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은 시간여행하기에 딱 좋다. 마음으로 시간을 옮겨 다니기에 정말 좋은 장소다. 천년의 세월을 시기별로 골라 다닐 수 있다. 신라의 시작과 끝을 엿볼 수 있다. 시간대별로 역사를 아우를 수 있다.
경주 남산엔 원형이 잘 보존된 유산이 많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많은 걸 보게 된다. 유물과 유적 하나하나가 관광자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석불과 석탑 모두가 역사교육자료로 기능을 제대로 한다.
경주 남산의 주봉은 금오봉(金鰲峰, 468m)이다. 해발 고도가 더 높은 고위봉(高位峰, 494m)이 보좌하는 형상이다. 두 봉을 중심으로 동서 4㎞, 남북 10㎞의 타원형이다. 신라 고도 서라벌의 진산(鎭山)이다.
경주 남산엔 '불국토의 염원'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신라 천년 역사와 관련된 '노천박물관'이다. 능선과 골짜기에 절터 147곳, 불상 118기, 탑 96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이 남아 있다. 왕릉도 13기나 된다. 산성 터는 4곳이다.
경주 남산의 문화유적의 수는 모두 672개다.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국보 312호다.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용장사지 삼층석탑 등 보물급 문화재도 13점이다. 경주 남산 자체가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주 남산에는 40여 개의 골짜기가 있다. 답사코스도 70여 개나 된다. 그 중 삼릉을 답사하고 금오봉을 오르는 게 좋다. 삼릉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불상들을 볼 수 있다. 내려가는 길에 용장사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다.
남산에는 많은 불상과 불탑들이 남아 있다. 길목마다 불상이 있다. 길 끝엔 어김없이 불탑이 서 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불상을 시대별로 만날 수 있다. 물론 보존 상태가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다양하다.
경주 남산 유적은 대부분 석불과 석탑이다. 석불 중에는 마애불(磨崖佛)이 많다. 남산에 질 좋은 화강암이 많은 덕이다. 불교 전래 이전부터 이어진 바위 신앙도 한몫했다. 불교와 전통의 기복신앙이 만든 작품이다.
세계사에서 천 년의 역사를 누린 나라는 많지 않다. 세계사적으로 신라와 로마 밖에 없다. 경주 남산은 신라의 시작과 끝이다. 박혁거세가 탄생한 나정(蘿井)은 남산에 있다. 경애왕이 숨을 거둔 포석정 역시 남산에 있다.
경주 남산은 섣불리 설명하기 어렵다. 바위 하나가 그저 돌이 아니다. 곳곳에 불보살이 숨어 있다. 벼랑 끝 직벽에도 설명이 어려운 신성이 깃들어 있다. 말(言)로 다하기 어렵고 글로 다 적기 어려운 산이다.
경주 남산은 천 년 불사의 땅이다. 부처님을 모르면 남산을 알기 어렵다. 천 년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다. 부처님의 글을 깨치고 마음을 알아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인생은 '기필코' 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