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25~26] 바라보기
통영에서의 4일, 그중 25일 오전과 26일 오후가 여가다.
거제의 산은 대략 찾았고 아직 미답의 인근 산을 헤아려 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뉴튼의 중력 이론은 때로 산길 더듬기의 중요한 도구.
믿거나 말거나 위대한 과학자도 산을 좋아했나 보다.
아인슈타인은 결국 다양성(상대성)의 인정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고
뉴튼은 결국 적당한 거리라는 인간관계의 한가지 지혜를 잘 이해한 사람.
그들의 조언에 충실하여 관점 차이를 인정하고 바라보기를 할 요량이니
통영의 벽방산과 마주하는 고성의 거류산이 제격이다.
모든 것을 지나가며 바라볼 뿐, 어느곳에도 멈추지 마라.
중요한 것은 당신의 시선 속에 있을 뿐, 바라보이는 사물 속에 있어서는 안된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가 한 말이 마음에 닿는다.
이곳에서 저곳, 저곳에서 이곳을 바라볼 뿐.
■ 25일 오전 : 벽방산
■ 26일 오후 : 거류산
<바라보기 1> 벽방산(650.3m)
벽방산에는 아름다운 8경이 있단다.
1경 만리창벽(萬里蒼壁), 2경 옥지응암(玉池鷹岩), 3경 은봉성석(隱鳳聖石), 4경 인암망월(印岩望月),
5경 가섭모종(迦葉暮鐘), 6경 의상선대(義湘禪臺), 7경 계족약수(鷄足藥水), 8경 한산무송(寒山舞松)이 그것이다.
오늘은 무심코 걷고 그저 바라보기할 작정이니 마음에 그중 두엇이나 남을까.
■ 코스 : 안정사 - 가섭암 - 의상암 - 벽방산 - 안정치 - 천개산 - 은봉암 - 안정사
초입 안정사의 일주문이 저만치 섯다.
내려서며 잠시 들러 합장해야지.
가섭암을 지나 성기고 마른 된비알의 길을 한참 오르면 의상암이다.
스님의 정진이 여기저기 돌탑되었다.
산중 절집에서는 산을 벽발산이라 부른다.
산이 석가모니의 10대 제자중 수제자인 가섭존자가 벽발(바리때)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는 이유다.
차지만 바람이 드물어 더운 기분이라
쟈켓을 벗고 물한모금 보시하고 길 재촉한다.
산의 둔중한 능선.
한참을 고개 숙이고 걸었더니 훤한 시야에 가슴마저 시원해진다.
벽방산(650.3m)
산은 연휴라 그런지 제법 발길이 흔하였다.
고성에서 오셨다는 나이 지긋한 단체객의 틈에서 부탁하여 사진도 한장 남긴다.
바라보기.
북쪽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바로 뒤의 산이 고성의 명산, 거류산(570.5m)이고
우측의 만이 당동만이며 그 뒤로 동해면의 음암, 수양, 철마산이 연이었다.
거류산의 자락,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바로 옆으로
엄홍길기념관이 살짝 보이는데며 내일 거류산 산행의 들머리가 된다.
서쪽 전경.
좌측의 통영 도산면 봉화산과 우측의 고성 삼산면 봉화산이 마주한
협곡 너머 희미하게 사량도가 보이고 너머의 남해가 일망무제다.
남쪽 전경.
역광의 천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 수천의 섬들이 너울을 이룬다.
통영 시내 지나 가운데 뾰족한 미륵산과 그 좌측의 한산도 그 너머의 비진도, 연화도, 욕지도, 매물도...
동쪽 전경.
앞서의 삼성중공업 뒤로 가조도의 자태가 빼어나다.
어느날엔 옥녀봉에 올라 벽방산 만리창벽을 바라보아야지.
삼십여분 쉬어 커피 한잔 마시며
바람과 섬과 바다를 마음에 품고 아쉬운 하산길 잡는다.
하산길, 안정치에서 바라본 정상.
이어진 천개산(524.5m)
산은 하늘이 열린 산이라는 호방한 이름 값을 못하는 처지다.
하산을 잠시 미루어 통영쪽으로 조금 더 진행하여, 헬기장과 전망대를 다녀왔다.
넓직한 저곳서 하루 야영하면 좋겠다는 생각.
천개산에서 동으로의 하산길, 은봉암 전경.
저 옆의 바위가 3경인 3경 은봉성석(隱鳳聖石)이라 한다.
터벅 터벅, 호젓한 숲길을 한참 걸었더니 어느새 들머리인 안정사다.
들러 물한모금 마시고 절집을 둘러 본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안정리 예포마을서 바라본 가조도와 옥녀봉(331.9m)
문득, 저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는 싶은 마음이 든다.
내일 거류산 찾기 전 바람도 쐴 겸 들러야겠다.
<바라보기 2> 거류산(570.5m)
고성의 진산, 고성의 마테호른.
너른 들녁에 홀로 외로이 솟은지라 사방의 눈맛 호사가 이만저만 아니다.
필시 절집 드문 이유일테다.
■ 코스 : 엄홍길전시관 - 휴게소 - 484봉 - 거류산 - 장의사 - 엄홍길전시관(회귀)
가조도 옥녀봉.
거류산을 찾기 전, 거제 가조도(사등면 창호리)를 들른다.
연육되고 난 후 한번 들러야지 했는데 이제사 찾았다.
언제고 저 산정에서도 사방을 바라보아야지 생각해 본다.
오늘은 섬일주 도로를 따라 즐거운 드라이브~
섬의 북쪽 계도마을에서 바라본 풍경.
계도마을 어촌체험의 일환인 낚시 뗏마(전마선)가 늘어선 뒤로 좌측의 오똑한 벽방산,
가운데 광도면 황리의 보드라운 산세의 면화산, 우측의 마테호른 처럼 뾰족한 정상의 거류산이 연이었다.
저곳의 이곳 바라보기와 이곳의 저곳 바라보기는 다르다.
아인슈타인과 뉴튼의 시각을 빌려 해석해 보는 즐거움!
아름다운 바다.
우측 칠천도와 저 멀리 멀리 진해 웅산 시루봉 천자봉 능선도 보인다.
고성 거류산 자락 들머리가 되는 엄홍길 전시관.
변방인 고성은 공룡나라라는 수식외에 엄홍길의 출생지라는 사실과
이봉주의 마라톤 훈련코스라는 것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종주코스와 순환코스가 주산행 코스인데
차량 회수 문제로 제일 긴 순환코스(10.3km)를 역으로 걸을 참이다.
들머리서 1.6km 남짓 가풀막을 올라서면 전망이 환히 트이는 휴게소에 닿는다.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벽방산이 늠름하다.
휴게소 전경.
이곳에서 부터는 정상까지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능선이다.
멀리 거류산 정상과 그 아래 거북바위.
거북바위를 지나쳐 감동 방면으로 그대로 하산하면 종주코스가 된다.
거류산성의 오후.
거류산 정상(570.5m)
남으로는 앞의 거류산 능선 뒤로 벽방산을 앞세웠고
그 뒤로 점점이 수 놓인 섬들을 숨겼다.
서남쪽으로는 고성 시내 너머 바다 멀리
벽방산에서 보았던 그 사량도가 여전하고
북으로는 진해만과 고성군 마암면이 고분고분하다
동으로는 천혜의 요충지인 당동만이
가조도와 칠천도 등의 호위를 받으며 당당하다.
세상 바라보기에 넋을 놓아 때를 놓쳤으나 대수가 아니고
정상의 산불감시원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로 상대성 이론과 중력 이론을 새삼 고마워해 본다.
순환코스로의 역산행길,
엄홍길전시관을 2.5km 남짓 남긴 지점의 장의사에 들른다.
물맛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길.
내 뒤로 지나온 길.
산허리를 구비구비 길이 이어졌다.
어스름도 가까운데 좀 체 서둘고픈 기색이 없다.
겨울의 하루, 인적 없는 산길을 차지하고
나는 무상의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마음에 소원 한줄 새긴다.
뉴튼과 아인슈타인 대신 다카무라 고타로.
도정(道程)
다카무라 고타로
내 앞에 길은 없다
내 뒤에 길은 생긴다
아아, 자연이여
아버지여
나를 홀로 서게 한 광대한 아버지여
나에게 눈을 떼지 말고 지켜 주오
항상 아버지의 기백을 나에게 채워주오
이 먼 도정을 위해
이 먼 도정을 위해
*******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인간은 한번 흐른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아인슈타인과 뉴튼 그리고 다카무라가 동행한 산행.
산이 가르쳐준 상대성 이론과 중력 이론 그리고 소원.
프란좔(네팔어 :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의 뜻을 읊조린다.
이제 그 시간은 흘러갔지만 다음 강물을 기다리는 지금이 있어 행복하다.
함께 있는 우리 / 안도현 시 천기백 곡, 한반도 노래
이상 행복팍팍 사랑팍팍 팬다
첫댓글 짬 내어 벽방산, 거류산 다녀갔습니다. 바라보는 즐거움이 과분하였네요. 회원 여러분 모두 송구영신하세요^^
바다가 보이는 산.... 설악산에서 느끼는 바다완 참 다르군요^^ 고성앞바다가 참 정겹습니다... 또 잘보고 갑니다^^
동해 보다는 남해는 조용한 분위기겠지요^^ 고맙습니다~
팬다님!! 즐감했습니다.. 남쪽으로 가기엔 아직 좀 이르지만 조만간 남쪽길을 한번 택해볼려 합니다... 꼭 가볼만 한곳 추천 부탁합니다^^
지난번 미룬 영알도 좋을 성 싶습니다^^ 겨울 잘 나시구요~~~
영남지방에는 참 좋은 산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산도 나즈막하여 오르기도 무난하구요^^ 섬이 많아 눈맛도 좋구요~~~
산정상에서 중력을 설명하면 참 쉽죠잉~~~~~~~^^ 내고향 남해도에 산들도 종종 들러 후기 좀 올려주세요. 주말 남해 한바퀴 돌고 왔는데 해안길 드라이빙만 해서 망운산 호구산 아래 등산객들이 마냥 부럽더군요. ^^
일단 거제, 통영은 대략 찾았고 고성의 산 찾은 이후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 봐야겠습니다^^
의무방어전 마치고 출정하신 건가 봅니다...ㅎㅎ 산길을 걷는 음유시인 같으세요^^
얼추 맞습니다 ㅠ.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보다는 나은 듯 해서요^^
벽방산 : 푸르고 꽃다움 산이라.. 봄에 맞는 산일 것 같습니다. 시마이 하신 거네요.
예^^ 그러네요. 사마이^^ 2010년에도 윈터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바라보기 ~~~정말 멋진 단어라생각되요 통영역시 가보고싶은 동경대상인데 새해에는 어케든 가볼수 있으려나 팬다님의 후기로 통영속으로 잠시 빠져봅니다
언제고 기회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