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그동안 사업비 부담 때문에 재건축 추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바뀐 후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거 같아요."(대치동 미도 아파트 입주민)
"실제 재건축이 본격화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집값이 급등하지는 않을 겁니다."(대치동 인근 중개업소)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빅3'로 불리는 개포우성과 대치동 선경, 미도 아파트가 전날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예비·정밀 안전진단을 나란히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 단지들은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기대감이 높아진데는 올해 초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인 300%까지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한 도정법이 개정되면서다.
이들 단지 모두 1983년 말에 준공돼 시설물 유지관리에
상당한 비용을 써야했고 주차장 부족으로 입주민들 불편이 가중되며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용적률이 최고 195%에 달하는 중층
아파트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3종 주거지의 용적률을 최고 250%까지 제한한 결과 일반분양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었고 공사비용 대부분을 입주민들이 떠안아야해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정법 개정으로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는 더 높은 수익성을 얻게 돼 조합원들의
분담금도 크게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져 재건축 추진에 대한 입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게 됐다.
실제 대치동 미도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
60%가 찬성한 가운데 예비 안전진단이 이뤄졌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동의율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안전진단
이후 곧 바로 추진위를 구성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이 아파트 입주민 L씨는 "퇴근하면 주차할 곳을 찾기가 쉽지가 않고 집이
오래돼 겨울이면 수도관이 터지는 일이 많았다"면서 "이같은 불편에도 사업비 부담 때문에 재건축 사업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지만 용적률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자 입주민들 사이에서 이참에 재건축을 진행하자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대치동 일대가
'대한민국 부촌 1번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냈다.
선경아파트 입주민 K씨는 "강남 최고의 동네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서초 반포동 일대가 대규모로 재건축된 이후 상대적으로 밀린 감이 있었다"며 "대청중학교 등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중심지에
자리잡은 아파트인데 용적률 300%가 적용되면 과거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세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를 내준
강남구청 역시 관계법 개정에 발맞춰 용적률 300%를 적용한 정비계획을 수립해 대치동 재건축 사업을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쌍용 1·2차의 경우 용적률을 299%까지 적용 받았다"면서 "이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용적률을 300%까지 적용해도 세 아파트의 정비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형주택 공급비율을 늘리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을 감안해 늘어나는 용적률 50% 중 절반은 소형주택으로 구성해
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이 본격화될 경우 대치동 일대는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 집값을 움직이는 핵으로
재부상할 것이라는데는 부동산 전문가와 현지 중개업소들도 이론의 여지는 없다.
다만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안전진단 통과는 재건축을 시작하기 위한 첫 관문에 불과하고 아직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 통과 후 구청이 수립한 정비계획을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통과시켜줘야만 추진위 설립 등의 후속 절차가 진행되게 된다. 추진위가 설립된 이후에도 조합설립→시공사선정→건축심의→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이주 및
철거→착공→일반분양→준공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따라서 이번 안전진단 통과가 집값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중론이다. 대치동 인근 D공인중개업소는 "재건축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주민의 75%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서울시가 용적률
300%를 적용한 정비계획을 통과시켜주더라도 소형주택 비율이 너무 높으면 주민반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안전진단 통과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치동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조합설립 단계에 이르러야만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따져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이들 단지의 집값이 당장 급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