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천스님의 오금박은 편지 208|혜천(嵇瀳)스님의 아파마나 流行記...
http://cafe.daum.net/bodydhamma/MjWx/218
수행자는 수행이 깊어지면 세상에 무관심해 진다고 수행자들 스스로 생각하고 말합니다.
현실의 세계에 살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심리 현상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큰일에는 눈감고 작은 일에는 눈을 치켜뜹니다.
수행자는 두려워하면서도 쫒아가고 두려워하면서도 맞서고 주저 하면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현실은 나만의 세계가 아닙니다.
나만의 열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외면되고 불인정된다면 그것은 망상입니다.
붓다의 깨달음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깨달음입니다.
붓다도 세상이 그를 붓다로 받아들였기에 붓다입니다.
현실의 세계에 살면서 현실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사유는 현실을 초월해 있다고 믿을 수 있지만 몸은 현실의 세계에 있습니다.
몸이 곧 마음입니다. 몸을 떠난 마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행복도 몸이 있어 행복입니다.
자꾸 관념의 사유속에 자신을 밀어 넣으면 안됩니다.
불교는 "자타카"속에 있습니다.
자타카는 전생에 힘없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서원행을 행하였다고 합니다.
붓다는 더 좋은 사회를 구성하기 위하여 희생과 헌신을 하였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라는 설명입니다.
작은 일에는 분개하면서 정작 큰일에는 눈을 감고 자신의 수행이 높아 세상에 무관심한 듯 처신하는 것은 비겁함을 감추려는 비굴함입니다.
어느 불자님이 보디가야에서 벌어진 기독교인들의 행태에 무기력한 불교에 대하여
불교는 자비심이 두터워 그러냐고 물은 분이 있었지요.
난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가사를 걸친 사람으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지요.
난 그때 이렇게 말하였지요. 아니요 자비로워서가 아니고 비겁해서 그렇습니다.
비겁해 잘못을 보고도 두려워 말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깨달음과 자신의 체험의 드높음을 말합니다.
그 체험과 깨달음은 유리하면 논하고 불리하면 꼬리를 내리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관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오늘의 불교 수행자들의 현실입니다.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가 생각납니다.
혜천.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붙여 마무리하여 주세요. 연암선우님 잘 지내시지요.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씩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는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만큼 작으냐?
바람에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작으냐?
정말 얼만큼 작으냐..
[출처] 김수영을 그린다.작성자 노을 jes1.hwp
혜천스님 - 초기불교전공 보리도량
http://cafe.daum.net/bodydhamma
원불사근본불교대학源佛寺
http://cafe.daum.net/wonbulsatemp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