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페라리의 4인승 GT카 ‘페라리 GTC4 루쏘 T’를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승했다. 스포티한 성능과 데일리카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닌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 가문의 특별한 모델이다.
가장 편안하고 우아하며 스포티함을 충족시킨다는 페라리 GTC4 루쏘 T는 여유로운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페라리를 컨셉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페라리로서는 최초로 8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한 4인승 모델로 사실상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모델이기도 하다.
그만큼 독특한 페라리임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페라리가 가진 레이싱 DNA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라 시승장소를 인제 스피디움으로 결정한 것이다.
강인하고 우아함, 페라리 GTC4 루쏘 T
먼 거리를 스트레스 없이 이동한다는 목적의 차인 GT카에서 널찍한 공간과 편안한 시트 그리고 강인한 드라이빙 성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페라리 GTC4 루쏘 T는 완벽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페라리 캘리포니아 T의 앞모습 그리고 1960년대 페라리 GT카로부터 이어져온 고유한 뒷 모습 디자인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있었다.
특히 레이싱 DNA를 듬뿍 담은 프론트 에이프런과 사이드 에어벤트, 리어 디퓨저 등은 강렬함을 넘어 페라리의 오랜 레이싱 역사를 담아낸 듯 하다.
4인승이라고 해도 좌우측에는 각 1개의 문을 열 수 있다. 앞 좌석을 잠시 접고 뒤로 들어가야 하는데 레그룸이 생각보다 상당히 넓고 시트는 안락하다.
듀얼 콕핏 컨셉트를 담은 시트는 풍만하면서도 날카로운 포인트를 두어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전투기 제트엔진 디자인을 닮은 6개의 송풍구는 감탄사를 절로 자아낸다.
듀얼 콕핏 개념에 맞게 중앙에는 10.25인치 터치스크린과 조수석에는 8.8인치 터치 패널이 좌우로 길게 배치되어 있다.
센터콘솔이나 도어 포켓 등도 페라리 다운 날카롭고 강렬한 디자인으로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어 보였다.
트렁크 공간은 450L로 뒷좌석을 접으면 800L까지 늘어난다. 여행용 캐리어나 보스턴 백 2개씩 들어가는 걸로 보면 된다.
역시 페라리! 그냥 달려도 남다르다
페라리 GTC4 루쏘 T 엔진은 3,855cc 배기량을 가진 V8 엔진으로 대구경 터보를 얹어 모두 610마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힘을 전달하는 7단 변속기는 F1에서 갈고 닦은 듀얼클러치 방식을 썼다. 최대토크는 3,000~5,250rpm에서 77.5kg.m을 발휘할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3.5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320km/h로 제한되어 있다.
시트에 몸을 묻고 시동을 걸면 우렁찬 배기음이 귓가를 울린다. 패들시프트로 수동변속을 할 수도 있지만 선두차의 무전지시에 따라 자동변속상태로 트랙에 올랐다.
승차공간 앞에 얹혀진 엔진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전후 무게 배분은 46:54로 이루어져 밸런스는 완벽하다. 여기에 네바퀴를 모두 굴릴 뿐 아니라 코너링시 뒷 바퀴도 같이 선회하는 4WS 시스템을 장착해 사이드 슬립 앵글을 거의 완벽하게 잡아낸다.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함은 말할 것도 없이 코너링의 진입과 이탈시에 몸놀림은 기운찬 야수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풍족한 토크를 거의 전 영역에 걸쳐 발휘하므로 어떤 영역에서도 출력을 부족함은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감성을 자극하는 페라리 V8 엔진 사운드는 달리는 과정을 완전히 다른 즐거움으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정숙할 때는 한없이 얌전한 반면 약간만이라도 엑셀을 밟으면 무서운 힘을 토해내면서 도로를 제압한 후 숨을 고른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일상적인 영역으로 페라리를 끌어들인 차다.
그래서 잘 알려진 페라리T나 488 GTB와는 4인승이라는 점 이외에도 몇 가지 다르다. 시종일관 꽉 조여진 핸들링을 발휘하는 2인승 스포츠카 페라리와는 달리 약간 헐겁다는 느낌이 들만큼 핸들링에 여유가 주어진다.
또 코너 주행성능시 안정감을 향상시키는 4WS는 트랙에서는 별 감흥이 없지만 일반 도로나 먼 거리를 주행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페라리 GTC4 루쏘 T 터보 엔진은 2016년 세계 10대 엔진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이름이 높은 엔진인데 민첩한 반응 속도면에서는 거의 상대할 적수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제어력도 상당해 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쭉 뻗은 트랙에서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rpm 게이지는 배기 사운드와 어울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페라리 GTC4 루쏘 T의 키를 손에 넣으려면 무려 3억~4억 원이 필요하다. 주문한 오너를 위해 다양한 스폐셜 패키지까지 적용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언제나 그렇듯 페라리는 너무 좋지만 너무 비싸다.
출처 : 엔카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