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7·여)이는 오늘 아침도 기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한 번 시작된 기침은 폐 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여린 목구멍을 할큅니다.
감기는 한여름에도 수진이를 괴롭히다 폐렴으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손녀를 지켜보는 김경자(68) 씨는 손녀의 곁에 부모가 아닌, 늙고 병든 할머니만 있다는 현실이 더없이 안타깝습니다.
수진이 아빠 형근(가명·38) 씨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어린 딸이 혹시 잘못될까 봐 멀리 일하러 갔다고만 해 놓았습니다. 수진이는 머지않아 아빠가 돈 벌어 돌아올 거라고 철석같이 믿습니다.
엄마 출산 후 폐색전증으로 숨져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기 빠듯
수진이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됐지만 형근 씨는 입학식에도 못 가봤습니다. 엄마는 수진이가 태어나던 해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형근 씨는 지금도 수진이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습니다.
형근 씨가 아내를 만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입니다. 형편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머니도 같이 살았고요.
아내는
임신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첫 아이를 품을 거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을 즈음, 아내가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켰습니다. 임신 6개월 때입니다.
병원 측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출산만 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임신 8개월째
제왕절개를 해야 했습니다. 아내는 중환자실로, 아기는
인큐베이터로 옮겨졌습니다.
아내에게는 폐색전증이라 진단이 떨어졌습니다. 몇 달 안에 숨질 것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아내는 지난 2004년 3월 출산한 지 20일 만에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렸지요.
결혼 초기 아내는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에서 결핵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죽은 뒤 확인해 보니 이미 그때부터 폐색전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진이가 커갈수록 아내를 죽게 한 병에 대한 공포가 어른거립니다. 수진이도 조금만 뛰어도 얼굴이 창백해지고 쓰러지곤 합니다. 장모도 폐색전증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형근 씨는 마약을 투약했다가 지난해 8월 3년6월의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교통사고로
허리통증이 심했는데 살을 빼면 한결 나을 거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살 빼는 약을 사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마약이었습니다.
순간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는 형근 씨. 그는 지금도 범죄에 대한 후회와 딸을 챙기지 못한 죄책감으로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자 씨도 허리
디스크와
골다공증,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닙니다. 30만 원이나 되는 월세 부담 탓
에 정부 보조금만으로 생활하기에는 너무 빠듯합니다.
수진이는 벌써 철이 든 것 같습니다. 비록 몸이 성하지 않지만 엄마를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늘도 멀리 돈 벌러 갔다는 아빠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수진이가
건강을 찾고, 나중에 돌아올 아빠랑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조재범 부산 부산진구청 전포1동주민자치센터. 051-605-6654.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441-9423~4.
△지난 23일자 준호 씨 이야기 54명의 후원자 230만 2천 원.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9시30분에 방송됩니다.
이렇게 됐습니다
7월 9일 자 인호 씨 이야기
인호의 사연에 많은 분들이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셨네요. 성금 273만 5천800원이 전달되었습니다. 덕분에 인호는 태권도 훈련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기관에서는 인호가 졸업할 때까지 다달이 얼마씩 돈을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인호의 기사를 보고 한 분이 연락을 해 왔습니다. 비슷한 병을 앓았는데 완치가 되었다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인호는 그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인호는 사회의 관심에 감사하며 병을 꼭 이겨내겠다고 합니다. 열심히 훈련하며 흘린 땀이 헛되지 않게 꼭 태권도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