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만 그리고 있을 때
오, 주님!
삶이 평행선을 그어놓은 듯이
비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으로 이어질 때
꽁꽁 묶여 있는 것만 같고 갇혀 있는 것만 같아서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싶습니다
그날이 그날 같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맴맴 돌고 있는 것만 같아
지루함이 온몸에 매어 있습니다
시원한 비 한 번 내리지 않고
거센 바람 한 줄기도 불어오지 않는 삶은
더욱 지루함 속에 빠져 들게 합니다
삶에 변화가 있어야 생기가 돌기에
변화를 원하는 마음은 발꿈치를 들고서라도
어디론가 도망쳐버리라고 말합니다
친구들에게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묻다가도
그 일마저 지루해지면 이불을 깔고
차라리 잠이나 푹 자고 싶어집니다
마지막 열차를 놓친 다음 날
첫 열차를 기다려야 하는
긴 공백의 시간은
참으로 무료하고 지루해 견디기가 힘듭니다
까만 밤하늘에 빛는 별들이 없었다면
밤은 지루하기만 했을 것입니다
별들이 있기에 새벽이 오기까지
밤은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은 활발한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원합니다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그림같이 정지된 삶은 싫습니다
안락한 의자에 앉아 외톨이로 즐기기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추구하며
격정과 보람의 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나는 이 모험을 계속하겠습니다
오, 주님!
작은 풀잎도 살아 있어 꽃을 피웁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거세게 출렁이는 파도를 보며
가슴에 차오르는 벅찬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밝히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옵니다
바람처럼 묻어왔다가 가버리는 삶일지라도
머무르는 동안 누구나 변화를 원할 것입니다
삶의 가려움을 확 긁어내리고 싶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기도 / 용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