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문장을 읽다 모르는 한자가 나왔을 경우 제가 자전을 보는 방법인데
혹시 한문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하여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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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에서 모르는 한자를 자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가지 뜻이 있어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어려움이 있다.
이때 서두르지 말고 기왕에 모르던 글자라면 제대로 한번 잘 살피는 것이 좋다.
우선 그 글자의 중심개념(本意)을 살펴보고,
다음은 그 중심 개념이 어떻게 변화되어 사용되었는가(轉注),
어떻게 끌어다 썼는가(引伸)를 살피면
이후 이 글자를 다시 만날 때 이전 문장과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어도 의미를 파악하기 쉽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글자의 느낌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성현의 악학궤범 서문을 읽다가 發於虛而成於自然이라는 문장에서 發을 몰라서 자전을 찾으면
이 글자에 대해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가 되어 있다.
1. 피다. 2. 쏘다. 3. 일어나다. 4. 떠나다. 5. 나타나다. 6. 드러나다. 7. 밝히다. 8. 들추다. 9. 계발하다. 10. 베풀다.
이 풀이 중에 위의 문장에 맞는 것을 고른다. 대개 그렇게 하고 만다.
그런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고 기왕 찾은 이 發자를 좀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위에 설명된 10가지 풀이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아, 이 글자는 무언가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던 것이나 보이고 들리거나
움직이지 않던 것이 움직이게 되는 경우에 사용되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단어 몇 개를 살펴서 이 느낌을 강화한다.
發矢: 화살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화살을 움직이게 함.
出發: 나가기 전의 움직이지 않는 데서 나가도록 움직임.
發明: 밝지 않은 상태에서 밝은 상태로 보이게 함.
誘發: 움직이지 않는 것을 꾀어서 움직이게 함.
發掘: 땅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을 파내어 보이게 함.
發火: 보이지 않던 불을 피워 불이 보이게 함.
發見: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됨.
發芽: 보이지 않던 싹이 보이게 됨.
發音: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게 됨
대충 이정도만 확인해 보아도 이 發자의 느낌을 충분히 기억할 수 있다.
즉, <이 發은 뭔가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거나 들리게 되고,
움직이지 않던 것이 움직이게 되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구나.>라는 느낌을 기억해 두면
위의 10가지 풀이를 모두 기억하지 않더라도
다음에 다른 문장에서 이 글자가 나와도
기억했던 느낌에 의하여 처음 보는 문장의 의미도 해석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