 16일에는 강 전 부총리가 미셸 캉드쉬 IMF 총재를 만나 IMF에 300억 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정식 발표는 19일로 잡았다. 그러나 그는 19일 오전 경질됐다. 후임 임창렬 전 부총리는 IMF 행(行)을 번복했다가 자체 외화조달에 실패하자 21일 IMF에 손을 내밀었다.
▷강 전 부총리는 “약속 번복으로 IMF와 미국의 신뢰를 잃은 탓에 우리가 가혹한 IMF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김인호 당시 경제수석비서관도 ‘환란 주범은 누구인가’라는 신문 기고에서 “IMF와의 합의를 깨지 않고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면 긴축정책은 협상을 통해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강 전 부총리는 자신과 김 전 수석이 김대중 정부 때 ‘환란 주범’으로 재판을 받은 것에 대해 ‘마녀 사냥’이라고 비판했다. 환란은 정부 정치인 경영인에게 모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2004년 ‘관료의 정책 판단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외환위기 재판은 있었지만 백서는 아직껏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은 몇 년에 걸쳐 ‘9·11 보고서’를 만들었고 태국은 외환위기에 이른 과정의 잘잘못을 가린 ‘누쿨보고서’를 냈다. 외환위기의 쓰라린 경험을 알려면 관련 인사들의 회고록과 국회의 보고서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실망스럽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1215수] 축혼제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는지의 여부는 인류의 오래된 물음 중 하나다. 이에 대한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의 답은 ‘아니다’였다. 인간만이 영혼을 갖고 있으며 동물은 영혼이 없는 기계와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의 추종자들이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며 즐기고, 동물이 고통에 겨워 지르는 비명을 기계의 파열음(破裂音) 정도로 여겼던 건 그래서였을 터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 이래로 인류는 동물의 영혼을 믿고, 그 영혼을 달래는 의식(儀式)을 치른 흔적을 숱하게 남기고 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나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대표적이다. 동물이 등장하는 이 그림들은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와 더불어 사냥된 동물의 영혼에 대한 속죄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거다. 동물의 뿔에 온갖 동물 모습을 새긴 청동기 시대 조각 역시 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은 영혼이 있다고 믿었던 애니미즘(animism)의 흔적으로 간주된다.
동서양의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인면수신(人面獸身)’ 혹은 ‘반인반수(半人半獸)’ 형상의 의미도 다르지 않다.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란다.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는 종교도 있다. 이슬람교가 그중 하나다. 이슬람교도들이 동물 서커스와 동물원을 금기시하는 까닭이다.
한국 사회엔 인간을 위해 희생된 가축의 혼과 넋을 달래는 축혼제(畜魂祭) 문화가 있다. 주로 국립축산과학원 같은 가축실험연구기관이나 도축장(屠畜場)에서 축혼비(畜魂碑)를 세우고 정례적으로 제사를 지낸다. 조상에 올리는 제사 못지않은 극진함이 담기는 건 물론이다. 신위(神位)엔 우공(牛公), 돈공(豚公)이라고 적는다. 이를테면 ‘현고우공신위(顯考牛公神位)’다. 제문(祭文)은 ‘우리 인간과 함께 죽고 사는 심오한 길을 묵묵히 알려주는 착하고 착한 축생들 앞에 고개 숙여 혼령을 위로하나이다’라는 식이다. 인간의 영혼과 동물의 영혼에 경계가 없다고 믿는 행위라 할 만하다.
성균관유도회 안동시지부 주관으로 어제 경북 안동시 시민회관 앞마당에서 축혼제가 열렸다.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희생된 소와 돼지 14만여 마리의 혼을 달래는 자리였다. 느닷없이 무참하게 매몰돼야 했던 가축들의 원통함을 안타까워했을 터다. 만약 가축들의 영혼이 있다면 그나마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축혼제를 계기로 구제역이 하루빨리 퇴치돼 축산 농가의 시름이 덜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1215수] 다방농민
이문구의 자전적 연작소설 <관촌수필> 가운데 ‘여요주서(與謠註序·1976)’에서는 옛날 시골 다방 풍경이 작가 특유의 걸쭉한 입담을 통해 펼쳐진다. “나봐 미쓰 정, 내게 즌화 온 거 웂어? 누구 챚어오지 않았어?” 종업원들이 그렇다고 하니, “나봐― 나 좀 봐― 공보실에서두 아무 거시기 웂었구? 아니 대일기업으 강 사장헌티서두 전화가 웂었다 그게여? 이상헌디. 나봐― 즌화는 왔는디 누구 다른 것이 잘못 받은 거 아녀? 그럴리사 웂는디. 나봐, 거북선 있으면 한 갑 가져와.” …“미쓰 정, 거기서 말여, 부군수 들어왔나 즌화 즘 늫 봐. 있으면 나 여기 있다구 허구.”
이문구의 관찰은 이어진다. “나는 가죽점퍼의 자세하는 투며 말투며 모두 남더러 들어달라고 부러 떠드는 허텅지거리라고 짐작했다. 그는 출입문만 삐끔해도 흘끔거리고 계산석의 전화가 울릴 적마다 돌아보았으며 종업원이 오가는 대로 허벅지와 엉덩이를 집적거렸는데, 그것이 무엇이라는 것도 어림할 수 있었으니 이른바 읍내 유지의 허세라는 것이었다….”
<관촌수필>의 이 장면이 떠오른 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엊그제 ‘다방농민’이란 말을 썼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한·미FTA 추가협상과 한국의 성장전략’이란 세미나에서 그는 소외된 농수산업에 대한 대책을 묻자 답변하면서 “(농업의) 생산성은 많이 떨어진다. 다방농민이라는 말이 있다. (농민의) 모럴해저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정부가) 투자했더니 돈이 엉뚱한 데로 가더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방농민이란 말의 유래는 잘 알 수 없으나 통상 본업인 농사를 도외시한 채 다방에서 공무원들과 어울리면서 보조금을 받아가는 부도덕한 농민을 의미한다.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다방에 죽치고 앉아 공무원들과 교제하면서 정부한테서 눈먼 돈 타먹는 궁리나 하는 ‘무늬만’ 농민인 부류다. 딱 소설 속 역전다방에 나오는 속물적 인간형이다.
놀라운 건 통상장관의 놀랍도록 단순화한 사고구조다. 그런 질문에는 수입개방 때문에 사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민들을 생각해 여러가지 성의있는 답변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곧바로 튀어나온 게 농업의 비생산성이고 보조금 탈 궁리를 하는 극소수 다방농민이었다. 과연 그런 CEO 대통령 밑에 그런 통상장관답다고나 해야 할까.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 24시/최승균(사회부 기자)-20101215수] 거가대로에 거는 기대
거가대로가 14일 정식 개통했다. 만 6년의 대역사 끝에 바닷길을 열면서 한국의 토목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동남권 물류혁명을 일으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가득하다. 실제 해저 침매터널 3.7㎞ 구간은 국내 최초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저에서 연결하는 첨단기술로 세계 신기록을 여러 차례 수립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거가대로로 연결되면서 U자형 국토 물류망도 완성되었다.
또 거제ㆍ통영지역과 부산 간의 이동거리를 단축시키고 이동시간을 절약하면서 경제적 편익비용만 4000억원에 달하고 영호남 남해안 관광벨트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3일 개통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도 "거가대로는 남해안의 새로운 실크로드"라고 언급할 정도로 동북아 물류 허브의 촉매제로 큰 기대를 걸었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도 "부산 경남의 상생시대를 열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화려한 개통에 반해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 시공사의 `특혜와 먹튀` 논란들이다. 인천대교나 천안~논산 고속도로 등 다른 민자사업의 통행료 징수기간은 30년인 데 비해 거가대로는 40년이다. 지난 9일에는 시행사 최대주주인 대우건설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공시까지 했다. 급기야 거제지역 시민단체는 시공사의 총사업비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감사까지 청구했다. 거기다 인구 유출이나 상권 침체 등을 우려하는 지역간 이해와 업권 다툼까지 벌어지면서 개통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거가대로 개통식날 한 참석자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온 팝송이 문득 머리에 맴돈다. 사이먼&가펑클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란 곡이었다. 거가대로가 `험한 세상의 다리`는 못 되어도 좋다. 동남권 경제의 희망을 담은 만큼 `험한 다리`가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