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새들 안녕! 홍콩방에 조현병 관련 이야기들이 올라와서 나도 내가 겪은 조현병 이야기를 얘기하려고 해. 나는 지금 완전히 다 나았고 약도 끊은 상태야. 솔직히 이때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진 않지만, 조현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이런 증상이 있는 여시들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갔으면 해서 올려.
1. 조현병 발병 계기
나 같은 경우는 극심한 스트레스때문에 조현병이 발병했어. 방음이 안 되는 자취방인데 옆옆집에 고등학생이 혼자 이사왔어. 그리고 이후로 새벽마다 친구들을 데려와서 시끄럽게 깔깔대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신음소리가 들렸어. 나는 녹음을 했고 집주인한테 말했어. 그러다 옆집 분도 옆옆집 고등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셨고 그대로 집주인분이 고등학생이 들어오는 시간에 전화를 걸어서 셋이서 찾아갔어.
친구랑 있던 쎄보이는(운동부일거같은 느낌..)고딩한테 집주인이랑 내가 새벽에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새벽에 왜 친구들을 데려와서 떠드냐, 새벽에 샤워하면서 왜 노래를 하냐 등 따졌어. 그러니까 절대 미안하다고는 안하고 뭐라뭐라 대꾸를 하는거야. 그 다음에 집주인은 돌아가고 나도 내 집쪽으로 돌아갔어.
근데 문을 닫으니 ㅆ1발, ㅈ같은 녀ㄴ, 그 담에 뭐라했지 암튼 진짜 별의 별 욕을 다 하는거야 소리를 지르면서. 그러고 그 고등학생이 내 옆집에 찾아가서 왜 녹음을 하냐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난 문열고 나가서 그 고등학생이랑 다시 말싸움을 했어. 처음엔 나이 어려도 존댓말로 했는데 그쪽에서 틱틱대고 ㅆㅂ 이러는데 나도 얼척없어서 그냥 반말깠어 그러니까 그쪽도 반말로 하더라. 암튼 서로 소리 지르다가 고딩쪽에서 먼저 말이 막혀서 쿵쿵대며 계단 아래로 나갔어. 그래서 난 내 자취방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걔네가 올라오더니 또 소리지르면서 뭔 년, 무슨 년 이러는 거야
새벽 내내 이번에는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는 이렇게 누구랑 싸워본 적이 평생 처음이었고 거기다 이런 욕을 들은 적도 거의 처음이어서 심장이 쿵쿵 댔어서 잠도 제대로 못잤어. 근데 그날 이후로 밖에서 욕이 들리면 다 나한테 말하는 소리 같은거야. 처음엔 그 고등학생 목소리랑 비슷한 목소리만 나한테 말하는 것처럼 들렸는데 그게 일주일 가더니 그 이후로 그냥 모든 욕 들어간 말은 나한테 하는 것처럼 들렸어.
2. 조현병 발전 과정
나는 이게 일시적인 증상일거라고만 생각했어. 그렇게 삼주 정도를 보냈는데 약 이주 동안은 내가 생각하는게 피해망상이고 이게 실제가 아니란 걸 '인지'는 하고 있었어. 그런데 삼주째부터는 헷갈리기 시작하는거야. 그리고 삼주째 부터는 그냥 욕이 아니라 바람 소리도 이상하게 나한테 하는 욕처럼 들리고, 그냥 작은 소리도 나한테 말을 거는 느낌이라 귀가 아플 지경이었어. 건물 짓는 소리도 건물 짓는 소리로 들리는게 아니라 누가 일부러 나 싫어해서 쾅쾅 뭘 때리는 것 처럼 생각이 됐어. +누가 날 감시한다는 느낌도 들었어
그런거 있잖아 예를 들어 I try to read I go to work라는 가사가 있는데 한국인 귀에는 차두리 골넣어 이렇게 들리는 것처럼 그냥 바람 소리가 따로 이상하게 들리고 그런 느낌??
3. 병원에 간 이유와 약을 먹은 후
내가 병원에 간 건 거의 증상을 겪고 한달이 되었을 때 였어. 집에 있었는데 누가 우리집을 쿵쿵 쳐댄다고 생각하고 계속 밖에 내려갔는데 아무도 없었거든. 아무도 못 발견하고 그냥 허공에 내가 "뭐야 ㅆ1발아!!"하고 소리질렀고, 이때 아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구나, 일시적인게 아니구나 하고 바로 정신과 가서 내 증상을 설명하고 무작정 조현병 약을 달라했어.
다행인건, 내가 간호학과에 다녔어서 어느정도 정신병리에 대해 알고 있었고, 매일 일기를 쓰며 증상들을 기록해 놔서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었단 거야. 병원 가기 귀찮아서 미루는 중에도 항상 일기장에는 '지금 내가 느끼는 게 진짜가 아닌 걸 안다' 이렇게 하면서 다잡아서 내가 더 심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던 것 같아.
병원에 다녀온 후 약 먹으니 조현병 증상이 싹 사라졌어. 피해망상, 환청 등 날 괴롭히던 모든 게 사라졌어. 의사선생님은 이주분만 주시려고 했지만 혹시 몰라서 난 조현병 약을 한달간 (자기전)에 먹었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난 괜찮아.
나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갑자기 발병할 수도 있는게 조현병이고 그만큼 (주변에서 모르지만)흔할 수 있는 병이라 생각해. 의사도 아닌데 나서서 진단한다, 뭐만 해당하면 다 조현병이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조현병 증상의 작은 부분이라도 해당한다면 의사한테 상담해보길 바랄게.
첫댓글 아는만큼 대처도 잘하신거같애..!
ㅎㅎ이거 내가썼던글인데 끌올했어
조현은 시간이 흐를수록 음성화되면서 치료도 어려워짐 ㅠ 초반에 잘 치료받는게 중요한데 잘했네 이 여시는 ㅠㅠㅠ 참 힘든 병이여.. 다른 사람눈엔 이상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한테는 현실이 너무 지옥인거여갖구..
와 대처를 잘해서진짜다행이다...
헐.. 너무 힘들었겠다.. ㅠㅠ
에혀
여자애였어ㅜㅜ
조현병은 병이라는걸 인지하는것부터 치료의 시작이라고 하던데
여시는 진짜 아는만큼 초기에 대처 잘한거 같다
비록 겪을 필요 없는 일때문에 놀라고 덕분에 병까지 얻었지만 그래도 잘 지나갔다니 천만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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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얼마전에 조현병 의심되는 사람하고 다퉜는데, 그사람이 내가 안할말도 했다하고, 없는말 지어내고 혼자 막 화내고 욕하고 신고한다 어쩐다했거든.
여기 여러명 사는곳이라 결국 주인이 내보냈는데, 맘 한켠으로 인간대인간으로 안타깝더라. 무엇때문에 저리된건지 몰라도 병이라면 치료받았으면 싶더라고.
나한테 협박하고 위협해서 공황증상 더 심해지고 며칠간 공포에 떨긴했지만 저 상태가 지속되면 어딜가든 환영못받고 사회에서 배척당할거아냐.
여시는 빨리증상 캐치해서 병원가서 정말다행이야. 나도 목에이물감 심해서 뭘 못삼키는게 우울증 증상인거 알면서 외면하다 결국 폭발하듯 터지고서야 병원갔거든. 그나마 더 늦지않아서 지금은 엄청 좋아졌어.
앞으로는 아프지말고, 여시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길 바랄게.
헐 나랑 똑같다…….. 나 옆집에서 나보고 조용히 하라고 한뒤 (음악 틀고 잠들었어 ㅠ) 내욕을 몇번 하더라?? ……. 근데 가만히 있는데도 들리기 작했어……. 집앞에 누구 나와잇는지 호ㅓㄱ인하고 나가고 계단으로 다니고 ㅜㅜ결국 2주 입원하고 나았어..
개미친새끼 ㅡㅡ 잘 치료받아서 다행이다 ㅠㅠ
저 고딩새끼 시바 하
다행이야 여시
정말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 처하면 이렇게 될수도있구나... 여시 너무 지혜롭게 잘 대처했다
와 진짜 갑작스럽게 오기도 하는구나..ㅠㅠ여시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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