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11,21ㄴ-26; 13,1-3; 마태 10,7-13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입니다. 본래 이름은 요셉이었는데, 예루살렘 사도들이 ‘바르나바’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사도 4,36). 바르나바는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인데요, ‘마음의 상처에 약을 바르나 봐~’ 그래서 ‘바르나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독서에서도 “바르나바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린 것을 보고 기뻐하며, 모두 굳센 마음으로 주님께 계속 충실하라고 격려하였다.”라는 말씀이 나오는데요, 이처럼 위로와 격려를 잘하였기 때문에 위로의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것으로 보입니다.
바르나바는 개종한 바오로 사도를 예루살렘 교회에 소개하였고(사도 9,27), 오늘 독서에 나온 것처럼 타르수스로 가서 바오로 사도를 안티오키아로 데려왔습니다(사도 11,25-26). 바르나바 사도가 안 계셨더라면 바오로 사도가 당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요, 만일 그랬다면 오늘날 교회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 사도는 이처럼 함께 복음 선포에 전념하는 귀한 동반자였는데, 사도행전 15장을 보면 서로 뜻이 맞지 않아 감정이 격해져 갈라지게 됩니다. 바르나바는 마르코를 데리고 키프로스 섬으로 떠나고, 바오로는 실라스와 함께 시리아와 킬리키아로 향합니다. 이처럼 사도들도 뜻이 갈라질 때가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위안이 되기도 하는데요, 옳은 일을 하면서도 갈라질 수 있고, 누군가와 갈라선다고 해서 둘 중 하나가 반드시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전승에 의하면 바르나바 사도는 키프로스 섬에서 순교하신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을 파견하시며 그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말고 하느님께만 의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마땅하면 너희의 평화가 그 집에 내리고, 마땅하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 말씀은 우리의 고민을 없애주는데요, 누구를 만나면 평화를 빌어주고 누구를 만나면 나쁜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이 다 평화를 빌어주면 됩니다. 평화가 그에게 가든지, 나에게 오든지 할 것입니다.
오늘 독서 말씀에 따르면, 바르나바와 바오로 사도가 안티오키아에 일 년 동안 신자들을 만나며 수많은 사람을 가르쳤고, 이제 제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게 됩니다.
우리 자신을 지칭하는 수많은 단어가 있습니다. 저는 사제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며,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중 가장 위안이 되는 단어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닛싸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그리스도’라는 이름이 신약성경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즉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 하느님께서 그 안에 거하시는 ‘다가갈 수 없는 빛’, 거룩함과 속량, 위대한 대사제, 파스카 양, 속죄의 제물,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 만물을 만드신 분, 영적 양식, 영적 음료, 영적 바위, 물, 믿음의 기초, 머릿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 위대하신 하느님,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 모든 피조물의 맏이, 죽은 이들의 맏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맏이,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 외아들, 영광과 존귀의 관을 쓰신 분, 영광의 주님, 시작, 정의의 임금, 평화의 임금, 나라의 권한을 가지신 형언할 길 없는 만물의 임금”이십니다.
그레고리오 성인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좋으신 주인 덕분에 위대하고 지극히 거룩하며 이름들 가운데 첫째인 이 이름을 나누게 되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영광을 입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된 우리는, 우리 삶이 그 이름에 대한 증언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바라본 그리스도인은,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람이고, 나를 거스르는 사람에게도 평화를 빌어주면 그 평화가 그를 위로하리라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그 평화가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세계 평화, 남북한의 평화, 나와 너의 평화를 빕니다.
빠올로 베로네세, 병자를 치유하는 바르나바(1566년)
출처: Barnabas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