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호반 마라톤 대회 후기>
4월 중순인데 기온은 한여름의 날씨를 방불케 하는 28-29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갑자기 올라간 기온에 마라톤을 달릴 생각을 하니
조금 걱정이 된다. 수년간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하면서
기온이 높은 한여름에도 달린 경험이 많긴 하지만 겨울이
지난 지 이제 불과 한 달여가 됐는데, 봄은 오간데 없고
기온으로만 보면 딱 여름이기에 갑자기 높아진 기온에 몸이
제대로 적응을 할까 염려가 되었다.
아침 8시 화도 휴게소에서 곰돌이님, 치타님, 약수님, 황소님.
이렇게 5명이 내 차를 이용하여 춘천으로 이동을 하였다.
춘천에 도착하니 9시 10분. 복장을 갈아입고 준비운동을 간단히
하고 9시 30분 쯤 운동장 트랙으로 들어갔다.
트랙에는 벌써 참가자들로 인하여 빼곡히 매워졌고 운동장 잔디
구장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 마라톤 대회
참가자는 전 종목 다 합해도 대략 천 여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가을의 춘천마라톤 2만 여명의 참가자에 비해 너무 적은 숫자이다.
조촐한 지방대회 모습 그대로다. 정각 10시, 출발신호에 의해 풀
코스부터 먼저 출발을 했다. 앞쪽에서 출발을 하려다가 오늘은
참가자도 적고 해서 맨 뒤쪽에 위치했다가 가장 늦게 매트를 밟고
출발을 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무리들을 헤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 목표기록은 3시간 20분 정도. 그러나 고온의 날씨 때문에
쉽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3km의 긴 언덕을 지나 5km 지점에서 시간을 체크하니 23분 08초다.
몸의 부하상태에 비해 저조한 기록이다. 조금 힘들게 달렸기에 적어도
22분 30초 정도는 체크될 줄 알았는데 훨씬 못 미친 기록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아직 초반이고 달려야 할 거리가 많기에 앞으로의 페이스
유지와 기록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잊어버리기로
했다.
5km를 조금 지나니 하프 선두 주자들이 한명씩 추월해 빠르게 지나간다.
소규모 대회인데도 고수들이 많은 것은 적지 않은 시상금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연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턴을 하니 앞쪽에서 바람이 불어 상쾌한
기분이 든다. 달리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앞쪽의 러너들을 한명씩
추월하기도 하고 또 짝을 지어 달리기를 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의암호의 경치는 가히 장관이다. 잔잔한 호수에 드리운 맑은 햇살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호수주변에 예쁘게 단장된 봄꽃들의 향연도
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정(靜)과 동(動)....... 마라토너들은 아름다운 길을 따라 역동적으로
달리고 호수와 산과 길로 채색된 아름다운 경관은 그대로 마라토너
들을 품고 있다.
10km를 지나며 5km 구간기록을 체크하니 21분 55초다.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기록이다. 사실, 오늘 대회에 임하면서 모든 5km 랩 타임을
23분 이내에 달리고픈 마음이었는데 코스의 고저와 후반 체력저하로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좋은 기록을 얻고 보니 조금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그 욕심도 잠시뿐, 달리기를 이어갈수록 힘은 더 들고 피로는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21km까지 1시간 35분에 통과를 하고 후반
21km를 1시간 45분에 통과를 하면 3시간 20분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세를 고치고 자연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22km에서 26km
까지 이어지는 서상대교의 긴 오르막. 오르막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다. 그래서인지 춘천댐을 지나갈 때는 몸의 에어지가 소진
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 낮으로 접어드는 12시가 되어서인지 기온도 계속
올라가 무척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저래 힘든 레이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연속된 마라톤 대회 참가로 몸의 지구력이 향상되었는지 레이스
의 속도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러너들을 추월하며
꾸준하게 페이스를 이어갔다.
29km 지점의 마지막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그 뒤로 이어진 내리막길을
시원스럽게 달려 3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파워 젤을 하나 먹고 마지막
12. 195km 레이스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을 했다.
참가자가 적어서인지 주자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달리고 있다. 한 명을
추월하고 또 다른 앞서간 러너들을 추월하기 위해 앞을 보면 어느 때는
멀리서, 그리고 어느 때는 아예 보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32km 지점에서
한 명을 추월하고 나서 앞선 주자가 보이지 않더니 34km 쯤 가니 멀리
앞쪽에 한명이 보인다.
길도 멀어 보이고~~ 주자도 멀어 보이고~~ 그리고 따가운 햇살은
피로에 쌓인 마라토너를 지치게 한다. 35km 지점에서 마지막 남은 파워
젤 하나를 개 눈 감치듯 빠르게 삼키고 입속으로 물병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전진. 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지어본다. 너무 피로 할 때는
억지로라도 웃는 게 더 레이스에 더 효과적이다. 잠시나마 기분전환을
할 수 있으니까. 37. 5km 급수 대에서 다시 급수를 하고 3km의 긴
직선도로를 바라본다. 마지막 지점에 놓여진 왕복 8차선의 긴 직선도로.
멀리 앞쪽에 한명의 주자만이 외롭게 달리는 그 도로를 바라보니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어차피 달려야 될 길. 이제 남은 5km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체면을
걸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노래 한곡을 생각해 낸다. 가을도
아닌데, 왜 윤도현에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생각이 났는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속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발로 박자를 맞추어 달리니 그런대로
달릴만하다.
그렇게 3km의 긴 구간을 지나고 40km 지점에서 마지막 급수를 하고
힘을 짜내본다. 역시 마라톤은 만만치가 않다는 생각이 또 든다. 이런
고통 때문에 마라톤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이런 고통이 있기에
마라톤을 하는 거란 생각이 교차한다.
늘 그렇듯이 달리다 보면 운동장이 보이고~~달리다 보면 골인점이
보인다. 운동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씨익~~ 하고 미소를 띄어본다.
미소의 의미는 이렇게 더운 날 마라톤을 하는 내가 미친놈인가 하는
것과 이렇게 더운데도 너무너무 잘 달렸다는 그래서 내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직하다.
운동장 트랙을 돌 때도 매번 느낌과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오늘은 그저
빨리 골인하고 싶은 생각 밖에 없다. 드디어 골인. 3시간 18분 17초.
멈춤. 멈춤이 이렇게 행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마라톤 말고 또 있을까.
소방호스로 뿌려주는 시원한 물로 온몸을 씻고 잔디밭 위를 사뿐히
걸어본다. 뒤이어 달려온 주자들은 운동장 안으로 속속 들어오고~~
더위를 이기고 거뜬히 완주한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며
운동장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 기록 정 리--매 5km>
23분 05초, 21분 55초, 22분 33초, 23분 35초, 22분 47초,
23분 56초, 24분 47초, 24분 35초, 10분 58초.
계 3시간 18분 1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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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춘천의 봄 더위 정말 잊지못할것 같습니다. 항상 목표시간대에 골인하는 열정과 자기와의 싸음에서 이기는 의지력,.....천클의 대표주자입니다.
지는 3시간 40분 페메하구 35키로까지 동반했지만 역부족으로 쳐지고 ....앞서가는 페메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지친다리를 끌다싶이 뛰니 좀 쓸쓸하다는 생각이, 그늘 한조각없는 춘천대로를 내 자신에게 수없이 주문을 외면서 달렸습니다.(주문은 비밀..ㅎㅎ)
올해가 가기전에 천리마님과 나란히 같이 풀코스를 달릴 수 있을까요? 춘천에서 같이 달려주신다고 했는데 전 마음만 보냈네요.. 제가 지칠때면 언제나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천리마님이 계시는 천클입니다 천리마님 힘!!
일요일 정말 무더웠는데, 그 더위를 이기고 좋은 기록 달성하셨네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천리마님 히임!
초여름의 날씨와 적은 참가자로인해 같은 코스지만 춘마때보다 몸이 많이 힘드셨을것 같습니다...연속 풀코스를 달리시더니 얼굴이 더 좋아지셨어요^^ 다음주 대회에서도 천리마님 힘~~~!!!
더운날 어렵게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셨습니다.힘들어도 마지막 피니쉬를 통과하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마라토너들은 그런 기분 때문에 다음 대회에 또 참가하게 되지요.수고하셨습니다.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