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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어려운 여자의 전생이야기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가시 국 어느 마을의 바라문 집에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자 득차시라에 가서 온갖 기예를 배운 뒤에 선인의 도에 들어가 풀뿌리와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신통의 힘과 선정의 힘을 얻고 해탈하여 설산에 살고 있었다. 그때에 복덕을 겸비한 어떤 사람이 삼십삼천에서 죽어 그곳으로 내려와, 어떤 연못에 있는 한 연꽃의 꽃받침에서 여자로 태어났다. 다른 연꽃은 다 시들어 떨어질 때에도 이 연꽃은 크게 봉오리를 맺었다. 그때 고행자(보살)는 목욕하러 와서 이 꽃을 발견했다. ‘다른 연꽃은 다 시들었는데 저 연꽃만은 크게 봉오리져 서 있다. 대체 무슨 까닭일까?’ 고행자는 물속으로 들어가 그 연꽃을 벌려 보았다. 그 속에는 사랑스런 소녀가 있었다. 그는 자기 딸과 같은 생각이 들어 소녀를 초막으로 데려다가 길렀다. 그녀가 16세로 성장했을 때 그 자태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아직 처녀의 자태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인간의 처녀로서는 가장 뛰어났다. 그때 제석천이 보살에게 봉사하려고 그곳으로 왔다. 그는 그녀를 보고 누구냐고 물었다. 보살은 그녀를 얻은 내력을 말했다. 제석천이 보살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무엇을 얻고자 합니까?” “벗이여, 저 여자는 주택과 옷과 장식품을 바랍니다.” “좋습니다. 현자님.” 제석천은 그녀를 위해 수정궁을 짓고 천인의 자리, 천인의 의복과 장식, 천인의 음식을 마련했다. 수정궁은 그녀가 오르고자 하면 마음대로 내려와 땅에 머무르고, 그녀가 오르고 나면 다시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수정궁에 있으면서 보살을 위해 갖가지로 봉사했다. 어느 동산지기가 그것을 보고 보살에게 물었다. “현자님, 저 여자는 누구입니까?” “저 애는 내 딸입니다.” 이 말을 들은 동산지기는 바라나시로 가서 왕에게 말했다. “대왕님, 저는 설산에서 아름다운 고행자의 딸을 보았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끌려, 그 동산지기를 길잡이로 삼아 사군을 거느리고 그곳으로 갔다. 설산 인근에 진을 친 왕은 동산지기와 대신들을 데리고 초막을 찾아갔다. 왕은 보살에게 요청했다. “현자여, 여자란 실로 수행인에게는 장애가 될 것이오. 당신 딸은 내가 보호하지요.” 보살은 ‘저 연꽃은 무엇일까?’라고 의심을 품고 물을 건너가 데리고 왔으므로 그녀의 이름을 의희(疑姬 의문,의혹,유혹의 소녀)라 했다. 보살은 왕에게 “그러면 데려가시오.” 하고 바로 말하지 않았다. “대왕님, 만일 당신이 저 여자의 이름을 알아맞히면 데려가도 좋습니다.” 왕은 보살에게 대답했다. “만일 그대가 그 이름을 일러주면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자님.” “저는 그것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알아내어 데리고 가십시오.” 왕은 그러리라 승낙했다. 곧 대신들을 불러 모으고 그 여자의 이름이 무엇일까 머리를 모아 의논 했다. 왕은 어려운 많은 이름들을 세어 기억하고 보살에게 가서 “이러이러한 이름이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나 보살은 “그런 이름이 아닙니다.” 하고 거절했다. 이렇게 왕이 이름을 생각하는 동안 1년이 지났다. 그 동안에 사자와 그 밖에 들짐승들이 코끼리와 말과 사람들을 많이 해쳤다. 또 독사, 파리, 등에가 많이 괴롭혔다. 추위를 견디지 못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나는 이제 저 여자에게 무엇을 구하겠는가.’ 왕은 보살에게 말하고 돌아가려 했다. 그때 의희는 수정궁의 창문을 열어 놓고 서 있었다. 왕은 그녀를 보았다. “우리는 네 이름을 알 수 없다. 너는 언제까지나 이 설산에서 살아라. 우리는 지금 돌아간다.” 왕의 말에 의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게송을 외웠다. “대왕님, 만일 대왕님이 돌아가고 만다면 저와 같은 왕비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삼십삼천의 심라원에는 아사바티라는 덩굴풀이 있고 그 열매 속에는 신주가 있습니다. 그 술을 한 번 마시면 4개월 동안 취해 신상에 잘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열매는 천 년 만에 한 번 맺는 것입니다. 저 신의 아들들은 술에 취해 ‘우리는 멀지 않아 저 열매를 얻으리라’ 하고 신주의 갈증을 참고 천 년 동안 끊임없이 ‘이것은 참으로 잘 자랐다’면서 그 덩굴풀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왕님은 겨우 1년에 권태를 느끼십니까? 희망의 열매를 얻는 것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결코 지치지 마십시오.”
저 심라원에 덩굴풀이 있어 그 이름을 아사바티라 하네 그것은 천 년에 단 한 번 그 열매를 맺네 신들은 끊임없이 간절히 바라 영원한 그 열매를 마음으로 기다리네
대왕님, 당신은 희망을 가져라 희망의 결과는 행복이니라 저 새들까지도 언제나 바라면서 그 희망에 충만해 있나니
비록 그것은 멀고 오래더라도 끝내 그 희망은 이루어지리 대왕님, 당신은 희망을 가져라 희망의 결과는 행복이니라
왕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이 끌려 다시 대신들을 모아 놓고, 그해가 다할 때까지 의논하여 겨우 열 개의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그 열 개 중에도 맞는 이름은 없었다. “그런 이름은 아닙니다.” 보살은 고개를 저었다. 왕은 또 ‘나는 저 여자에 대해 무엇을 구하겠는가?’ 하고 돌아가려 했다. 그때 의희는 또 창 앞에 서서 그 모습으로 나타냈다. 왕은 그녀에게 “너는 언제고 거기 살아라. 우리는 이제 돌아가련다.”라고 했다. “대왕님, 왜 돌아가려 하십니까?” “네 이름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왕님, 왜 제 이름을 모르십니까? 희망이란 실로 그 결과 없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마리 왜가리까지도 산꼭대기에 서서 제 희망을 채울 수 있었는데, 하물며 왕으로서 어찌 그 희망을 이룰 수 없겠습니까? 굳게 참고 버티십시오.” 그녀는 계속하여 말했다. “어떤 왜가리 한 마리가 연못에서 먹이를 찾다가 산꼭대기에 날아 올라가 서 있었습니다. 그는 그날도 그 이튿날도 거기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산꼭대기에 있으면 편안하다. 만일 이 뒤라도 여기서 내려가지 않고 항상 여기 앉아 있으면서도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시며 나날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어느 날 모든 하늘의 왕인 제석천이 아수라들을 항복받고 삼십삼천의 패권을 쥔 뒤에 ‘이제 내 마음의 희망은 충족되었다. 그러나 저 숲속의 누가 그 희망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때 그는 그 왜가리를 보았습니다. ‘나는 지금 저것의 희망을 채워 주리라.’ 마침 그때 왜가리가 앉아 있는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그만 개울이 있었습니다. 제석천은 그 개울물을 불러 산꼭대기까지 가득 차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 왜가리는 앉은 자리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물을 마시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물이 차츰 줄어들었다 합니다. 대왕님, 그 왜가리는 자신의 희망에 따라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대왕으로서 어찌 결과를 얻을 수 없겠습니까?” 의희는 희망을 가지라고 열심히 권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자태에 홀리고 그 말에 끌리어 떠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대신들과 의논하여 백 개의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그 백 개의 이름을 짓기 위해 다시 1년을 허비했다. 그는 이렇게 3년을 지낸 뒤에 보살에게 가서 물었다. “이 백 개의 이름 가운데 그 이름이 있습니까?” “대왕님, 당신은 아직도 모르고 계십니다.” 보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 왕은 보살에게 인사하고 떠났다. 의희는 또 수정궁 창 가까이 서 있었다. 왕은 그녀를 보고 “너는 여기서 살아라. 우리는 이제 돌아가려한다.”고 했다. 그때 의희는 “대왕님, 왜 돌아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너는 말로는 나를 충족시키고 애정으로는 충족시키지 않는다. 나는 너의 달콤한 말에 유혹되어 3년이란 세월을 부질없이 보냈다. 이제 나는 돌아가려 한다.” 왕은 그러고 나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소리 높여 불렀다.
너는 달콤한 말로 나를 충족시켰을 뿐 애정으로 내 가슴을 채우지 못했다 그것은 향기 없이 빛깔만 아름다운 저 세렛야카의 화만과 같다
부질없는 말만을 벗에게 주는 것은 주지 않고 아끼는 재물 같아 마지막엔 우정도 깨져 버리나니
그러므로 그 실행 예지할 수 없으면 그것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 실행할 수 없으면 말하지 말라 실행 없는 그 말을 현자는 멸시 한다
내 군사들은 모두 다 지쳤고 준비한 양식도 다 떨어졌다 내 세상의 파멸을 의구할 뿐 이제 떠나리, 떠날 때가 왔거니.
의희는 왕의 이 말을 듣고 “대왕님, 당신은 제 이름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바로 그것을 말했습니다. 제 이름을 아버지께 말하고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대왕님, 당신이 부른 그 이름이야말로 바로 제 이름입니다 이리 오십시오, 대왕님 아버지는 저를 허락할 것입니다.
왕은 보살에게 가서 경례했다. “현자님, 당신 딸 이름은 의희입니다.” “그 이름을 알았으니 데려가도 좋습니다.” 보살은 쾌히 승낙했다. 그는 보살에게 경례하고 수정궁으로 갔다. “처녀여,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내게 주었다. 빨리 가자.” “오십시오, 대왕님. 저는 이제 아버지께 고별해야 합니다.” 그녀는 수정궁에서 내려가 보살에게 인사하고 허락을 얻어 왕에게로 갔다. 왕은 그녀를 데리고 바라나시로 돌아가 많은 자녀를 낳고 평화롭게 살았다. 보살은 무너지지 않는 선정에 들어 범천 세계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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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의희가 그 대왕님을 퍽 존중했나 봅니다. ..살짝꿍 자기 정보들을 흘리는 것을 보면. (*^^*)
이제 두 주 정도 남은 이번 학기, 저는 지난 만 3년동안 배워왔던 불교를 총정리해보는 시간으로 만들려구 해요.
법우님, 고맙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