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새로 만들고
코로나로 세월 보내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정말 가볍게 비양기 나들기에 나섰다.
얼마나 무관심했던지
공항버스가 하루 두 차례만 운행한다는
정류장에 작게 붙여진 안내문을 보고서야
새삼 느꼈다.
코로나가 세상을 얼마나 바꿔놓았는지
내 자신이 방랑길 배낭족에서 먼 거리에 있다는 걸
출발부터 당황하고
막둥이 도움으로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집에 둔 차 아예 생각도 안 하고
택시 탈 일 없이 두 발로 BMW로 살아온 세월이 길었다.
마침 기사님의 살아온 인생관을 듣는 것으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편케 공항에 도착했다.
갑작스런 출발인지라
예약 없는 PCR검사는 오후로 밀려
두 차례 검사를 받게 되면 비행기 못 타고 이의도 못 한다는 취지의
각서도 서명하고
오늘따라 인천공항이 넓다는 걸 절감했다.
이렇게 출발부터 버걱거렸지만
여행이란 뭘 바라는 게 아니기에
편안한 맘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
가운데 자리만 빼놓고 꽉 찼다.
허용되는 인원까지 탑승시킨 셈
뭔 일 하느라 미국으로 그리들 갈까?
잠시 기내를 둘러보곤
역시 답답하구나...
열두시간 넘게 이 공간에 좁은 자리에 앉아서 간다 생각하니
뭔 고생을 돈 주고 할까 자문해본다.
이번 여정은 평소와 달리
암 것도 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기기로 하였는데
생각처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달라스에서 환승하는 곳
맥시코 분위기가 읽혀진다.
아니 스페인어권에 왔다는 걸
비양기에 오르니
이젠 한국사람 안 보인다.
이 나라는 탑승인원의 제한이 없나 보다.
마스크 하나만이 방패인 현실
말 많은 이 동네 사람들도 말이 없다.
조용한 침묵만이 맴도는 기내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 아래 세상이 덧없이 흘러간다.
숙소를 급히 달라스 공항에서 예약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하루 숙박비를 허공에 날리곤
공항근처에 숙소를 정했다.
잠이 안 온다.
시차 때문도 있고 비행기에서 잠시 눈을 붙인 탓도 있으리라...
세상이 다시 열리고
아차!
공항에서 20여키로 원래 예약했던 도심지 숙소로 갔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늦었다.
애써 마음을 달랜다.
어차피 코로나 무서워 제대로 구경도 못할 것이고
실내는 들어가지도 않을 것인데...
숙소를 나와
주위를 살펴보니
서부영화의 황야로다.
그 벌판 위에 넓직 넓직 산업단지가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달라스 공항에서
급히 숙소를 예약하느라
와이파이를 이용하려고 자리를 잡았는데
옆 좌석의 맥시코 노인장 반기면서 물어본다.
꼬레아노~~
아! 기아! 하면서 반긴다.
나중에 알았지만 공항에서 도심까지 20여키로 좌우로 모두 산업단지
그 작은 일부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지만
맥시코인들 모두 꼬레아노라고 답하면 기아가 첫 마디였다.
숙소 앞 주차장에도 길에도 기아의 차량들이 간간히 보인다.
이렇게 맥시코에서의 첫날은 주변 한적한 산업단지 돌아보고 코로나 무서워 가 보고픈 곳 모두 침만 삼키고 세계 어느 나라든 있는 편의점 일레븐에서 와인과 세면도구 챙기고 알아듣지 못하는 티피만 열심히 보고 말았다. 허지만 이 때는 몰랐다. 험난한 귀국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 바베큐의 나라에 우뚝 자리한 한국의 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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