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짜지마라, 사리 찾지 미리" 버정 스님
#궁궁통1
법정 스님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합니다.
폐암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던
법정 스님은
위독해지자
급히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성북동 길상사로
갔습니다.
삐뽀삐뽀하는
구급차가
길상사 일주문을
들어선 뒤,
바퀴 달린 침상이
하나 내려졌습니다.
법정 스님은
산소마스크를 한 채로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제자들과
의료진은 급히
스님께서
예전에 쓰시던 방으로
침상을
밀고 갔습니다.
저는
길상사 뜰에 서서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요.
범종이
울렸습니다.
‘두~웅, 두~우~웅!’
법정 스님의
임종을 알리는
종소리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 스님의
유언이 발표됐습니다.
그 유언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습니다.
“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관(棺)도 짜지 마라.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 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 해라.
사리도 찾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
스님이 썼던
수필집 제목 마냥
무소유,
그
흔적 없는 울림을
우리의 가슴에
오롯이
꽂았습니다.
#궁궁통2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독일에 있던
현각 스님이
한국에 왔습니다.
법정 스님은
송광사 문중이고,
현각 스님은
스승인 숭산 스님의 화계사 쪽
문중입니다.
둘 사이에는
각별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법정 스님이
서산 대사의 저서 『선가귀감(禪家龜鑑)』을
바탕으로
『깨달음의 거울 : 선가귀감』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서산 대사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 맞서 승병을 이끈
대단한
장수이기도 하지만,
불교의 정수를
깨치고
대중을 향해
쏟아낸
선사 중의 선사이기도
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이 책의 영어 번역을
현각 스님에게
부탁했습니다.
“저는
자격이 안 됩니다.”
수차례 거절했지만
간곡한 부탁을
현각 스님은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법정 스님이
이렇게 말했거든요.
“이 책의 영어 번역은
단순한
영어 전문가가 아니라
반드시
영어를 아는
수행자가 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요.
앙코 빠진
찐빵이 될까 봐
우려한 겁니다.
#궁궁통3
법정 스님의 다비식
다음날,
현각 스님과
서울에서
마주 앉았습니다.
현각 스님은
영어 속담을
하나 꺼냈습니다.
“미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현각 스님은
법정 스님의 유언이
이걸
고스란히
보여주었다고 했습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사실
수의에만
주머니가 없는 게
아닙니다.
불교는
우리의
마음에도
주머니가 없다고
말합니다.
#궁궁통4
‘금강경’에는
유명한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응무소주이생기심.
(應無所住 而生其心)
풀이하면
이런 뜻입니다.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왜
머물지 않고
마음을 내라는
걸까요.
또
그게
너무나
마땅하다고,
응당(應)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요.
마음에는
본래
주머니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담아둘 주머니가
마음에는
본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쓰라고
하는 겁니다.
마음을 담아둘
주머니가
본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치를 모르면
자꾸만
주머니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저런 주머니를
마음에
주렁주렁 달고서
살게 됩니다.
법정 스님은
이것이
‘소유욕’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착(着)’입니다.
주머니 없는
마음에
억지로
주머니를 만드는 건
집착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설했습니다.
아무런
물건도 갖지 말고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마음에
아무런 주머니도
달지 말고
살라는 뜻입니다.
법정 스님은
왜
관을 짜지 말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겼을까요.
마음에는
본래
주머니가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몸소
일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출처:중앙일보] 백성호-종교 담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