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반복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되고 그 일로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 똰 꼭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더 급한 일이(사실은 판단의 잘못인데) 있다는 핑계로 미루는 경우도 있다. 돈이나 시간, 환경 때문에 시야를 넓게 보지 못하고 사고도 갇혀 있는 건 아닌가? 혹시 내 문제가 아니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온 사회와 개인에게 만연한 근시안적 미봉책을 업스트림 방식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친구와 강가로 소풍을 나갔는데 살려달라는 외침과 함께 아이가 떠내려온다. 한 명을 건지니 또 한 명이 내려오고, 한 명을 건지고 나니 또 한 명이 떠내려온다. 분명 상류(upstream)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 상류로 가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끝없이 떠내려오는 아이들을 건져내기만 할 것인가?
"업스트림"은 "스틱" "스위치" 등으로 전 세계 3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 댄 히스의 신작이다. 댄 히스는 "업스트림"을 위의 일화로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 대부분은 상류에 가서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류(업스트림)로 가는 대신 아이들을 건져내는 작은 해결책에만 집중한다. 원인이 남아 있으므로 문제는 반복되고, 우리는 가짜 문제만 치우다가 지치고 만다. 이것이 저자가 모든 조직과 인생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말하는 '다운스트림' 문제다.
박스에 비싼 TV 그림을 인쇄해 물품 파송률을 80% 낮춘 자전거 회사(142쪽), 서비스를 해지할 고객을 예측함으로써 해지율을 50% 낮춘 링크드인(180쪽), 고등학교 1학년(9학년)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졸업률을 20% 이상 올린 고등학교(42쪽) 등, 조직의 함정에 빠졌지만 이를 극복한 사례가 가득하다.
그러면서 우리가 계속해서 같은 문제에 시달리는 3가지 이유(문제 불감증, 주인의식 부족, 터널링 증후군)와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7가지 업스트림 전략(인재, 시스템, 개입지점 탐색 등)을 제시한다. 작은 문제만 해결하면서 진짜 문제를 피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게 하고, 현실적인 업스트림 해법을 건넨다.
"업스트림"은 기업 혹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도 도움이 된다. 직원 개개인을 살펴보면 장점과 능력을 가진 인재인데, 모여 일하게 되면 장기적인 시야와 비전을 잃고 근시안적으로 변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내건 목표 달성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원래 의도했던 혁신 자체를 왜곡하는 경우다. 힘들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보다는 교통 위반을 잡아내는 '경찰 놀이'에 열을 올리는 경찰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범죄 감소 실적을 위해 강간을 ‘서비스 절도’로 축소 은폐하는 경찰 간부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졸업률을 높이기 위해 부적응 학생을 전학시키기에 급급한 학교장의 경우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면 원래 의도와는 달리 수치만 달성하는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은 업스트림 행동 방식을 이용해 어떻게 조직 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지, 그걸 어떻게 성과로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 생생한 사례들로 보여준다.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달성률만 높이며 자화자찬하는 ‘회사 놀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여러 무기들을 얻을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무기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중 측정법'이다. "업스트림"은 단순한 데이터는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므로, 질과 양이 모두 고려된 이중 측정법을 사용해야 함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보스턴시에서는, 보도블럭 손상이 심각한 가난한 동네가 아니라 멀쩡한 부자 동네에 보도블럭 수리가 집중되는 기현상이 발견됐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가 자기들을 돕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민원을 넣지 않았고, 정치인들은 부자들의 말에만 귀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민원 전화 처리 건수라는 잘못된 데이터에만 의존해선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은 데이터를 상벌용 채찍으로만 활용함으로써 조직원들을 노예로 만들고 결국 문제를 키우고 만다.
그 외에도 "업스트림"은 조직의 성과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법, 잘못된 대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법,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개입 지점을 찾는 법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리더와 조직이 겪는 수많은 난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업스트림"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회사의 운영, 공공의 문제 등 수많은 사회 현상을 꿰뚫어 보고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프레임’을 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공공 영역의 문제 사례로 미국 의료 시스템을 자주 거론한다. 미국은 약간의 돈을 들여 큰 병을 예방하는 효율적인 방식(업스트림)을 놓아두고, 병이 난 뒤에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고치는 기형적인 시스템(다운스트림)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지나친 건강검진 때문에 (별로 치명적이지도 않을) 갑상선암 발병률이 15배나 치솟는 등의 부작용을 겪었다. 아마 가장 좋은 업스트림 해결책 사례는 켈리 던과 재클린 캠벨의 ‘20개 항목 설문지’일 것이다. 이들은 남편에게 학대받다가 여성이 살해당하게 되는 과정에 여러 가지 패턴이 있음을 눈치 채고, 이를 방지할 설문지를 만들어서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체크해, 고장이 나기 전에 수리기사를 보내는 스마트 엘리베이터 역시 좋은 예일 것이다.
‘업스트림’이라는 프레임은 문제의 진정한 근원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개입할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게 돕는 보편적인 문제 해결 프레임이다. 우리는 종종 작은 해결책을 찾아냄으로써 오히려 큰 문제를 외면하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나약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고 건물이 무너진다. 지금 당신의 결정은 정말 문제의 업스트림을 향하고 있는가? 얄팍한 만족의 문을 닫고 싶을 때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올려야 하는 것, 자신의 인생과 우리 사회를 위해 꼭 익혀야 할 사고법, 바로 ‘업스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