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 주는 곳으로 유명하며
퍽 시골스런 풍광에 깨끗한 공기와 한적한 분위기가
그 옛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준다.
이 섬에는 우리나라 영화사상 불후의 명작인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에서
유봉일이 의붓딸 송화(오정해 분)와 춤을 추면서
판소리를 5분 20초에 걸쳐 부르는 장면을 찍은 황톳길이 있다.
노아란 유채꽃 물결 사이로 이어지는 누런 황톳길,
아스라이 들려오는 흥겨운 노랫가락...
이 곳은 다른 시골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게 지고 가는 농부,
초가삼간 오막살이, 초분, 식량증산을 위해 만든 구들장 논, 다랭이 논 등
향토색 짙은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구들장 논은 구들을 깔듯 논바닥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쌓아 만든 논으로
해산물은 풍부했으나 논이 없어 쌀이 귀했던 시절에 흙이 부족한
섬마을 사람들이 한 줌의 흙마져 아껴 농사를 짓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들에게는 가난과 배고품을 이기려는 삶의 지혜였지만
이제는 스쳐가는 여행객에게는 그져 아름답고 전설어린 풍경이 되었다.
청산도에는 해수욕장이 많다.
일몰이 아름다운 지리해수욕장,
소나무 숲과 갯돌이 어울린 진산해수욕장,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쪽빛 바다가 2km에 걸쳐 펼쳐져 있는
신흥해수욕장 등이 있는데
그 중 진산해수욕장은 해 뜨는 마을로써 부산 태종대처럼 모래 없이
공룡알 같은 갯돌 만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해변으로 발바닥에 닿는 둥굴 둥굴한
갯돌의 느낌이 모래사장과는 다른 묘한 전율을 느낄 수 있고 이 돌들이
파도에 쏠릴 때의 움직이는 소리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석양을 보며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보고
서서히 그리고 찬란히 사라져 가는 석양의 의미를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행복하고 평화롭고 느긋하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자연스럽게 인생이 흘러가는 것을 음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번쯤은 짬을 내서 고요한 곳에 홀로 있으면서
적게 먹고 몸과 말과 뜻을 억제하며
진정 가치있는 인생과 진리에 대하여 명상에 잠겨 보면 어떻까.
정신없이 달려가지 말고 잠시 멈추어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등산을 가거나 섬에 가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자연의 풍경을 즐기고
울창한 숲 속의 새 소리와 개울가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얼굴에 와 닿는 바람과 촉촉하게 이슬 머금은 흙내도 맡으며
뭉게구름이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그림을 즐겨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속도를 늦추어 살아가며 자신을 더 알아가고
진정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