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변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지정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정화구역)’에 건립을 시도했다가 퇴짜맞은 호텔 가운데 39곳이 정화구역 안 건립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교육운동연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정화구역 안 호텔 건립을 원하는 39개 업체가 지난 2010년 3월~2013년 6월 사이에 학교환경위행정화위원회(정화위) 심의결과 허가를 받지 못했는데도 건립을 재추진하고 있다. 이는 호텔 건립이 불허된 69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5%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 23개 교육시민단체로 꾸려진 교육운동연대는 8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앞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규제완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진보개혁 진영 서울교육감 단일후보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진 왼쪽에서부터 4번째)도 참석했다. ©최대현 | |
지역별로는 서울이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대한항공(풍문여고 인근)과 한승투자개발회사(당산초 인근) 등을 포함해 32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3곳, 인천 2곳, 제주 2곳이었다.
현행 학교보건법 등에 따르면, 학교 정문과 후문에서 직선거리로 50m 이내의 절대정화구역에서는 호텔과 여관, 여인숙 등 숙박시설의 건립이 불가능하며, 지적도면 상 학교 경계선에서 직선거리로 200m 이내인 상대정화구역에서는 시도교육청 정화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정화위는 공무원과 학부모, 지역주민 등 13~17인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해 호텔업체들이 정화위에 참석해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승인이 불허될 경우 그 사유를 업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훈령 시안을 만들었다. 이 훈령이 시행될 경우 호텔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훈령은 지난해 9월 발표된 ‘3차 투자활성화 대책’ 가운데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건립지원’을 위한 추진과제로 포함됐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이 계속 늦어지기 때문에 4월 중에 훈령을 제정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혀 관심이 모아진다.
당산초 앞 호텔 건립을 반대하는 이종훈 한신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호텔업자가 정화위에 들어와 설명하면 정화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호텔이 들어선 뒤 몇 년 지나면 투숙객 등을 겨냥해 단란주점 등 유해업소가 생겨날 것이다. 피해는 아이들에게 간다. 끝까지 (건립을)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정화구역 안 건립 재추진 호텔 가운데 27곳은 학교 경계선에서 50m 밖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제출해 국회 교문위에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 27개 업체는 정화위 심의도 거치지 않고도 호텔 건립이 가능해진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상대정화구역 범위를 학교 경계선에서 50m 이내에 위치한 경우에만 정화위 심의를 받도록 한 탓이다. 특히 100실 이상의 호텔은 건립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절대정화구역‧상대정화구역 모두 정화위 심의 없이 건립이 가능하도록 법개정 시안을 만들었지만, 교육계 등의 반발로 일부 수정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사실상 정화구역 안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교육운동연대 “아이들 지키는 그린벨트, 지켜야”
23개 교육시민단체로 꾸려진 교육운동연대는 이날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광진흥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비교육적 환경을 감수하라는 것은 ‘죄악’”이라며 “학생의 교육환경보다 호텔업자의 이익을 앞세우는 교육부 훈령 제정과 관광진흥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정부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도 “학교위생 정화구역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그린벨트”라며 정화구역 안 호텔 건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운동연대는 교육부가 훈령 제정을 강행할 경우 국가권익위원회 등에 제정 중단을 청원할 계획이다.
첫댓글 헐~~
어쩌 어른들이 이럴까요ㅠ
엄마들이 이런곳에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