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자비(慈悲)의 종교라고 한다.
불교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의 핵심으로 삼기 때문이다.
불교의 자비정신은 “삼계의 고통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붓다의 탄생게에서부터 시작한다.
채개장의 핵심은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들깻가루 양념에 버무린 채소를 뭉근한 불에 오래 끓여 채소의 다양한 맛이 우러나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냉장고의 채소칸과 냉동칸에서 할 일을 잃고 헤매는 다양한 채소를 구원할 수 있는 음식이다. 얼큰하고 맵게 먹고 싶다면 끓는 마지막 단계에 고추기름을 넣고 먹기 전에 청양고추를 얹는다. 어떤 채소를 넣어도 상관없지만 고사리와 대파 그리고 숙주는 꼭 넣어야 한다. 부드러워진 고사리는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낸다는 것을 고기를 끊고 알게 됐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채소를 손질한 뒤 한 차례 데치고 이를 된장 4, 들깻가루 2, 고춧가루 1, 고추장 1의 비율로 만든 양념에 버무려 들기름에 살짝 볶고, 물을 붓고 폭폭 끓이면 된다. 맛을 더 좋게 하겠다고 특별한 육수를 낼 필요도 없다. 물에 다시마 한 장이면 된다. 다양한 채소와 된장이 국물 맛을 풍성하게 한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중약불에서 충분히 끓이자. 부족한 간은 가급적 한식 간장으로 한다. 채소에서 다양한 맛이 우러나 깊고 동시에 담백한 맛을 낸다.
출처 : 한겨레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