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하리와 물돌의 동병 상련
고부에 사는 오(吳)가 양가의 딸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아내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기 그지 없었다.
어느 늦은 봄날 그의 아내는 냇가로 빨래를 갔다. 화창한 날씨
탓인지 그녀는 음기(陰氣)가 동해 견딜 수가 없었다.
사방을 둘러 보았으나 어느 곳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질 않았다
. 마침 돌 하나가 눈에 띄는데 두 주먹 길이쯤 되는 게 몹시 매끄럽게 생겼다.
그녀는 얼른 그것을 주어 음호 속에 넣고는 멋대로 움직였다.
그러다가 그만 흥에 넘쳐 손을 놓치고 한도가 넘게 깊이 들어가고 말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넣어 돌을 빼내려 하나 가뜩이나 매끄러워 잡히지도
않았고 언저리를 눌러 뱉아 내려 하나 아픔 때문에 불가하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수심에 잠겨 있었다.
이를 본 남편이 그 연유를 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숨겨 둘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서 시말을 모두 얘기했다.
「오늘 빨래터에 갔다가 봄볕이 유달리 화사하여 별안간 당신
생각이 간절하여 견딜기 어렵게 되었어요. 그런데 마침 돌 하나가
육구(肉具)와 흡사하기에 잠시 비교해 보려는 생각에서 거기에
넣었던 것인데 그만 그게 잘못되어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당신이 비록 내 남편이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어요.」
남편이 이 말을 듣자 대답했다.
「이상도 하구려. 나 또한 홀로 빈 방을 지키며 창문을 열고
서성노라니 담장 가에 복숭아 꽃이 만발하고 숲 속의 온갖 새들이
제각기 재롱을 떨고 있어 당신을 빨래터에 보낸 것을 아쉽게 생각하였소
. 그런데 평상 밑에 있는 입이 좁고 깨끗한 항아리 하나가 눈에 띄는데
그게 당신의 그것과 너무 흡사하지 뭐요. 그래서 나도 비교해 보려는
생각에서 그곳에 내것을 넣었더니 항아리 밑이 좁아서 다시 나오기가
어렵기에 깨뜨리고자 하였으나 찰싹 들어붙어 있어 물건에 상채기가
날까 봐 이렇게 근심만 하고 있는 중이오.」
두 사람은 어이없는 곤경에 어찌할 바를 몰라 서로 붙들고 통곡을 하다가
점장이를 찾기로 했다.
소경 점장이 정경(程景)은 본래가 익살맞은 사람이어서 거짓으로 놀라
뛰는 시늉을 하더니 그 방책을 일러 주었다.
「그거 큰일이오. 이 일은 자석에 동티가 난 것이니 경(經)을 외지 않으면
구출 될 길이 없소. 거기에 사태가 긴박하니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구려
. 내가 우리 집에서 경을 외고 몸소 가서 해결을 지을테니 말먹이 석
섬과 닷 말들이 콩을 곧 보내 주오.」
오씨는 점장이의 말대로 모든 준비를 하였다.
장경은 그런 이튿날 오씨의 집을 찾아가서 오씨의 항아리에다 아내의
그 부분을 닿게 하여 둘 다 눈을 감게 하고 까딱하지 않고 앉게 하였다.
그리고는 아이들로 하여금 종이침을 비벼서 그녀의 콧구멍에 쑤셔넣으니
그녀는 세차게 두세 차례 잇달아 재채기를 하였다.
그러자 계집의 그 속에 들어 있던 돌이 튀어 나오며 사내의 항아리를
치니 만사가 해결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작 정경의 책략에 불과한 것임을 모르고 소경
점장이의 융함에 감탄을 연발하며 칭송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천지창조 엿새째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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