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피치 미술관, 당당히 별 두개 ★★ 드리겠습니다.
우피치 미술관, 정말 많은 기대를 안고 갔었는데 처절히 배신 당했다.
2시간 반여 돌아보고 나왔을까.
관심없는 종교화가 대부분이고 미켈란젤로방이나 라파엘로방, 레오나르도 다빈치방이라고
다들 이름만 거창하지 정작 들어가보면 그들 작품은 한두 개뿐이고 나머지는 모르는 작품들..
순 사기다. 그나마 몇몇 유명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내 스스로도 만족할만 하고 그 가치는 인정 해줄만 했지만 여전히 남는 아쉬움이란.. 쓰읍.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카라바지오의 "바쿠스",
고야의 몇몇 작품들로 채워지지 않는 맘을 다스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라더니 순 거짓말, 쳇-
공사중으로 일시적으로 폐쇄된 곳이 많았던 까닭에 부드러운 흐름 속에 관람이 불가능했던 점이나
전시 환경 자체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했던 점은 내내 못마땅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되었기도 했지만 다소 어둡고 칙칙한 조명이나 좀 부족하다 싶은 작품 설명들이나,,
무작위로 늘어 놓은 듯한 조각작품들하며 그냥 되는대로 걸어둔 것 같은 천장의 수많은 초상화들.
우피치 미술관, 글쎄,,, 미술관치고 이렇게 빨리 나가고 싶었던 적은 처음인 듯.
우피치 미술관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는 베키오 다리만은 따봉"
13세기부터 피렌체의 중심이 되어 온 시뇨리아 광장의 베키오궁.
뙤약볕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그늘을 찾아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 사람들 틈에 끼어
같이 피자 한조각으로 간단한 점심을 떼웠다.
광장 주변에 많은 조각상들이 배치되어있어 마치 야외 미술관 같은 느낌을 팍팍 주었던.
그 중의 하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진품은 아니지만 뭐 나름 섹시한 자태는 인정한다. 킁킁.
허허~ 아주 잘 어울리십니돠.
동전을 떨어뜨려줄 때마다 인사를 빼놓지 않는 서비스까지.
이렇게 더운 날 공기는 전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금박 천을 꽁꽁 싸둘러매고
열의를 다하는 진정한 거리의 예술가에게 수고의 박수를. 짜자작.
피렌체 아르노강에 놓인 다리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베키오 다리.
눈이 즐거운 보석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아르노강을 따라 거닐다.
어젠 그렇게도 흐리더니 오늘은 햇살이 정수리를 뜨겁게 달구는 듯하다.
산타 크로체 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알레 그라치에 다리를 건너다 말고 가던 길을 멈춰
팔과 다리에 선크림을 즉흥적으로 덕지덕지 펴바르고 있는데
반대편 다리 끝에서 땡볕 아래 쫄반바지를 입고 조깅을 하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다시 고개를 돌려 선크림 바르기 모드로 돌입했으나,
자기를 프랑코라고 소개한 이 남자, 역시나 말을 거신다. 하시던 조깅이나 하시지. 훗-
"피렌체, 걸어다니며 여행하기 좋지요??" 그래, 가벼운 ice breaking 질문부터.
이 후 여러가지를 마구마구 퍼부어 대더니만 결론은 "오늘 저녁 커피 한 잔 어때요??" -_ -;; 역시나.
"북 까페도 괜찮고 저녁에 만나서 같이 얘기나 해요~"
하하하. 이탈리아 남자들, 작업 걸 땐 "커피 한잔 어때요"와 "얘기나 해요" 두 문장이면 모든 게 끝!
두오모와 함께 피렌체를 대표하는 must see point로 꼽히는 산타 크로체 성당
미켈란젤로, 단테, 갈릴레이의 묘 외에도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로 유명해
들어가고픈 마음이 순간적으로 일었지만 5유로의 입장료가 대략 압박이었다.
들어갈까, 말까를 한참 고민한 끝에 결국 뒤돌아서고만 아쉬움을 또 하나의 아이스크림으로 대신했다.
정말 모순이지만 아이스크림 사먹을 거 두 번만 꾹 참으면 들어갈 수 있는 식은 죽 먹기 일인데도
성당은 포기할 수 있겠고, 아이스크림은 절대 포기를 못하겠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징그러운 아이스크림 귀신, 미스 김.
산 지오반니 세례당
두오모가 세워지기 전까지 피렌체의 대성당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 곳.
모든 게 다 그래.
지금껏 내가 1인자의 위치에 서서 쭈욱 그 길을 지켜왔다고 해도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이 나타나면 영예로운 1위의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거거든.
산 지오반이 세례당이 두오모에게 대성당 자리를 내준 것처럼.
그래도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는 "천국의 문"은 여전히 그 옛날의 영예를 드높이고 있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꽃의 성모 마리아)
왼쪽부터 차례대로 세례당, 두오모 그리고 종탑
각각 다른 사람에 의해 지어진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파란 하늘 아래
믿을 수 없을만큼 완벽하게 이루어내는 훌륭한 조화라니!
이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414계단의 지오토 종탑이냐 463계단의 두오모 쿠폴라냐 아, 이것이 문제로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답을 알고 있었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감기에 걸려 집 밖에 틀어박힌 채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 가여운 내 신세에
친구 녀석 하나가 그즈음 베스트셀러로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두 권의 책을 선물했다.
"냉정과 열정사이 블루 앤 로소"
콜록콜록 연신 기침을 해대고 코를 킁킁 풀어대며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읽어내려 간 그 겨울,
이미 나는 피렌체의 두오모를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돔 안 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
냉정과 이성으로 가득찬 아오이가 되어 한 계단, 계단을 오르며
나는 점점 놀랄만한 벅찬 감동의 순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unforgettable FIRENZE"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지어진 팔각의 거대한 돔 위에 올라 피렌체를 바라보니 이건 정말 미치겠는 거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는 거다.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에 취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과 마음을 모두 맡기고
나를 온전히 피렌체의 아름다운 도시 한 가운데에 던져 버리는 순간,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오를 듯한 엑스터시에 빠져버리고 마는 거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갖가지 생각들, 어느순간 터져버린 눈물 샘.
첫댓글 피렌체 사진은 언제봐도 좋은거 같아요.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다시 한번. 꼭. 다시 가고푼 유럽이네요..
저는 여행기 쓰면서 다시 여행하는 기분으로 쓰고 있긴 한데 그래도 사진까지 보다보면 어느새 그리움이 깊어지네요;;
저도 저기 꼭 올라가 보고 싶어요!!!
액숀!
전 영화보기 전에 두오모에 올라간다고 그랬을때 성당이 산꼭대기에 있나보다고 생각했잖아요 ㅋㅋ 갑자기 그게 생각나네요 ㅋ 저두 10년 후에 꼭다시 피렌체에 가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리버리공주님, 최고~ 10년후에 꼭 가요, 우리^-^
잘 읽었습니다. 두오모 웅장하고 아름답더군요. 입장료 공짜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어요. 종탑은 유료..ㅋ 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순간 한국인 유명인 발견...시선은 계속 따라가고...누구냐하면 아시는 분은 다 아는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코치 이 만수 선수 한국 시리즈 우승후 아내와 함께 잠시 짬을 내서 피렌체로 오신 듯...아내는 연신 포즈를 취하고..만수 선수는 계속 찍어주시고....이 만수 선수 청바지에 가죽잠바 아주 캐주얼한 모습...말이나 걸고 사인이나 한 장 받으려고하다가 괜히 어색해질 것 같기도해서 걍 줌 당겨서 사진찍고 있는 만수 선수만 한 장 도촬...만수형 용서해주실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