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옹호 vs 혐오' 사이…공생의 길 찾아야
2020.06.23 11:30
[동물수난시대]②동물애호가·애니멀포비아 갈등
공포심 때문에 동물기피
애니멀포비아 10명 중 1명꼴
공포가 혐오로 이어져선 안돼
‘동물학대는 범죄’ 인식 확산을
동물학대가 인간 상대 범죄로
인간에 대한 죄책감도 무뎌져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동물학대의 상당수는 애니멀포비아(공포심 때문에 동물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현상)가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발생한 길고양이 학대 사건도 애니멀포비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묘시장 일부 상인들이 길고양이를 긴 쇠꼬챙이로 찌르고, 줄에 묶어 던지고 목을 조르는 등 가혹한 학대 행위를 한 것. 임신한 고양이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고 상인이 고양이를 박스에 담아 갔다. 상인 당사자는 "덩치가 큰 고양이가 무서워 그랬다"며 애니멀포비아를 호소했다.
이 같은 애니멀포비아는 정신과 치료로도 쉽게 나아질 수 없는 '생래적 공포' 범주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구 10명당 1명 꼴로 애니멀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상도 벌ㆍ거미ㆍ새ㆍ뱀ㆍ바퀴벌레 등 다양하다. 그러나 동물애호가들은 애니멀포비아 문제를 이해하면서도 동물혐오 범죄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국제적으로 반사회적인 행동이라는 분명한 인식이 있다"며 "동물학대는 동물권 침해 문제에서 출발해 인간 사회로 확대될 위험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애니멀포비아가 사람 간의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특히 길고양이들을 보호해주는 캣맘 등 케어테이커들에 대한 애니멀포비아 사례자의 분노가 동물학대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주연 변호사는 "동물학대 범행을 살펴보면 범인 대부분 동물에 대한 혐오가 있던 경우가 많다"면서 "동물을 옹호하는 이들과 혐오하는 이들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동물학대가 인간에 대한 범죄 행위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공 교수는 "세계 여러 수사기관들도 동물학대가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면서 "범죄자들은 동물의 생명을 박탈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이를 사람에게 적용해도 죄책감이나 두려움이 상당히 적어지고 둔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니멀포비아가 동물학대 행위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양 측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애니멀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동물학대가 합리화 되는 건 아닌 만큼, 동물학대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절실하다는 것이다.
조 대표와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인데도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으면 가벼운 처벌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면서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엄벌에 처해야만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심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애니멀포비아에 대처하기 위한 반려동물 소유자들의 규칙 준수와 배려, 관심도 수반돼야 양 쪽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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