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99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시제 장원상 시상식을 마치고
연둣빛 물오름이 겨울의 수피를 벗겨내고 산야는 봄물로 물들고 있는 맹춘(孟春)의 호시절인 3월25일 오후 2시부터 문학광장 신인문학상과 시제 장원상 시상식이 구로 아트벨리 예술극장에서 내실 있고 격조 있게 거행되었다.
문학광장의 행사 때마다 축사와 시상을 해오는 입장이지만 다른 행사 일정과 겹쳐 이번은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 했으나 오늘은 문학광장 문인협회 시인 세 분의 시집 출판기념회도 곁들인다니 기쁜 마음으로 축하의 마음을 현장에서 보태기로 한다.
오늘의 1부의 행사로 문학광장 사기 입장으로 공식 행사의 장이 열리고, 이어 김정희 교수의 크림슨 색 치마저고리와 연분홍 스카프가 어우러진 춤사위, 돌아설 듯 멈추는 몸짓은 한국무용의 고절로 문학광장의 문필과 조응한다.
오늘은 김선균 시인의 개회 선언과 사회 진행으로 차분하고 편안한 행사로 흐른다. 국민의례에 이은 연혁 보고는 16년 이상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문예지를 발간해 온 이력과 국군장병 등 외면되기 쉬운 사회에 정서적 품성 함양을 위하여 만 여권 넘는 도서 기증 활동, 황금찬 시인으로부터 수여받은 시맥회의 내력, 각종 국내외에 문학상 수상 이력 및 파리 등 국제문학제에서의 각종의 수상 이력,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학제와 정기 시화전 및 문학기행 등의 활동 내용을 담아 서지혜 시인의 낭랑한 목소리를 통해 소개되었다.
곽혜숙 시인의 안내로 참석한 내·외빈 소개가 있었고 이어서 문학광장 시선집 제 159호·160호·161호로서 시집을 출간한 이영태, 박영희, 한병진 세 분 시인을 위한 축하 케이크 점등식과 커팅식을 치르고 세분의 인사말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박영희 시인의 <한 잎의 신화>가 봄의 언덕에서 연둣빛 생기를 얻고 소담스러운 꽃으로 피어나고 자라나 수많은 꽃씨로 널리 퍼져나가길 기원한다.
한병진 시인, 17년 전 장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래 조용한 글쟁이로만 살겠다고 다짐하며 시집을 출간하지 않고 살아오다가 예술인 증명이 나오는 계기로 새 출발을 맞은 환갑 년에 첫 시집을 냈다 하니 뭉클하다. 이제는 아슴아슴해지는 <빨간 우체통>, 그 우체통에 담긴 추억과 사연들이 그리운 요즈음 <빨간 우체통>을 전국 방방곡곡에 다시 시집으로서 세우는 그의 걸음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어서 여걸 김옥자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하여 가림토 문자의 후손으로서 동방의 등불이라 지칭한 타고르의 말을 빌려 한국 문학인의 자긍심과 문학인의 자세를 설파한다. 비영리의 문학단체에 무한 봉사로 문인들을 섬기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그녀의 행보에 늘 숙연해진다.
곽윤희 구로구의회 의장은 인사말을 통하여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활기찬 에너지를 뽑내며 정치인의 면모와 하심을 보여 준다.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참여하여 문학광장에 대한 감사와 성원을 표하고 자리를 빛내 주니 감사할 뿐이다.
서호연 서울시의원은 10여 년 전에 시인으로 등단했던 사연을 말하면서 경제가 발달할수록 문화가 반비례할 수 있는 우려를 경계하면서 경제와 문화가 비례하는 사회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될 것을 다짐하는 축사를 해주었다.
식장에서 필자의 옆에 자리했던 김유권 구로오늘신문 대표는 척추 건강에 이상이 생겨 기동이 불편함에도 자리를 빛내주고 행사장을 끝까지 지키며 언론사 대표와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으로서의 풍모를 보여준다. 문학광장의 모든 소식을 언론으로 보도해주는 고마운 분이다.
팔천오백여 명의 문학광장 문우회원들을 대상으로 매주 시행하는 시제 경진대회에서 수상자를 선발해오고 매주의 수상자들 가운데 최종 대상자 한 명을 선정하여 시상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장옥경 시인이 수상하게 되었다. 문학광장 카페에 꼭 필요한 사항의 글을 올릴 때만 카페를 방문하는 필자로 하여금 매양 미안함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어 이사장으로서 축사하는 시간이다.
먼저 시집 출간에 대한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세분 시인의 시집이 2쇄 3쇄 4쇄로 이어져 지구촌 독자들의 가슴에 시의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들이 다시 발아되어 한국 시단의 울창한 삼림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을 하였다.
신인문학상 수상자들에겐 서예가가 위해 평생 수천 개의 붓을 닳게 하고, 수백 개의 벼루를 구멍 내며 묵을 갈아 비로소 자기만의 서체 하나를 얻어 진정한 서예가 되는 과정을 말하면서, 3~4백 년 뒤에도 살아남을 자기만의 문체 확립을 위해 힘써 달라는 당부와 등단 이후의 열정이 사그라지는 선배 문인의 사례를 경계할 것과 문학의 인연에 대한 언급으로 문학광장과 함께하는 도반임을 기억하자는 말을 전해주었다.
모종락 시인은 인사말을 통하여 어느 성공한 기업가보다도 문학가의 위대함이 크다는 말과 함께 모두가 열심히 문학의 길에 정진할 것을 당부하였는데 암 투병을 이겨낸 모습에 다행이다.
이어 유재기 교수의 심사평과 축사 시간이었는데, 파리 칸느 시화전에서의 문학광장 시인들의 전원 수상과 국내 최초로 서울대 시화전을 수년 전에 문학광장이 개최했던 이야기, 한국 노벨 문학 대표로서의 자신의 활동을 전하며 갈수록 향상되는 등단작품에 대한 호평을 전한다.
2부 축하의 무대 시간이다.
최영식 낭송가의 낭송으로 포문을 연다.
심장에 와 박히는 고저와 장단, 긴 호흡과 이완, 최영식이 부르는 시의 노래는 늘 우렁차고 깊다. 성악으로 치자면 테너의 고저와 호흡이다.
김정희 교수는 이번엔 장구가락에 맞춘 태평가를 올린다. 엄숙한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꿔놓는 대중 민요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눈물을 흘려서 무엇 하나? 닐 리리야 닐 리리야 니나노~ 얼쑤 좋다!” 참으로 한 고개 한 고비를 넘어오는 데 힘을 준 우리 민중의 가락이다.
우리 문학광장의 영원한 앙상블 서영복 시인과 최경순 시인의 합송은 문학광장에서 빠질 수 없는 일주문이다. 그를 통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는 관문이다. 그렇다. 한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김현태의 ‘인연이란 것에 대해서’는 낭독으로도 얼마나 좋은가? 이들의 합창으로 부르는 노래는 얼마나 더 좋을까? 낭송 듀엣의 인연도, 우리들의 인연도, 잠자리의 날개에 스친 돌가루의 시간만큼 중하고 소중하지 않을까 한다.
나의 등단 시절 감동이 밀려드는 시간이다.
낭송의 시간 전에는 낭송가만이 아는 등단자 중의 한 분의 시를 낭송하는 시간이다.
그때도 송순옥 시인이었다. 오늘은 많은 등단자 중 최영식 시인의 <검정 고무신>이었다.
어릴적 고된 삶의 징표처럼 행랑에 기대 있던 지게와 그를 옮겨주는데 어울리는 검정 고무신이 그립다. 송순옥 시인에 의한 등단詩 낭송으로 최영식 시인의 오늘은 영혼의 영역에 채집될 것이다.
청아한 풀벌레 소리와 별빛 속으로 목동을 불러내는 마력을 가진 오카리나 선율, 참으로 눈을 감고 빠져들게 하는 시간이다. 임소리 낭송가의 연주는 경쾌하며 맑다. 감사한 선물이다.
이어서 3명이 하는 합송이다.
서영복 · 최영식 · 최경순 세명 낭송가들의 합송은 처음 접한다.
낭송대회 수상을 휩쓴 이력이 명실상부한 이력임을 명징하는 순간이다.
‘아버지’, 그 진한 먹물 같은 그리움 나에겐 각별하다.
‘아버지의 기침 소리’도 여전히 내겐 살아 있다.
금강 언덕에 묻힌 나의 뒷배가 애잔하다.
이들 세 시인의 낭송은 나에게 덧입힌 상흔을 쓰다듬게 한다.
3부 오늘의 하이라이트 시간이다.
98기 시상을 필자가 맡았다.
시제장원상을 수상하기도 한 장옥경 시인에 대한 시상이다.
문학광장의 누군가가 마마라 한 듯한데, 희빈 장씨는 장옥정이다.
그걸 들었다면 태진아가 화날 일이다.
오늘 하루에 두 번 수상하는 실력파지만 겸손한 수상 소감을 피력하고 문학광장의 일원임을 다짐한다. 감사하다.
차명순 신인 문학상 수상자는 고운 자태에 다소곳한 인상이었다.
상패를 받고 꽃다발과 인증서를 안으면서 마주한 모습에서 건강이 좋지 않음이 떨림으로 전해온다. 빠른 회복과 건필을 빌어본다.
부군과 자녀분 손주들까지 함께하니 화목한 온기가 전염된다.
이어서 99기 신인문학상 수상자다.
정덕조 자문위원이 시상의 수고를 해준다.
수상자 이교헌 시인은 故 황금찬 시인과 인연이 각별하다.
전국 시 낭송 대회에서 2등에 입상한 이력이 두 번 있다는데, 故 황금찬 시인께서 심사위원장이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낭송된 시들에서나 이렇게 만나게 된 사연에서나 오늘 유난히 인연의 파고에 많이 머무르게 한다.
그렇다.
우주의 광활함 속에서 동일한 시공을 호흡할 수 있는 인연이 어디 우주의 무게에 뒤지겠는가?
최영식 시인은 앞서 낭송한 낭송가 최영식 시인과는 동명이인인 신인문학상 수상자다.
전남 광양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기차를 타고 또 택시를 타고 서울까지 왔단다. 서울이 이렇게 먼 거리인 줄 몰랐단다. 지구촌 끝에 있더라도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되는 게 인연이 아니겠는가? 포스코를 퇴임하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열게 됨을 축하한다. 쓰는 이도 편하고 읽는 이도 편한 시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영원한 문학광장의 식구로서 자주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다짐 또한 감사하다.
행사에 늦은 차정숙 시인이 끝으로 청마의 <행복>을 낭송하여 오늘 행사의 대미를 행복하게 마무리해준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문학광장의 대양에 녹아들어 모두가 하나되어 단체 사진에 담긴다.
이제는 긴장을 풀고 근처 채선당에 올라타 유람의 항해를 떠날 시간이다.
각자의 사담과 정담을 곁들인 해학을 나누는 시간으로 따스함이 무한정 흐른다.
우리 문학광장의 하루는 사진과 영상 속에 고이채집되어 살아있는 시간으로 영원히 흐를 것이다. 모두가 소중한 도반이다.
머잖아 여린 연초록 잎들도 꽃이 되는 시절이 된다.
브로콜리 같은 잎의 꽃 무더기들은 산천을 점령할 것이다.
봄의 점령군과 함께 문학광장의 도반들도 문학의 점령군이 되어가길 빌어본다.
2025. 3. 26 문학광장 이사장 정규범
첫댓글 이사장님,
회상의 시간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차분하고 안정적인 행사진행 이끌어주시고 뒷풀이 사진까지 챙기시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정규범 이사장님 토요일 행사에 너무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또한 좋은글로 엮어 올려주시니 그날 그시간이 생생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빨간 우체통>에 담긴 시향이 지구촌 곳곳에 배송되고 많은 독자들의 심상에 깊은 여운으로 머물길 빕니다.
회갑과 첫시집 상재 겹경사 거듭 축하드립니다.
이사장님~
한 분 한 분
눈맞춤하며 이야기하듯이
따듯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단식에 못 오신 분들도
잘 알게 될 거 같아요^^
늘 송시인님이 있어 따스해지는 문학광장의 뜨락이 좋습니다. 배려와 살핌으로 감동을 주시는 마음 기억에 머뭄니다. 서로 봄물 들듯 물들어 가는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이사장님 멋진 소회 이렇게 자세히 깜짝 놀랬습니다~
실황보다 더 감동스럽게~~
갔던이나 못 갔던이나~
만난이나 못 만난이나~
있는이나 없는이나~
문학광장이 봄 무더기로 점령될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박시인님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연초록 표지로 <한 잎의 신화>가 봄을 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전파하고 탐스런 열매로 이어지는 멋진 신화가 쓰여지길 빌겠습니다.
선물로 받은 귀한 와인을 함께 시음토록 해주시는 마음 감사히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역시 아이큐 500 이 안되시면 이런 글을 도저히 쓸수 없다는데
제가 알기로 우리 이사장님 아이큐 499 인데 어찌 이렇게 멋지게
쓰셨는지 참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ㅎㅎ 역시 짱 입니다
으미~, 표주간께서 쓰셨으면 더욱 윤기나는 후기가 되었을 텐데요.
지는 머리를 일반 비누로 감아유.
머리가 안좋을 수 밖에요.
늘 문광의 기둥으로 무한 헌신의 길을 묵묵히 가주시는 큰 거인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사장님 요모조모 수고 많으셨습니다
발행인님의 지으신 옥택에 누이는 식솔들이 누리는 홍복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문광의 미래가 더욱 빛날 거라 확신합니다.
정성들인 글 잘 읽었습니다.
변변치 않은 글 정성으로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마음으로 전하는 느낌을 알겠습니다.
실황 중계, 고맙습니다
그 날의 기억을 되살려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겹 수상의 영광을 거듭 축하드립니다.
문광의 소중한 잉걸로 어우러져 문학의 강을 유장하게 흐를 수 있는 도반이 될수 있길 바랍니다.
뒷풀이에서도 뵐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정규범 이사장님 참석 치 못하였는데 현장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셔서 현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곽기영 회장님, 잘 지내시죠? 그날 뵐수 없어 아쉬웠네요. 농사철이 시작되어 바쁘시겠습니다. 흙의 정직함을 느끼고 자연의 말을 듣는 기쁨에 행복한 나날일듯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길 빕니다. 다음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