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서부정류장에서 경남 고성군으로 가는 첫 버스를 타고 고성읍에 도착한다.
터미널 앞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택시가 보이고 맨 앞에서 기다리시던 연세 지긋한 기사님이 반겨 주신다.
가야 할 목적지를 말씀드리니 잘 아신다며 도로를 달려 고성군 상리마을 이화 공동묘지 가장 위부분까지 올라가 주셨고
오늘은 좀 편안하게 걸으려나.. 기사님은 "산행 잘하라"며 차를 돌려 내려가신다.
앙상한 나무들 속으로 들어가 지난날 걷던 와룡 지맥 길 따라 오른다
지맥 길 따라 오르며 본 아름다운 섬 사량도가 멀리 보이고
남해안 길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고성 소을 비포 성지와 우뚝 솟은 좌이산이 지척이다
잠시 멍하니 서서 지난날 걷던 그 길이 어딘지 유심히 찾아보지만...(꼬불 꼬불 지나갔겠지)
아직 초봄이라지만 조금 쌀쌀한 기운이 감돌며
오래전 지맥 길을 걸으면 달아둔 "띵가 먹지 말자" 시그널이 반긴다
오늘은 와룡 지맥 길인 고성군 상리면 부포리 선당산 서지골에서 발원해 고성군 상리면, 사천시 정동면, 사천읍,
사천시 사남읍에서 사천만에 흘러드는 맑은 27km 강이다.
물길을 가운데 두고 북쪽으로는 낙남정맥이 남쪽으로는 와룡 지맥 길이 울타리를 치듯 막아준다
멀리 낙남정맥 대곡산이 지척이며 계곡 아래 관음사 방향 비탈길로 무작정 내려선다.
지나간 경로
사천강
내려가는 계곡길은 온통 푸석 돌이라 무척 미끄럽고
미끄러지듯 줄줄 내려서면...
짧은 계곡길에 반기는 건 잡목과 칡덩굴이다.
계곡이 형성되었지만 워낙 가물어 물 한방울 보이지 않고
계곡을 거의 빠져나올 무렵에 만나는 돌담
어떤 용도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작은 사방 땜도 보이지만 물은 한 방울도 보이지 않고
사방댐 아래로 내려오니 물은 겨우 보이지만 힘없이 흘러나온다
이제 물 구경과 맛을 봤으니
내려가면서 주변 산세와 물속 풍경을 볼 차례인가?
아래 관음사에서 설치한 파이프 같은데
물이 없는데 파이프 속은 어떤지
관음사 연못에 하늘이 빠져있는 모습
물고기가 있나 살펴보니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절이나 암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지붕 아래 매달아둔 연등(燃燈)이 없다면 그저 창고처럼 보인다
cd스님의 경 읽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오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관음전에 들러 부처님께 삼배하고 나온다.
관음사에서 조금 내려서면 인근 군부대 사격장을 지나게 되며
광 산지 저수지
선녀가 목욕이라도 하고 간 걸까? 파란고 깨끗하고 맑은 물이 가득 담겨 있다.
오늘 지나게 될 사천강은 여느 강보다 맑고 깨끗할듯한 예감이며
저수지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은 낙남정맥 길 대곡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인다.
시멘트 길 옆으로 부포 저수지가 보이고 정맥 길 아래로 상리면 부포 마을이 보인다
낙남정맥 마루금 너머로 흐르는 물은 남강 지류인 영천강
사천강은 고성 땅을 지나며 상리천이란 이름으로 흐르며
물은 모두 땅으로 스며들어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데
상리면 자은리 마을의 어느 집 축사에서 축사 분뇨가 무단으로 배출되어 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인데...
"사람은 강하고 물은 약하다."정말 그럴까
신고할까? 어쩔까?
물은 모두 땅으로 스며들었는데 축사 분뇨만 더럽게 고여 있으니
걸쭉한 걸로 한 그릇 퍼다가 주인장 "드셔 보라"며 퍼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천 곁에 자리 잡은 축사 분뇨 배출하는 집인데 고성군 축산과에 근무하시다가 퇴직하셨다는 분의 집이다.
알만한 사람일 텐데
일요일이라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신고는 못하고...
신라 화랑들이 수련했다는 무이산이 보이고
무이산은 조망이 아주 좋은 산이니 안 가보신 분들 계시면 한번 가보시고요
하천변 쓰레기들
지나온 하천길
갈대도 보이고 물풀도 보이고
이쯤에서 물속 풍경 한번 봐야겠죠
더럽죠.
그렇지만 조금만 더 흐르면 아주 깨끗해집니다.
고성군 상리면 오산리 구간까지 상동천이란 이름으로 흐르다가
오산리 마을을 지나며 사천강이란 이름을 받는다
상리면 망림마을 대보산 아래 수중보부터 물은 많이 맑아져 있고
깨끗한 자갈돌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물이지만
상류에서 보던 축사 분뇨를 본탓인지 마음 한편으로 더러움을 지울 수 없다.
갈대와 적당히 어우러진 하천 모습
상림마을 앞 깊은 소(沼)의 물은 맑게 고여 있어
손바닥으로 한 움큼 떠서 마셔보니 물맛은 물맛이다.
라면 끓여 먹어도 될 듯
몇 번 사라졌다가 박으로 나온 물은 자갈이 곱게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낙남정맥 천왕산과 대곡산 방향
하천변 옆 들녘으로 매화가 만발했으며
어느 촌로께서 정성 들여 쌓아 놓으신 돌담이 길게 서있다
상리면 오산마을
누가 쓴 것일까?
손주분들이 쓴 걸까? 아니면 이웃집에서...
준호 할머니 집에 cctv촬영 중이니 도둑님들은 절대 가지 마시오
다 걸려요
상동천은 이제부터 사천강이란 이름으로 사천만까지 이어진다.
장마 때 상류로부터 떠 내려온 폐비닐 조각이 어지럽게 걸려있고
돌담 마을 앞 하천 풍경
대부분 동네 주민분들은 쓰레기봉투 사는데 인색하시다 보니 하천변에 버리거나 태우신다.
불법 소각이나 배출 안 하시게 시골 마을에는 쓰레기봉투 무상으로 드리면 어떨까? 생각해 봤지만
쓰레기봉투 한 장 두장 모아서 팔거나 인근에 사는 친척분들께 모두 드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몇 가구뿐인 돌담마을
집집마다 돌담이 멋지지만 생활 쓰레기 하천에 버리지 말았으면
강가로는 윗동네에서 떠 내려온 폐비닐 조각이 도포자락 펄럭이듯 바람에 날리고
지나온 강길
상리면 신촌리 신촌교에서
상리면 신촌리 마을에서 흘러온 오, 폐수와 생활 쓰레기로 하천은 지저분하고
고성군 상리면이 문제인데
공무원분들이 자주 나와서 단속 좀 했으면
하천 정비사업을 한 곳은 깨끗하다.
고려 현종 부자 상봉길
태조 왕건의 8번째 아들인 욱이 지금의 사천 사남면으로 귀양을 살았다
욱은 고려 5대 왕 경종의 왕비 황보 씨와 정을 통해 아들을 낳았는데 어미는 아들을 낳고 숨을 거두었고
아비인 욱은 사남으로 귀양을 온 것이다.
왕족인 아이는 보모의 손에 길러졌는데 어느 날 6대 임금인 성종을 아버지라고 부르자
성종이 아버지(욱)를 그리워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아이를 아버지가 있는 사천 땅에 보냈다.
그러나 귀양 간 아버지와 살지 못하도록 하여 정동면 장산리 대산마을의 대방사에서 거주하게 된다.
귀양 온 욱은 세상을 떠나는데 아들에게 금한 주머니를 주면서 "내가 죽거든 이 금을 지관에게 주고
나를 고을 성황당 남녘 구룡동에 매장하게 하되 반드시 엎어서 묻게 하라"라고 하였다.
아들 순은 사천당에 4년을 살다가 개성으로 돌아가 1009년에 왕위에 오르니 고려 8대 왕 현종 임금이다.
훗날 현종은 어린 시절을 보낸 사천 땅을 은혜를 베푼 땅이라 하여 진주목에 속해있던 사수현을 사주(泗州)로 승격시킨다
당시 전국에는 12개의 주 9州)만 있었으니 가히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학촌마을을 지나며
사과나무 몇 그루 자리하는 곳에 그물이 높게 쳐져 있는데 새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는 게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다가가 새를 잡으니 가슴이 아주 따뜻하다.
야! 야!~ 떠나기 전에 한 장 담자"
그물을 제거하는 동안 자기를 구해줄 사람이라는 걸 알았는지 아주 얌전하게 있다가
날려 보내주니 어디론가 힘차게 날아간다.
온 천하를 누빌 것 같은 멋진 경주용 차
어지간한 오르막이나 하천은 그냥 달릴 것 같다.
댕댕이가 지붕 위에 올라 세상 구경하는 모습
자꾸 쳐다보지 말고 그냥 갈길 가라며 으르렁... 댕~댕~댕~
이쯤에서 물속 풍경 한번 봐야죠
물속 풍경은 이렇고
이 녀석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둥둥 떠오른다.
사천시 정동면 풍정리 아파트가 지척에 있고
상류에서 여행 온 폐비닐이 가득하다.
사천읍 주청 마을을 지나며
지나온 강길
하천 정비 사업 중이라 중장비가 오고 가며 커다란 돌과 흙을 하천에 부어놓고 떠난다
하천 정비만 백날 전날 하는 것보다 상류의 주민들 불법소각이나 쓰레기 버리는 것 단속이나
계면활성제 사용하는 것 계도나 했으면 더 좋지 않을까?
다 와가니 인증 담아두고
사천읍에 들어와 물속 풍경은 이런데
둥둥 떠다니는 찌꺼기는 어디서 흘러온 거지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니 물속에서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떠오른 걸까?
사천교 인근 풍경
하천 정비 사업 중
한국 항공 서비스 공장 옆을 지나
사천강이 바다를 만나는 곳에 자리하는 사천 비행장과 멀리 남해 금오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지나온 강길과 멀리 낙남정맥 길에 만나는 무선산인 듯
사천 비행장과 항공 서비스 공장
낙남정맥 무선산 방향에서 흘러온 중선포천에 사천강에 합류하는 곳
사천만이며 이곳은 1592년 5월 이순신 장군께서 최초로 거북선을 이용하여 적을 무찌른 곳이다.
삼천포 대교까지 걸어 가봐도 될 것 같지만 교통편이 녹녹하지 못해 이곳에서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렸다가
사천에서 합천 경유해서 대구로 가는 버스를 타고 대구에 도착한다.
사천강은 상류의 고성군 상리면 인근의 축사 분뇨와 곳곳에 버러 진 폐비닐 그리고 가정집에서 무단으로 버린 생활 쓰레기만 없다면 그아래 사는 사천시 땅으로는 깨끗할 것 같다.
첫댓글 하천변 오염 현장을 기록물로 만들어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해 보심이 어떨지요?
강길을 내려오면서 그곳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하는데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다는 연락이 없네요
아마도 잘 처리해서 할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깨끗한곳을 지날때는 그곳 지자체에 연락을 해서 깨끗하게 고나리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구요
관심 감사합니다.
사천강....
봄이 바로 곁에 찾아와서
봐달라 좀봐달라~ 살랑살랑~
축사의 소 핏물이며 똥물...
물이 맑아지려면 어떻게해야할지...
맑아지기는 하려는지...
방장님 글들 접하면 걱정 걱정입니다.
어째 큰 강들보다
작은 지방하천들이
몹시도 병든 모습에 슬퍼집니다ㅠㅠ
신고하면 결과를 얘기해주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천은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