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 한다, 그렇다고 그림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잘 아는 것도 아닌 정도가 아니라 그냥 발품 정도 팔아서 남는 시간을 메우는 식이니 작가 이름이나 감상에 대한 여운이 머릿속에 남는 것은 불과 하루 이틀이다. 이것은 젊었을 때부터 그랬다.
지금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발달해서 어느 장소에든 약속시간을 맞추기가 나름 쉬워졌고 또 요즘에 와서는 시간관념이 비교적 철저한 나라가 되었지만 8,90년대만 해도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있어 만날 약속을 하고서 30분 정도 늦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늦게 온 사람이나 기다린 사람이나 크게 문제 삼지 않았든 시대였다.
그때 늦게 온 사람이나 기다린 사람이나 부담 없었던 약속장소가 인사동, 삼청동의 화랑이나 미술관 이었다. 물론 이 약속장소는 주로 전공이 예술계통이었던 친구들에 한해서였다.
문과 공부를 하다 어느 순간에 건축설계라는 곳에 마음이 뺏겨 건축의 길을 들어섰지만 공대 과목인 수학이나 물리 과목은 대학 내내 진땀 흘리게 만들었다. 4년간의 학비 혜택이라도 받을려면 일정 학점을 유지해야 했는데 수학, 물리, 역학 과목의 학점은 늘 그저 그랬다.
여기서 밑진 점수를 다른 과목에서 보완하려니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들은 자연히 내가 좋아하는 과목들로 인체 뎃상, 구성, 소묘, 미술사, 사진학 등 주로 미대 쪽 과목 이었다 전공도 아닌 타과 학생이 열심히 하니 대체로 학점을 후하게 주는 편이었고 그런 연으로 방학 때는 당시에 흔하지 않았던 알바 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연희동의 조각가 김영중 선생님의 작업실 이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탑 주변을 장식할 울타리조형물의 주물형 석고 겉틀을 사포로 다듬는 작업이었는데 아무튼 이때 몇몇 미대생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만났던 장소가 화랑이나 미술관 이었다.
특별히 입장료가 없고 커피 값 치룰 리도 없으니 상대가 늦더라도 느긋하게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장소로서는 안성맞춤 아니던가.
그림은 우리가 속으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 수 것 중의 하나이다. 사실적인 그림이나 풍경화면 몰라도 추상화에선 들리는 것이 없다.
그래도 나는 가끔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즐긴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요즘 그림은 갈수록 어렵다. 쉽게 보이는 그림이 드물다.
평범한 사람이 이해 못하는 그림도 많다. 풍경화도 어렵고 추상화는 어리둥절하면서 더 어렵다.
그럴리는 없지만 그림은 보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나 몇 번 보는 걸로 보인다고 하면 이거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 것이다.
가족들과 올림픽공원의 소마미술관에 들렀다.
“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88서울올림픽 개최 25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하는 이 전시는 힘과 아름다움이란 서로 상반된 개념을 주제어로 하고 있었다. 친숙하지 않은 설치미술이지만 벽에 걸린 그림보다는 3차원적인 모든 공간을 이용하고 심지어 설치된 장소까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시각ㆍ청각ㆍ촉각 등 여러 감각이 동원되니 그냥 눈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입구에서 만나는 리우포춘의 ‘녹금강’으로 건강한 신체는 힘이며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한 것인지... 전시 제목이 “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이니 얼핏 그런 생각이 든다.
좌측사진 : 야외전시장과 같은 인체모형을 철사 줄을 실타래 풀 듯 풀어놓아 매달았는데 조금 떨어져서 쳐다보면 힘이 하늘로 뻗쳐 날아오르는 듯. 리우포춘의 금강시리즈
작가 오마키신지가 쓰나미를 연상하면서 작업했다는 작품으로 팬으로 바람을 불어내어 바닥에 깔린 천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하얀 파도 같기도 하고 안개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쓰나미를 연상하면서 작업했다고 하나 오히려 마음이 고요해지는 느낌이다.
서도호의 ‘바닥’. PVC로 만든 많은 인물상이 팔을 뻗쳐 손바닥으로 유리를 받치고 있고 그 위로 관람객이 걸어가도록 되어있다.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을 이루고 있다. 해설을 빌리자면 이질적인 혹은 동일한 문화 속에서 ‘자아’라는 본질적인 의문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고자 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인물상들은 백인, 황인, 흑인, 남성, 여성의 서로 다른 인종과 성별로 이루어진 인물상들이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가로 세로 1M인 하나의 모듈에 4천 여개의 인물상이 들어있다니 그 제작과정도 궁금한 작품이다.
강애란의 ‘빛나는 독서’로 투명한 아크릴 책에 LED조명을 넣었으며 해당 책을 기계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읽어 소리가 난다.
그 뒤편에 백남준의 작품으로 TV모니터로 스포츠 경기의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한 '메가트론'. 경쾌한 음악과 함께 빠르게 반복, 변화하여 생동감을 부여한다.
좌측 :우웨이샨의 ‘천일합일-노자’ 단어부터 이해해야 할듯하다.
우측 :성동훈의 ‘머릿속으로’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다가서면 기계음을 내면서 열린다. 돼지, 열차, 전투기 등등, 머릿속이 복잡하다. 현대사회의 온갖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좌측 : 고명근의 ‘빌딩연구’. 내부가 투명하게 보이는 건축물들은 형태가 분명히 있음에도 비어있는 내부를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
우측 : 맨 마지막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안테나의 작품. 제목인 <에케케이리아>는 성스러운 휴전이라는 뜻으로 올림피아 축제와 일본의 전통적인 축제가 가지는 평화로운 의미를 결합시켜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4개국을 상징하는 가마를 세우고 동아시아의 행복을 기원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우측 해설문 :기하학적인 사각 기둥 안에 갈라진 틈 사이로 인체의 일부가 보인다. 인간은 물질로 만들어졌는가? 아니면 물질에 인간적인 면이 있는가? 하는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측 해설문 :열린 공간에서 지리, 언어, 문화, 정치 등의 장벽을 넘어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가치를 표현
도심 속의 공원으로 조각이 있어 평화롭고 더 아름다운 예술쉼터인 올림픽 공원의 오후.
첫댓글 광화문이
조용하면서도 매력있었던 이유가
이과 - 문과 - 예과를 넘나드는
통합성의 경륜에서도 배어 나오는구나.
---
미술이나 음악에 한 해서는
나에게는 기필코 고전주의가 좋다...
현대미술 현대음악은 도대체 모리겄다.
ㅎㅎㅎ
작가 가족들도 아마 모를 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