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포 갯가로
구월 둘째 토요일이다. 주말을 맞아 근교 산행을 하면서 초가을에 피는 야생화 탐방을 계획했다. 아침 이른 시각 마산역 광장으로 나가 진전 둔덕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려니 사정이 의치 못했다. 집에 쓰는 압력밥솥에 문제가 생겨 서비스센터에 들릴 일이 생겼더랬다. 그 일을 보고나니 배차 간격이 뜸한 첫차 이후 두 번째 출발 버스도 놓쳐 부득이 행선지를 바꾸어야했다.
삼진 산간지역과 구산 갯가로 가는 버스들은 마산의료원 앞을 거쳐 가기에 그곳에 나갔다. 낚시터로 잘 알려진 원전으로 가는 62번 버스가 와 탔다. 마산 시내를 관통해온 버스는 댓거리를 지나 밤밭고개를 넘었다. 주말에 서북산이나 여항산을 찾으면 이른 아침이었는데 한낮에 지나긴 드문 경우였다. 현동 교차로에서 덕동 차고지를 지나 수정으로 가 안녕마을 해안가를 둘러갔다.
합포만 바깥은 대규모 홍합 양식장으로 하얀 부표가 줄지어 떠 있었다. 원전으로 가는 버스는 안녕을 지나 옥계에 들려 되돌아가는 노선이라 종점까지 가질 않고 옥계에서 내렸다. 옥계는 마을 앞에 제법 큰 포구가 있어 농사보다 고기잡이로 생계를 잇는 어촌이었다. 방파제엔 외지에서 온 낚시꾼들이 보였다. 예전엔 초등학교 분교도 있었으나 폐교 되어 지역 문화센터로 바뀌었다.
포구에는 조업을 나가지 않은 배들이 여러 척 묶여 있었다. 한 어부가 배 위에서 어구를 손질하고 있었다. 모양이 특이해 무슨 고기를 잡는 어구냐고 물으니 문어 통발이라고 했다. 미끼는 무엇으로 써느냐고 했더니 빈 통발을 바다 밑에 내려놓으면 문어가 제 집인 줄 알고 들어간다고 했다. 여름이면 통발로 장어를 잡는 경우도 있는 듯했다. 어종에 따라 통발의 모양이 달랐다.
포구가 끝난 곳은 횟집이었고 건너편은 지역 사립대학 연수원이 자리했다. 저 멀리 합포만으로 마창대교가 걸쳐 지났다. 홍합 양식장 부표는 여전히 하얗게 떠 있었다. 진해만에는 해군 군사 시설과 정박 중인 군함이 위용을 과시했다. 진해만은 상당한 해역이 어로 금지 구역이라 어선들이 조업을 못하도록 출입 통제선이 그어졌다. 장복산 안민고개는 불모산과 시루봉으로 이어졌다.
봉화산 정상부는 가톨릭마산교구 연수원이 있었다. 나는 봉화산으로 올라 옥계 일대를 두루는 등산을 한 적이 있어 주변 지리에 훤했다. 해안가 임도를 따라 가는 트레킹도 몇 차례 다녀 지형지물이 익숙했다. 임도가 끝난 곳에서 해안가로 내려가니 농부가 경운기로 밭을 일구듯 멧돼지가 등산로를 마구 뒤집어 놓았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나 굼벵이를 잡아먹느라 파헤친 듯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서인지 거미줄이 여려 겹 걸쳐진 숲이었다. 숲에는 내가 여름 산에서 옴찔 놀라는 개옻나무가 많이 보였다. 옻에 민감한 나는 뱀이나 멧돼지보다 옻나무가 제일 무서웠다. 개옻나무에 닿을까 조심하면서 갯가로 내려가니 갯바위가 드러나고 한 사내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해송이 드리운 그늘에서 배낭에 넣어간 김밥과 곡차를 비우면서 요기를 때웠다.
잠시 뒤 배낭을 짊어지고 장화를 신은 사내가 나타났다. 난포 원주민이 아닌 마산에서 나왔다고 했다. 갯바위 붙어 자라는 홍합을 채취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물때를 알고 찾아온 사내는 몇 시간 정도 작업이 가능할 듯했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어촌계가 관리하지 않는 곳을 아는 사내였다. 갯바위에서 멀리 거가대교 연육구간이 아스라이 보였다. 맞은편은 장목과 칠천도였다.
해안 따라 난포로 향해 가니 물이 빠진 갯가는 돌멩이가 드러났다. 한 여인이 뭔가를 부지런히 찾아 뭐냐고 여쭈니 돌게라고 했다. 돌 밑에 있으니 당연히 돌게였다. 아주머니급 할머니는 마산에서 왔다고 했다. 아까 자연산 홍합을 따러간다는 사내와 부부간인가도 싶었다. 난포 마을과 상당히 떨어져 어촌계가 관리하지 않는 갯가라 외지인들이 어패류를 채집해도 되는 곳인 듯했다. 21.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