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텍사스에서 함께 던질 수도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박찬호는 지난 2일 팬 사인회 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깜짝 놀랄만한 사실 하나를 전했다.
박찬호는 요즘도 김병현과 자주 통화를 주고 받는다며 “사실 지난 연말에 병현이를 우리팀으로 데려오려고 열심히 작업했다. 그러나 우리 감독(벅 쇼월터)이 다이아몬드백스의 장단점을 너무 잘알기 때문에 애리조나 측에서 트레이드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박찬호와 레인저스 구단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김병현을 데려오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쇼월터 신임 감독이 애리조나 창단 사령탑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
박찬호는 김병현과 한 팀에서 던지기를 은근히 고대한 것으로 보인다. 동족으로서 한 팀에서 서로 의지하면 더 좋은 결과를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시장으로 내몰린 김병현을 박찬호가 위로하고 김병현은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는 박찬호를 옆에서 도와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둘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드림팀I 멤버로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친분을 이어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로서 둘은 시즌 때 전화 통화는 물론 시간이 되면 만나서 식사를 하며 서로의 어려움을 보다듬곤 했다.
김병현이 텍사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면 아마도 ‘박찬호 선발+김병현 구원’공식이 됐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 팬들로서는 자랑스런 두 빅리거가 한 경기서 팀 승리를 위해 나란히 마운드에 등판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올 시즌에는 둘이 한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지만 언젠가는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