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관 1위 사업자 CJ CGV가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관은 1년전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최대 피해 업중의 하나여서 CJ CGV도 러시아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CJ CGV의 철수 가능성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부동산 개발업체인 ADG그룹과 추진한 영화관 재개발 사업에 참여를 포기하면서 가시화했다. CJ CGV는 지난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2개 극장을 오픈하며 러시아에 진출했지만, 그마저도 ADG그룹 측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 ADG그룹이 CJ CGV 대신 현지 영화관 체인업체 '카로'를 새 파트너로 찾았다는 현지 매체의 지난해 9월 1일자 보도/캡처
ADG그룹은 영화관 개발 파트너를 CJ CGV에서 현지 영화관 체인업체인 '카로'(Сеть КАРО, KARO network)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ADG그룹은 앞서 모스크바의 기존 영화관 39개를 지역내 쇼핑 센터로 옮겨 개설하는 재개발 프로젝트를 모스크바 시당국으로부터 따냈고 CJ CGV와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결정적으로 CJ CGV의 러시아 투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해 러시아내 1등 영화관 체인업체를 꿈꿔왔다. CJ CGV는 그동안 러시아의 경직된 관료적 문화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 올린 CGV 극장 재개관 공지. "곧 개관,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캡처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올린 CGV 극장 일시 폐쇄 공지/캡처
CJ CGV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 "코로나 사태로 러시아에서 극장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고, 상황이 나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고 밝혔다
CJ CGV는 7개국에서 594개 사이트(극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적자를 냈다. 2020년 매출도 전년 대비 약 70% 줄어든 5,834억원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끌날 지 몰라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도 판매관리비를 전년 대비 33% 가량 절감했지만, 임차관리비 등 고정비로 무려 3.92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영화 수급에서도 적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심을 모은 주요 작품들이 예전처럼 극장 개봉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인 '넷플릭스'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배급사인 CJ ENM마저 지난해 2월 영화 ‘클로젯’과 8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9월 말 ‘담보’ 11월 ‘도굴’ 등 네 편의 작품만을 극장에 올렸을 뿐이다. 최대 기대작이었던 SF영화 ‘승리호’는 '넷플릭스'도 방향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