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지리산종주를 하려고 했다
1박2일 좀 빠른 일정이라 잘 할 수 있으려나 걱정을 했었는데
5월 15일 까지는 산불 예방으로 입산 통제기간이라 산을 오를 수 없게되었다
그렇다고 잡은일정을 그냥 덧없이 보내려니 마음이 허락지 않아서
도보여행을 하기로....
우선 거창한 계획을 세워보았다
작년엔 남해안으로 땅끝까지 갔으니까
올해는 동해안으로
해운대에서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이번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작년처럼 한번에 여러날을 잡을수 가 없어서
주말을 이용해 일박이일씩 걷기로 했다
몇달이 걸릴지, 아니면 몇 년이 걸릴지,
몇 번에 나누어서 해야할지..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일단 시작하기로...
훨씬 짐이 가벼워 졌다
마음도 부담이 없다
잠은 찜질방에서 자도 될 것 같다
하루밤 쯤이야....
도시락 준비하고 오이두개와 사과세개, 생 고구마2개, 그리고 생수
(이번엔 다이어트도 성공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다음날 아침은 해먹어야 하니까
코펠과 버너, 약간의 쌀 과 반찬 조금, 예비식으로 라면 하나
여벌옷 한 벌, 비옷, 속옷과 양말, 세면도구로
배낭을 꾸린다
(난, 여행이란 무전여행이 제일 좋고 아니면 최소경비로
최대의 즐거움을 맛볼수 있다 생각하기에 길나서면 돈 잘 안쓴다)
4월 1일 토요일
아침먹고 8시에 집에서 출발!
해운대 바닷가에서 비디오 촬영을 시작으로
첫번째, 해운대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도보여행의 서막을 열었다
(난, 돈 버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 돈 모으는 재주도 없다
그러다 보니
나이들어 힘 없으면 돈이 없어 여행다니기도 힘들테니
그때는 추억을 먹으며 살아보려고 비디오촬영을 하기로 했다
열심히 찍어두었다가 지나간 세월 되돌아 보며 영상편집을 하다보면
또다른 즐거움이 있을테니....)
달맞이산책길로 접어들어 송정 바닷가까지...
개나리에 벚꽃에 진달래
이름모를 들꽃까지 모든꽃들이 일제히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의 옷차림에 표정까지도 화사하고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까지....
이젠 완전 봄이구나!!!
비올지도 모른다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라며 신랑에게 아양도 좀 떨고...
송정 바닷가에서는
길 카페에서 1000원짜리 커피한잔...
요즘엔 길 카페에서도 마일리지 적립을 해준다
다음에 또 오라고... 장사는 이렇게 하는거구나!
송정 죽도공원지나서 조금가다가 도로를 버리고 공수마을로 들어선다
도보여행 아니면 절대로 들어오지 않을길...
마을앞이 바로 부두며 부둣길 따라
계속걷다보니 바로 용궁사절 주차장 앞이었다
옆으로 국립 수산 과학원안으로 들어가서
전시물도 관람하고 잘 꾸며진 정원도 구경하고....
시랑리 동암마을로...
여기 바닷가는 낚시꾼들의 집합장소였다
도로에 통행료를 왜 받나 했더니...
여기서부터 연화리 서암마을 입구까지는
꼭 한번쯤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곳이다
차로가면 절대 갈 수 없다
중간에 군 초소가 막혀서 통과할 수 없는 곳이기에...
해변가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지?
들쭉 날쭉 보기좋은 해안선,
제멋대로 생긴 바위들과
그바위에부딪히는 파도와 갈매기들과....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으며
이런게 행복이구나! 감격도 해보고....
군 초소를 지나니까 해광사라는 절이 있고
그절앞 바닷가 끝에 높이 솟은 큰 바위위에
네 귀퉁이에 용머리로 장식한 기와 지붕과
굵은 기둥만 있는 건물안에 용왕님인지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그 주변엔 음력 삼월초에 기도드리면 좋은건지
굿하는 사람들이 여러팀 보였다
정성드려서 기도하는 모습들...
저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비는 걸까?
연화리에서는
포장으로 된 간이식당에서
전복과 해삼한접시 시켜놓고 소주한병 둘이서 나눠마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동행해준 신랑에게 감사의 표시도 하면서...
오후 1시반쯤 다시 출발하려니 비가온다
준비해간 비옷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나섰다
비옷입고 배낭메고 그위에 다시 비옷입고....
조금 가니 대변항
멸치배가 들어와서 어부들은 그물에서 멸치 털기에 한창이고
그 주변엔 갈매기떼들이 호시 탐탐 떨어진 멸치 주워 먹느라
기회를 보며 날고 있고 부두엔 장사치들과 주말을 이용해
멸치사러온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비고 있었다
계속 해안가를 따라 죽성리쪽으로 걸어간다
비오는 바다는 또다른 볼거리가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인지 파도도 높다
남해안에서는 볼수 없는 해안가 풍경이다
여기까지는 보는 재미가 있어서 걷는게 좋았는데
죽성리부터는 도로를 걸어야 하므로 재미없는 길이다
시온합섬을 오른쪽으로 두고 가다보니
기장 군청과 체육관이 나왔다
지어진지 얼마 안되서 인지
주변에 공원과 산책길과 편의시설등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잘 조성되어 있었다
5시쯤 일광해수욕장을 지나고 보니 빗줄기도 굵어지고
해도 저물고 주변엔 여관도
그나마 간간이 있는 민박집도
철이 이른탓인지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집으로 되돌아 가야할 것같은 위기감도 돌았다
칠암까지 와서야 겨우 민박집을 구할 수 있었다
연화 별장 식당이라는 곳에서...
저녁 7시다 11시간을 걸었나보다 (휴식시간 포함해서)
지난밤에 젖은 운동화와 비옷속에서 땀으로 젖은 티셔트도 말렸고
아침도 먹었고 일찍 출발 하려 했더니 또 비가온다
굵은 빗줄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더니
고맙게도 8시가 넘으니 빗님이 멈추어 주신다
칠암부두에는 횟집들이 줄지어 있고
처음으로 무리지어 날고 있는 제비들도 볼 수 있었다
임랑해수욕장에 도착할 때쯤 구름도 걷히고
햇빛이 뜨거워 진다
해변가에 줄지어 있는 집들은 모두가 민박집...
집집마다 에는
MT온 대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수 정훈희가 운영하는 카페도 보였다
오늘이 월내 장이란다
아침 일찍부터 장이 섰다 부두옆에... 여전히 파도는 높고....
시골장 구경이 쏠쏠하다
시장에 봄이 먼저 오나부다 봄에 나오는 나물들은 여기 다모여 있다
떡장수 할머니가 파는 쑥떡이 먹음직 스러워서 2천원어치 사고 나니
풀빵이 눈에 들어온다
8개에 천원이란다 또 샀다
이번에도 다이어트는 실패다
고리원자력발전소 때문에 바닷길은 여기서 끝나고 다시
31번 도로로 걷는다
길옆에 배밭이 많다 예전부터 서생배가 유명하더니
그래서 배나무가 많구나....
아직 배꽃은 피지 않았다
꽃망울은 올망 졸망 매달고 있었지만....
햇볕 때문에 어제보다 걷는데 덥다
참, 인간이란 간사하다
비가와도 걱정 해가 나도 걱정...
나사마을부터는 해안도로...
간절곶까지 죽~ 갈 수 있었다
여기도 차로는 한번도 지나가 보지 않았는데
정월 해맞이 행사 때문인지 고급 펜션들이 아주 많았다
그 하루를 위해 저 많은 펜션들이 다른때는 장사가 될까?
주제넘은 걱정도 해본다
간절곶을 벗어나면 계속 31번 도로로 이어진다
진하해수욕장을 지나니 서생 삼거리에서 31번과 14번도로의 갈림길
조금 망설이다가 이번여행은 남창에서 끝내기로 합의했다
울산까지는 오늘 갈 수 없을 것 같기에....
남창으로 접어드니
온천물이 좋기로 소문난 울산 발리 온천이 보인다
오후 4시다 이틀동안 19시간 걸었다
이틀간의 피로도 풀겸 온천이나 하고 가야겠다
통일 전망대까지의 첫번째 도보여행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첫댓글 씩씩한 정옥아 도보여행 시작했니? 부러워 덕분에 앉아서 여행 잘하고 있다
아~오로지 부러울 뿐이다...천생연분!! 비 오는 바닷길을 배낭메고 걷고 있는 부부...내 머리속엔 멋진 그림 한폭이...도보 여행은 쭉~계속 되리라 믿으며...
행복한 모습에 넘 부러워^^* 항상 건강하거래이^^*
내가 하고픈것을 먼저 하고있는 정옥 정말 부럽구만유 홧팅 !!!!
정옥아, 네 글을 읽으면서 다른건 다 사라지고 쑥떡만 생각이 나냐? 이 먹성을 어찌하면 좋을꼬?
대단한 정옥이 정옥아!도보여행의 첫 스타트 추카 추카~~이번 길은 좀 알아서 하나씩 짚어가며 너의글 감상한다. 글도 잘쓰고 걷기도 잘하고 항상 부러워 죽겠다
한편의 드라마를 본것 같다... mbc 베스트극장 ,,, 후일 작가 친구가 생길것 같은 예감?
무슨 말이 필요하노..정옥아 홧팅이다...근데 다리는 조심하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