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여행의 핵심은 모스크바인데, 그 외에 나라 한 군데 정도를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유럽을 간다는 게 쉬운 기회는 아니니까요.
처음엔 벨기에가 나왔고, 이후에는 파리로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뭐 확정이었죠. 그러다가 갑자기 ‘축구’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영국으로 방향이 선회하면서 결국 모스크바와 런던으로 9일간의 일정이 정리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런던을 결정하니 정말 좋은 거예요. 계획을 짤 때는 미처 몰랐는데, 런던에는 제가 좋아하는 게 가득하더군요.
‘음악, 축구, 맥주’. 이 3개의 주제가 뚜렷한 나라니까요. 늘 글로만 썼던 ‘Minstry of Sound’ 클럽을 방문할 생각에, 에일(Ale) 맥주를 마음껏 마실 생각에, ‘아스날:토트넘’ 경기를 직관할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합니다.
요즘은 출국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 이종민 (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좋은 앨범이라기보단, 인상적인 곡들이 수록된 앨범이라 소개하고 싶다.
전곡 모두 일렉트로닉 팝으로 뭉쳐진 애런(ARRAN)의 데뷔 앨범은 각 노래마다 경쾌한 템포를 무장하여 끝날 때까지 흥을 유도하지만, 워낙 대중성을 지향한 덕분에 편곡의 다림질이 심하다.
곡마다 장르의 차이가 조금씩은 있으나, 그 특징을 느끼기엔 전반적으로 차별화가 덜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PUZZLE 9 PIECES]를 주목해야 하는 건, 지원 사격에 나선 작곡가들의 정성 때문이다.
정작 본인의 데뷔 EP에선 색깔을 나타내지 못하였음에도, 애런의 곡에선 장기를 마음껏 발휘한 ‘탁(TAK)’의 ‘FINE NEW DAY (Feat. TAK)’는 오랜만에 그의 실력을 느끼는 트랙.
여기에 노데이(Noday)가 참여한 ‘I STILL LIKE IT’ 역시 감각적인 전개를 연출하며 평이할 뻔한 앨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싱글로 승부 보는 현 시대에서 앨범을 들고 나온 용기와 이 상황에서 지원된 작곡가들의 노력은 [PUZZLE 9 PIECES]를 존재하게 하는 원천.
완벽한 퍼즐은 아니지만 빛나는 퍼즐 조각은 있는 음반이다. (글: 이종민)
1년 365일 쏟아지는 음악은 정말 많기 때문에, 이달의 앨범 선정 시 가급적 뮤지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
얻는 감동이 비슷하다면, 뽑았던 사람보다 안 뽑았던 사람을 더 조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감동이 압도적일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확실히 과거에 선정했기에 다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선정위원으로서 매우 신경 쓰이는 부분인데, 이 걱정을 모두 사라지게 할 만큼의 노래라면 굳이 눈치 보고 싶지 않다. 이미 [선데이 서울 Ep.2]로 올해 3월에 선정된 ‘우주(uju)’의 신곡이 그렇다.
곡을 만든 당사자가 조금 서운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우주가 발표한 곡 중 이 노래는 단연 으뜸으로 다가온다.
곡의 제목은 우효의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2019)와 연상되는 지점이 있긴 하나, 오히려 ‘미운 사람만 가득한 이 도시에도’란 문장은 은유와 직설이 동반된 감정을 전달하면서 제목에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도시’란 단어에 걸맞게 펼쳐진 시티팝 편곡은 일순간에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외로운 밤을 그려낸다.
여기에 더해진 아름다운 선율은 감상을 극대화하는 결정적 장치. 도시인들에겐 이런 노래가 필요하다. (글: 이종민)
쏜애플의 음악을 하나의 장르나 스타일로 설명한다는 건 어렵다. 커리어 안에서, 하나의 음반 안에서, 심지어 하나의 곡 안에서도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가령 데뷔작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2010), 소포모어 앨범 [이상기후](2014), EP [서울병](2016)은 얼마나 다른가. 이들의 음악은 강렬하게 폭발했다가, 차분하게 가라앉기도 하고, 어느 순간 몽환적인 무드를 펼쳐 보이도 한다.
사이키델릭 락, 모던 락, 팝이 혼재된 사운드다. 각 앨범마다 강렬함과 밀도, 속도를 조절하며 밸런스를 맞춘다.
위험을 무릅쓰고 커리어를 요약하자면, 사이키델릭 색채가 강한 음악에서 점차 대중성을 고려한 모던 락으로 움직여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쏜애플’이라는 정체성은 유지되어 왔다. 누가 들어도 쏜애플 음악이라는 정체성.
어떤 방식으로든 듣는 이를 납득시키는 멜로디. 신보 [계몽]도 마찬가지다. 사운드는 부드러워졌지만, 특유의 어둡고 불길한 감수성은 그대로 살아 있다.
언제나 그랬듯, 쏜애플은 곡 단위로도 매혹적인 밴드이다. 마지막 트랙이자 앨범 최고의 곡 ‘검은 별’만 들어봐도 명확하다.
안개처럼 전면에 분사되는 신스와 윤성현의 보컬이 기묘하게 어울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트랙이다.
교과서적인 모던 락으로 출발해 이내 한 편의 연극이 되어버리는 ‘수성의 하루’는 어떠한가.
아마 팬들이 가장 사랑할 곡은 자학과 패배주의, 자기연민의 총체 ‘로마네스크일 것 같다.
“누가 나의 혀를 자르고/그저 곁에 있어준대도/나는 날 좋아할 수 없을걸”.
공간감을 강조한 ‘은하’를 추천하며 마무리한다. 꽉꽉 채우기보다는 덜어냈다.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진다. 쏜애플이 노련해졌다. (글: 이경준)
이용원이 만들어내는 리프와 멜로디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껌엑스, 옐로우 몬스터즈, 솔로 활동으로 쌓아 올린 신뢰다.
껌엑스는 한국 멜로 펑크의 시금석이었고, 옐로우 몬스터즈는 펑크, 헤비메탈, 하드코어의 정수만을 담아낸 그릇이었다. 이제는 소닉 스톤즈다.
소닉 스톤즈의 전작 [BORN](2017)는 속도감과 에너지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Go', ’First'의 폭발력은 옐로우 몬스터즈를 넘어설 수준이 아니었나. ‘Feel Good'과 ’Always Always'는 서정성을 덧붙였다.
흐름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용원의 음악은 원래 그랬다.
‘달릴 때’와 ‘멈출 때’가 분명한 음악. 껌엑스 때부터 이어진 그의 음악관이다.
그런 성향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소닉 스톤즈의 2집 [Before The Storm]은 만족스럽다.
그의 ‘강성 음악’을 좋아했다면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내일이 없을 듯 질주하는 트랙들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1분짜리 인트로 ‘Screaming Beaver'부터 ’This Is Hell!', 'Chocolate Milk', ‘Awesome!'으로 연결되는 배치는 공연 무대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짜릿하다.
그중에서도 ‘Chocolate Milk'는 주목할 만한 트랙이다. 멤버들은 3분이라는 경제적인 러닝 타임 안에 헤비뮤직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초반 1분까지 모든 악기가 내달리는 지점은 사람들이 펑크 락에 기대했던 바로 그것이다.
정무진과 강민석의 리듬 파트는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다. 기타 솔로 파트는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이용원의 보컬과 악기들이 한데 뭉치며 노이즈의 극한을 선보이는 엔딩은 황홀하다. 최고의 공연장 사운드다.
어쩔 수 없이 한 곡만 뽑았지만 전 트랙의 퀄리티가 균일하다.
물 흐르는 듯한 사운드는 이용원과 그의 음악에 다시 한 번 신뢰를 품게 한다.
최근 몇 개월 사이 발매된 국내 락 앨범 중 손꼽힐 만한 앨범이다 (글: 이경준)
반 플레인은 재즈에 기반을 두고 록적인 질감을 있는 그대도 표현하는 기타 트리오다.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음악원에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재즈 아티스트와 연주한 기타리스트 한동일을 중심으로 베이스에 오원석, 드럼에 김종현으로 구성된 퓨전 밴드다.
한동일과 김종현은 해군군악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로 밴드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반 플레인은 지난해 발표한 정규 1집 [Proudest Month Ever]에 이어 짧은 시간에 2집 [We Will Meet Again]을 선보이고 있다.
1집 발표 후 중국 시안 재즈 페스티벌, 베이징 투어, 문래 재즈 페스티벌 등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연주하며 팀을 알리고 2집에 담을 곡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가들은 연주하며 영감을 얻는데 재즈는 특히 무대에서 연주자와 인터플레이하며 자극을 받고 또한 주게 된다.
반 플레인의 2집 [We Will Meet Again]는 신선한 창작곡이 인상 깊었던 1집에 노련미가 더해졌다.
기타를 돋보이게 하는 리듬 파트와 이에 힘을 얻어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기타 연주가 가득하다.
70년대 강렬한 퓨전 재즈 씬 한복판에 있는 듯한 거침없는 연주가 되려 신선하게 전해진다.
첫 곡 ‘Future Memories’에서 오원석의 베이스 솔로는 플랫리스 베이스는 아니지만 자코 패스토리우스의 그림자가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기타는 하일럼 블락의 여유로운 그루브가 전해진다.
두 번째 곡 ‘Vulf’는 쉼 없이 이어지는 리프에 이어 등장하는 록킹한 기타 솔로가 반 플레인의 컬러를 확실히 보여준다.
발라드 ‘Don’t Be Sad’와 ‘We Will Meet Again’에서는 톤을 변화를 주지만 연주는 기죽지 않는다.
1분 30여 초 정도로 짧게 연주되는 ‘Very Long Time’은 베이시스트 오원석의 곡으로 베이스 솔로로 연주된다.
반 플레인은 올 11월에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펼쳐지는 재즈코리아에 무대에 참여해 멋진 연주를 보여줄 예정이다. (글: 김광현)
정규 재즈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태원 길거리 댄서였다는 이야기는 이제 김오키를 설명하는데 필요치 않다.
김오키는 김오키 음악을 한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색소폰으로 연주했다.
그래서 그의 앨범은 들을때 마다 처음 듣는 듯 새롭다. 괴기한 사운드를 보여주기도 하고 방금 실연당한 연인처럼 처연한 발라드도 금새 뽑아낸다.
그리고 신작이 9집이 되니 1년에 2장에 가까운 앨범을 낼 정도로 부지런하다.
아무리 재즈가 즉흥성을 기반으로 한 음악이어서 1년에 여러 장을 녹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규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김오키의 음악을 들어보면 잘 짜인 서사가 있고 곡마다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신작 [스피릿선발대] 설명에 “스피릿선발대는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 느끼고 이겨내는 많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를 대변하는 첫 곡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은 진수영의 건반과 정수민의 베이스만을 배경으로 백현진의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매일같이 접하게 되는 일상의 단어를 띄어쓰기 없이 이어 쓴 것 조차 숨 막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김오키 스타일은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외침을 끄집어낸 ‘불타는 거리의 작별인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타르 증후군’은 시체 증후군(Walking Corpse Syndrome)이라 불리는 매우 희귀한 정신 질환을 말한다.
현대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좀비가 되어야 하는 것을 이렇게 서글프게 또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다니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특히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복장과 헬멧을 쓰고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무척 김오키스럽다.
시체처럼 살려면 결국 거꾸로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 김광현)
개인적으로 최근 5년간 K-Pop 씬에서 가장 왕성하면서도 음악적으로 주목할만한 활동을 보여준 아이돌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데이식스를 지목한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훌륭했던 데뷔 싱글 ‘Congratulations’부터 이들의 부지런하면서도 꾸준하게 성장해온 행보를 지켜봐왔던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사실이다.
요컨대 K-Pop 씬에서 거의 전무했던 아이돌+밴드로서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만한 성과라 할 것이다.
그러한 데이식스의 성공사례는 엔플라잉(N.Flying)과 아이즈(IZ), 더 이스트라이트(TheEastLight.) 등 밴드 컨셉 아이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돌 시장의 다변화된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멤버 전원이 가창과 악기 연주, 작곡에 능하다는 것은 이들의 음악에서 분명한 장점이자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싱글보다는 앨범 위주의 다작 활동을 하면서도 매번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신작 [The Book of Us : Gravity] 역시 전 곡을 싱글 커트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록곡들의 빼어난 퀄리티가 돋보인다.
앨범을 포문을 여는 투톱 싱글 ‘For me’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멜로딕한 대중성과 경쾌한 락 사운드의 이상적인 결합으로 정의되는 이들의 여전하면서도 총명한 매력을 재확인시켜준다.
훵키하고 그루브한 업템포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How to love’와 ‘돌아갈래요’, 신세대적인 취향의 컨템포러리 락 발라드 ‘포장’으로 이어지는 유연하면서도 짜임새있는 구성도 인상적이며, 콜드플레이(Coldplay) 풍의 웅장한 모던 락 사운드가 일품인 ‘Best Part’가 앨범의 감동적인 대미를 장식한다.
노래와 연주, 대중성과 음악성, 아이돌이 갖춰야할 스타성과 밴드의 진지한 정체성이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어낸 수작이다.
자극적인 비트와 화려한 안무 대신 밴드로서의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와 연주력, 송라이팅으로 승부하는 이들의 자신감에 찬 행보는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주목할만하다. (글: 이태훈)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의 이루리(베이스)와 24아워즈(24Hours)의 김혜미(기타, 보컬), 챔피언스(Champions)의 신혜미(드럼)가 함께 한 트리오 서울문은 유명 밴드 출신의 멤버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결성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던 팀이다.
결성 초기 이들의 음악은 멤버들이 몸담았던 기존 밴드의 음악 스타일과 유사성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후 이루리의 활발한 솔로 활동과 연계된 일련의 싱글들을 통해 도시와 청춘, 1980년대 감성을 키워드로 점차 서울문 특유의 개성이라 할 음악 스타일을 확립해가고 있다.
신곡 ‘우리들의 지난 여름밤’은 청량한 시티팝의 감성과 그루브한 소프트락 사운드가 어우러진 매혹적인 트랙으로, 1980년대 사운드와 낭만에 대한 이들 트리오의 확고한 컨셉과 정체성을 이어가는 한편 시티락이라 명명할만한 색다른 시도를 통해 유니크한 매력 또한 어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보기 드물었던 걸출한 여성 락 밴드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글: 이태훈)
2015년 힙합 씬을 뒤흔들어 놨던 [The Anecdote] 이후, 이센스가 또 하나의 얘깃거리를 들고 돌아왔다.
4년 전, [The Anecdote]의 성공을 교도소에서 맛봐야 했던 그는 다시 세상에 나왔고, 씬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세상과 씬과 부대끼며 느낀 심경을 본작에 고스란히 담았다.
앨범의 정체성이 믹스테입(Mixtape)에서 정규로 바뀐 것처럼 앨범 속 이센스의 정체성도 ‘손님’에서 ‘이방인’으로 바뀌었다(*필자 주: 최초 아티스트가 의도했던 앨범 제목은 ‘손님’이었다고 한다.).
이는 이센스가 바란 이상(손님)과 직면한 현실(이방인) 사이에 생긴 괴리가 반영된 결과다.
그는 이 괴리의 풍경을 동물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디자인된 플로우와 흘러가듯 적재적소에 박힌 라임을 조합하여 펼쳐놓는다.
그 사이로 이센스는 틈이 날 때마다 돈 이야기를 끼워 넣는데, 이것이 여느 래퍼들의 가사처럼 ‘플렉스(Flex)’가 아닌, 그가 처한 특정 상황 및 이력과 맞물리며 전혀 다른 감흥을 자아내는 지점 또한 인상적이다.
특유의 이죽거리듯 뱉는 래핑이 주는 감흥도 여전하다.
본인이 경멸하는 부류를 끌어온 다음, 그 차이를 은유적으로 전시하는 동시에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 일종의 '허풍', 혹은 '과장'을 위트 있게 섞은 자기과시)를 시전한 "그XX아들같이"는 이상의 장점과 무드를 대변하는 곡이다.
이번엔 여러 스타일의 비트로 프로덕션을 꾸린 점도 특징이다.
힙합의 여러 서브 장르 스타일이 망라되는 가운데, 이센스의 ‘좀처럼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에 있는’ 랩이 작렬한다.
[The Anecdote] 때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이센스는 참으로 독보적이다. (글: 강일권)
세상에 노래 잘하고, 랩 잘하고, 곡 잘 만드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고유한 스타일을 지녔거나 영역을 구축한 이는 드물다.
이 같은 아티스트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여부가 그 나라 대중음악계의 수준을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한국대중음악계에 그런 아티스트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공(GONG aka 0CD)은 기대를 걸어볼 만한 아티스트다.
한때 개성 있는 톤과 독특한 랩 스타일로 이목을 끌었다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나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던 그는 이번 싱글로 다시금 기대치를 높인다.
힙합을 외투로 걸쳤지만, 그 안에선 힙합, 사이키델릭, 락이 비슷한 비중으로 어우러졌다.
애잔한 가운데 정겨움이 끼어든 모순적인 프로덕션 위로 공 특유의 걸걸한 보컬이 진득하게 붙어 흐르는 걸 듣고 있으면, 어느 순간 무드에 매료되고 만다.
특히, 먹먹하게 믹싱한 보컬이 여운의 깊이를 더한다.
부디 이 탁월한 곡이 그의 새로운 시작과 새 앨범을 위한 것이길 바라본다. (글: 강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