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일리있는 얘기다 싶은데,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아주 다르게 보이는 일이 있다. 지난 3일 조선일보에 실린 김철중 의학전문기자가 작성한 '김철중의 생로병사'가 한 예가 될 것 같다. 제목은 '건강하면 보험료 할인, 현금… 한국도 인센티브를 달라'이다. 민감한 이는 어떤 불온한 기미마저 느낀다. 과민한 것일까?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함께 곰곰이 되새겨 봤으면 한다.
[김철중의 생로병사]
건강한 고령자는 의료·돌봄 부담 줄어 그 자체로 사회 공헌
일본은 ‘건강 마일리지’ 운영, 우리도 합당한 보상 돌려줘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는 한 가지 역설을 안고 있다. 앞으로 고령자 의료에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정작 오래 건강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 흡연을 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정기 검진을 빠짐없이 받고, 혈압과 혈당을 꾸준히 관리한 고령자라도 건강보험료는 거의 그대로다. 병원 출입을 적게 하여 의료비를 아꼈어도 보험료를 깎아주는 게 하나도 없다. 질병 예방에 성공하여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했지만, 그 노력과 절감에 비해 개인에게 돌아오는 구조적 효과는 미미하다.
되레 병원 이용을 안 하면 손해 보는 느낌마저 든다. 건강 관리가 잘되는 사람보다 의료 이용이 많은 사람에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일방 구조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라는 게 약한 자, 아픈 자를 돕는 게 본래 목적이더라도, 질병을 예방하고 의료비를 줄인 고령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세계는 이미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건강 관리를 잘하면 생활비·여행·보험료·현금·운동 인프라 등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나이 들어 건강을 지키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을 본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건강 인센티브 정책을 가장 공격적으로 펴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앱 ‘헬시365’를 통해 걷기·운동 데이터가 자동으로 적립된다. 이 포인트는 마트·카페·식당에서 사용하는 e바우처로 바뀐다. 고령자에게는 대중교통 충전 혜택도 제공된다. 걷는 만큼, 운동한 만큼 생활비가 줄어드는 식이다. 열심히 운동하면 해외여행 바우처나 항공권에 응모할 수도 있다. 건강하면 더 많이 누리고 더 싸게 여행할 수 있으니, 건강 관리에 더 열심히 나선다.
네덜란드는 민간 보험사가 공적 건강보험 체계를 맡고 있다.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인데, 실용의 나라 네덜란드다운 발상이다. 민간 보험사들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보상 체계를 운영한다. 활력(Vitality) 프로그램에 가입한 사람이 매주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운동화·스포츠용품 바우처를 준다. 1년간 일정 점수를 넘기면 건강보험료를 최대 20%까지 할인받는다. 건강할수록 건강보험료가 싸진다. 그래도 병원 이용이 적으니, 민간 보험사의 수익률은 올라간다.
독일은 대놓고 현금으로 보상한다. 정기 검진, 암 검진, 치과 검진, 백신 접종, 건강교실 참여, 헬스장 등록 등 행동마다 현금 10~30유로가 지급된다. 보상이 단순하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다.
일본은 전국 지자체가 걷기·검진·보건교실 참여를 포인트로 기록한다. 이를 지역 상품권·버스·지하철 충전·상점 할인으로 돌려주는 ‘건강 마일리지’를 운영 중이다. 건강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챙긴다. 고령자는 걷기와 검진에 참여하면서 지역 상점에서 혜택을 받고, 지역 경제는 고령자의 소비로 살아나는 선순환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건강보험 메디케어를 통해 ‘실버 스니커즈(Silver Sneakers·간편 운동화)’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65세 이상에게 헬스장·수영장·낙상 예방, 그룹 운동 강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공공 보험이 고령자가 쉽게 운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실제 이 프로그램으로 고령자의 근력과 균형 능력이 개선됐고, 낙상 치료비 절감 효과도 나타났다. 그렇게 줄어든 전체 의료비 절감액이 헬스장 무료 등록, 운동 코칭 지원비를 넘어섰을 게다. 국민 몸이 더 건강해진 만큼 나라 돈을 더 아꼈으니, 이렇게 좋은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가 또 어디 있겠나.
최근 일본에서는 ‘공헌 수명(貢献寿命)’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기대 수명이나 건강 수명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으로, 노인이 돌봄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스스로 일상을 유지하며, 사회에 뭔가 이바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공헌 수명이 긴 사람은 의료·요양·돌봄 부담을 크게 줄이고, 가족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자체가 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의미다.
일본 연구자들은 “노인이 꼭 뭔가 일을 해야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타인의 돌봄 없이 자립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공헌이 된다”고 강조한다. 거기에 더해 사회 구성원과 어울리고 자원봉사 같은 것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고령자를 키우는 건강 관리 인센티브는 개인에 대한 단순한 복지를 넘어선다. 질병 예방을 잘하는 고령자에게 생활비·여행·운동 인프라·보험료 등을 보상하는 정책은 공헌 수명을 늘리는 사회적 투자다. 건강한 노년이 많아질수록 의료비는 줄고, 요양 부담은 감소하며, 미래 세대 세금 부담도 완화된다.
지금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향하는 속도를 생각하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고령자, 헬시 에이저(healthy ager)에게는 나라에서 훈장을 줘야 한다. 이들이 장래 대한민국을 활력 있게 만드는 진정한 미래 애국자다. 노인을 ‘부담’으로만 보는 시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건강한 고령자는 사회 부담이 아니라 사회의 새로운 기둥이다. 걷고, 움직이고, 질병 예방하고, 자립해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진다.
초고령 사회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건강하게 늙는 것이 곧 최고의 사회적 공헌이며, 그 기여를 보상하는 사회가 활기찬 미래를 연다. 이렇게 외치고 싶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갈 테니, 나에게 사회 공헌 훈장을 다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에 댓글 가운데 몇 가지다.
산천어 "그 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지적해 줘서 많이 배웠다. 본인의 노력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보상해 주는 것은 개인의 이익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이익이 된다. 아, 이걸 모르고 있었네"
자세박사 "좋은 제도가 될 것이다."
하늘배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일들인데, 하루빨리 공론화 되었으면 한다. 본인은 병원에 거의 안 간다. 일 년 동안 한 번도 안 갔다.공짜 예방독감주사 안 맞는다. '건강보험'이 나에겐 건강을 더 해친다? 보험료 때문에 스트레스로, 보험 해지 할 수도 없고, 개인적 상황이지만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대가는 주어져야 한다."
웜홀 "독일 사례가 가장 좋은데. 이익 앞에서 지들은 언제나 예외인 셰의 평등 사회주의 나라에서 언강생심"
회원 9095OOOO "우리나라는 건강한 고령자가 손해보는 느낌이라 멀쩡해도 무조건 병원가려한다 그래야 본전뽑는다 여긴다 병원가면 건강한 노인들 천지다 미개한 나라다"
슬로우 뉴스는 이날 '나이 들어 건강하면 애국자' 제목을 달아 이 칼럼을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