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우리몸의 영양소를 공급하는 장소이다.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곳이다. 안방과 더불어 우리 집안의 가장 중요한 곳이다. 부엌의 주인은 대개 아내 몫이다.
그런데 은퇴 이후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남자인 내가 부엌 출입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도 대외활동이 왕성한 집사람을 대신하여 주방을 지키다보니 반 주부가 다 되어간다.
아울러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대신에 여성호르몬이 증가한 탓인지 자꾸만 여성스러워진다. 성질도 많이 죽었다.
더더욱 요리 등 부엌일이 재미있다.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렇듯 나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 남자가 해야 할 사항 가운데
집안청소, 요리, 쓰레기 버리기, 세탁 등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혼자 있을 때에는 직접 밥도 해먹어야한다. 내 경우는 콩이나 감자, 잡곡을 넣고 금방 해서 먹고 싶은데 집사람은 하얀 쌀밥을 한 솥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식사 때마다 데워서 먹는 타잎이다. 또 콩을 싫어해서 하얀 쌀밥을 주로 짓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1인용 밥솥을 사서 한끼 정도만 내 취향에 맞도록 밥을 안친다. 금방 해서 그런지 그렇게 맛있고 좋을 수가 없다.
살아오면서 식습관이 달라 맞춰 보려고 노력했으나 사십여 년이 지나도 그대로여서 은퇴 후 내가 내린 결단이었다. 진작 할 걸 후회가 막급이다.
끼니마다 조금 일찍 안치면 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밥맛도 좋다.
나아가 집사람에 대한 서운함도 사라졌다.
요즘 요리학원에 다니는 은퇴한 남자들이 많다고 한다.
내 경우는 퇴직을 대비하여 40대 재직시절, 사당동에 있는 동경요리학원에서 한식요리 3개월과정을 이수했다.
서울대학에 다니는 여학생과 같이 열심히 배우던 생각이 난다. 그 학생은 현모양처가 되기위한 준비라고 했다.
하지만 학원에서 배운 요리솜씨를 집에서는 적용하지 못했다. 집사람이 요리를 잘 하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에는 서서히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유학시절의 얘기이다.
혼자 지내면서 그 당시 배운 요리솜씨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집근처에 있는 콤비니(우리나라의 마트)에 가면 웬만한 요리는 다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ATM기는 물론이고 각종 공과금도 수납하여 참으로 편리했다 .
가끔 요리재료를 사서 옛날 실력을 발휘하여 혼자서도 맛있게 잘 해 먹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내가 직접 농사를 지은 재료를 사용하여 이런저런 요리를 해 먹고 있다.
어제는 가지, 부추, 고추, 호박 등을 이용하여 부침개를 해서 먹었다. 막걸리 한 잔의 안주로도 그만이다.
앞으로도 부엌 출입이 잦아질 것같다.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서.
첫댓글 남자가 여자보다 요리를 더 잘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거금을 들여서 20년이 지난 부엌을 싹 개조했습니다. 냉장고도 바꾸니 새집이 된 기분입니다. 집사람도 참 좋아라 합니다. 그동안 사용하지않은 그릇을 비롯하여 온갖 것들을 다 버리니 마음이 깨운합니다.
하나하나 요리를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요리책을 보기도 하지만 나만의 요리를 개발하는 멋도 부려봅니다.
은퇴자의 여유라 하겠지요.
아직 은퇴하지않은 분이라면 반드시 요리를 배우시기 바랍니다.
은퇴후 떳떳하게 살기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