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인물 한국사]48ㅡ1.
대마도 정벌의 영웅들 쇠고랑을 차다1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성공한 대외원정으로 기록된 것은 세종 1년에 있었던 대마도 정벌(조선측 기록으로 '기해동정己亥東征'이라고도 한다. 기해년에 동쪽을 정벌했다는 의미이다)이다. 역사적으로는 세종 1년에 있었던(실제로는 상왕으로 물러나 있던 태종의 주도하에 벌였던 정벌이다. 당시 군권은 상왕인 태종이 쥐고 있었다) 대마도 정벌이 최초이자 최후의 대마도 정벌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세종 1년에 있었던 기해동정(己亥東征)은 우리민족의 역사 중 3번째로 있었던 대마도 정벌이었다. 즉, 1차, 2차의 대마도 정벌이 있었다는 소리이다.
일단 앞전에 있었던 1, 2차 대마도 정벌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는데, 첫 번째 대마도 정벌은 고려조 창왕 1년(1389년) 박위 장군이 군사 1만여 명과 군선 100여척을 이끌고 대마도를 정벌했었다(당시 1차 정벌군들은 왜선 300여척을 불태우는 전과를 거뒀다). 2차 대마도 정벌은 왕조가 바뀐 태조 5년(1396년)에 있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여말선초의 시기에 우리 조상들은 대마도의 왜구를 때려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원래 우리민족… 다른 나라 쳐들어가는 거 별로 안 좋아했고, 건드리지 않는다면 이쪽도 건드리지 않았던 신사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런 민족이 채 30년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거푸 3번이나 대마도를 공략했다는 것! 여기에는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특별한 사연'이 무엇일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데, 왜구가 국가경영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려가 망한 건 다 왜구 때문이야."
"에? 그게 무슨 소리심까? 왜구가 고려를 망하게 했다뇨? 그때 왜놈들이 좀 소란을 피우긴 했지만, 그래도 홍건적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 아니었슴까? 홍건적 애들은 개경까지 진격해서 수도 개경을 함락했을 정도였는데…"
"얘가 진짜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소풍 보냈구만? 마! 큰 거 한두 방 맞는 거 보다 잽으로 툭툭 두들겨 맞는 게 나중에 더 힘들어져. 넌 마 펀치 드렁크란 말도 못 들었어?"
그랬다. 고려 말 왜구의 준동은 고려의 국가 체계 자체를 뿌리부터 흔들리게 만들었다. 우왕 재위 14년 동안에만 378회나 고려를 침략했던 것이다. 이정도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 는 말이 생각나지 않는가?
"저…전하! 이번에 조운선(漕運船 : 세금으로 거둔 양곡을 실어 나르는 배)이 또…"
"조선선이 또 뭐?"
"왜구한테…"
"수군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이번 달에만 벌써 몇 번째야? 세금을 아무리 쥐어짜내면 뭐하냐고? 전부 왜구들한테 털리는데!"
"그게 왜구 놈들이 히트 앤드 런 작전으로다가… 치고 빠져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랬다. 고려 말 왜구들은 고려의 국가체계 자체를 붕괴했으니, 붕괴의 시작은 국가재정부터였다. 세금으로 거둬들인 양곡을 조운을 통해 이동하는 걸 파악한 왜구들이 조운선과 이 조운의 기점이 되는 지점들을 공격 포인트로 잡고, 치고 들어 온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국가 재정은 악화되고, 덤으로 국가의 행정체계 자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국가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재정'을 확보하는 시스템이 붕괴했다면, 그 여파가 어느 정도였을까?).
"아니 쉬파, 세금을 내면 뭐하냐고? 또 왜놈들한테 다 털리고 다시 내라고 할 거 아냐?"
"세금을 내면, 세금을 낸 보람이 있어야 할 거 아냐! 최소한 국가에 세금을 냈으면, 목숨은 좀 지켜줘야 할 거 아니냐고! 세금은 세금대로 쪽쪽 뽑아가더니만, 백성들이 왜구들 칼에 맞아죽든 말든 아예 신경을 끊어버리는구만?"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니까."
그랬다. 시도 때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왜구 앞에 고려왕조는 백성들에게 신망을 잃었고, 이를 대체했던 것이 왜구토벌의 영웅이었던, 최영과 이성계 같은 전쟁영웅들이었다.
"야, 들었어? 이번에 최영 장군이 또 한 건 했다며?"
"최영장군? 넌 마 아직까지 최영장군 빠돌이로 사냐?"
"뭐 인마? 이게 지금 누굴 빠돌이 취급하고 있어? 그 분 아니었음 우린 마 다 죽은 목숨이야!"
"야야, 시대의 대세는 이성계 장군이라니까! 그 탁월한 활솜씨 하면… 아기발도(阿只拔都 : 소년장수로 불렸던 왜군 장수)의 목 딴 이야기 들어봤어?"
"아기발도? 애기 발싸개야?"
"이 자식…. 야! 틈틈이 인터넷 뉴스검색도 해 인마! 괜히 엄한 야동이나 찾아다니지 말고, 이번에 이성계 장군이 황산에서 아기발도 목을 땄잖아."
"진짜?"
"그래 인마, 부하들이 아무리 활을 쏴도 이 녀석이 꿈쩍을 안하니까, 내가 저 자식 투구를 벗길 테니까, 그때 활을 쏴서 죽이라고 했잖아."
"야, 어떻게 투구를 벗겨?"
"그러니까 대박이란 거지. 말 타고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아기발도의 투구 끈을 쏴서 끊어버린 거지."
"에이… 그건 좀 뻥이 심하다."
"이 색희가 속아만 살았나…. 마! 그거 인터넷 댓글에 나온 이야기라니까!"
"야, 투구끈 맞출 정도면, 차라리 눈깔이나 얼굴에 쏘는 게 더 빠르지, 그걸 또 투구끈 끊고, 활을 쏘라 그러냐?"
"어…어쨌든, 이기긴 이겼잖아!"
왜구의 준동으로 백성들의 인심은 고려왕조가 아닌 왜구들을 격퇴한 무장들에게로 향했으니, 그 최대 수혜자가 바로 태조 이성계였다. 하긴, 멀리 있는 정부보다 가까이에서 왜구를 격퇴해 준 전쟁영웅에 정이 가는 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
첫댓글 "최영"과 "이성계" 같은 전쟁 영웅들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