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 세계는 "한국어의 화신"으로까지 평가되는 미당 서정주의 시 세계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최고의 문학 평론가 김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식이 없는 의식, 자작농의 밋밋한 삶은 고양된 혹은 충전된 삶에 대한 감각이 마모되어 있어, 비장이나 장엄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사실의 정확한 전달이라는 묘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도 못하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31쪽)
고은은 자신보다 잘나고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유명 문학인들을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폄훼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상 평전, 한용운 평전, 미당 담론 등을 써서 별 근거도 없이 악의적인 중상을 가하며 이 시인들을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정규적인 교육 과정을 밟아 문학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시라면 모를까 비평을 쓰기는 능력 밖의 일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가 쓴 글에서는 어떤 문학적 식견이나 통찰은 전혀 엿보이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색깔의 선명성을 밝히고자 하는 욕구만 잔뜩 드러난다.
이상을 비난하고, 만해의 불교 정신과 독립운동과 문학 세계를 사정없이 깔아뭉겠다. 살아 있을 때는 예, 예 하면서 따라디던 미당도 죽고 나자 난도질했다. 청록파 시인도 그를 만나자 죽사발이 되었다. 특히 박목월이 심하게 당하였다. 천상천하 고은 독존이었다.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승려 시절부터 폭음을 즐겼다고 한다. 결국 그 술이 그의 신세를 망치게 했다. 그의 기행을 두고 혹자는 알콜 중독이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고 한다. 그가 성추행 범이 된 것도 술과 연관이 있을 듯하다.
고은의 자료를 찾다보니, 고은의 추잡한 성문제는 긴 역사성이 있었다. (-그건 너무 많고 길어서 생략합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성 추잡범을 옹호하고 나선 문인들이다.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여자 문인들이 옹호하고 나셨다. 남자 시인은 웃옷을 벗어던지면서까지 고은을 옹호하고 나셨다나. 그러면서 예술의 고귀함을, 자유를 소리치고, ---- 우리 문단이 코미디언의 단체인 듯 하다.
내가 그의 시를 알지 못하며, 대표작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인터넷 검색에 올라오는 시를 올리겠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우선 시인 고은의 시부터 감상해 봅시다.
눈길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여 들리나니 대지(大地)의 고백(告白)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寂寞)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
* 奢侈
어린 시절, 고향 바닷가에서 자주 초록빛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빨랫줄은 너무 무거웠고 빨래가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오랜 병(病)은
착한 우단 저고리의 누님께 옮겨갔습니다
아주 그 오동(梧桐)꽃의 폐장(肺臟)에 묻혀 버리게 되었습니다
누님은 이름 부를 남자가 없었고
오직 '하느님!' '하느님!'만을 불렀습니다
저는 파리한 채, 누님의 혈맥(血脈)은 갈대밭의 애내로 울렸습니다
이듬해 봄이 뒤뜰에서 살다 떠나면
어쩌다 늦게 피는 꽃에 봄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윽고 여름 한동안 저는 흙을 파먹고 울었습니다
비가 몹시 내렸고 마을 뒤 넓은 간석농지(干潟農地)는 홍수에 잠겼습니다
누님께서 더욱 아름다왔기 때문에 가을이 왔습니다
찬 세면(洗面) 물에 제 푸른 이마 주름이 떠오르고
그 수량(水量)을 피해 가을에는 하늘이 서서 우는 듯했습니다
멀리 기적(汽笛)소리는 확실하고 그 뒤에 가을은 깊었습니다
모조리 벗은 나무에 몇 잎새만 붙어 있을 때
누님은 그 잎새들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맑은 뜰 그 땅 밑에서 뿌리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더 푸르기 때문에 제 눈 빠는 버릇이 자고
그러나 어디선가 제 행선지(行先地)가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누님께서 기침을 시작한 뒤 저는 급격하게 적막하였습니다
차라리 제 턱을 치켜들어 보아도
다만 제 발등은 노쇠(老衰)로 복수(復讐)받았습니다
마침내 제가 참을 수 없게 누님은 피를 쏟았습니다
한 아름의 치마폭으로 고히는 그것을 껴안았습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보았습니다, 누님의 깊은 부끄러움을
그리고 그 동정(童貞) 안에 내숙(內宿)한 조석(潮汐)을
그 뒤로 저의 잠은 누님의 잠이었습니다
누님의 내실(內室)에는 어떤 고막(鼓膜)이 가득 찼고
저는 문 밖에서 순한 밤을 한 발자국씩 쓸었습니다
누님께서 우단 저고리를 갈아입던 날
저는 누님의 황홀한 시간을 더해서
겨울 바닷가를 헤매이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듬해 봄의 음력(陰曆), 안개 묻은 빨랫줄을 가리키며
누님의 흰 손은 떨어지고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울지 않고 그의 흰 도자(陶磁) 베개 가까이 누워
얼마만큼 그의 혼을 따라가다 왔습니다
* 고은시전집-민음사
* 낯선 곳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
* 고은시집[내일의 노래]-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