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이 발생한 텍사스 롭 초등학교 입구 (ANSA)
교황
미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 교황 “무분별한 무기 밀매를 멈춰야 할 때”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10대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25일 샌안토니오대교구장에게 전보를 보내 희생된 아이들과 교사를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열린 수요 일반알현 말미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자”고 말했다. 시카고대교구장 수피치 추기경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무기를 소지할 권리는 결코 인간 생명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5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서명이 담긴 전보를 샌안토니오대교구장 구스타보 가르시아 실러(Gustavo Garcia-Siller) 대주교에게 보냈다. 전보에서 교황은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총격으로 희생된 아이들과 교사를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시는” 하느님 자비의 품에 맡긴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며 “폭력 행사의 유혹을 받는 이들이 연대와 사랑의 길을 택하도록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이날 오전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의 말미에 초등학생 19명·성인 2명 등 최소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비극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무분별한 무기 밀매를 멈춰야 할 때입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건 중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총격범은 10대 남성으로, 자신을 막으려던 할머니에게 총격을 가해 중상을 입힌 뒤 초등학교로 향했다. 그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총격범은 범행 후 국경순찰대원에 의해 사살됐다.
수피치 추기경 “슬퍼하되 행동에 나서야”
교황은 이번 사건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목숨을 잃은 아이들과 교사, 유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국 주교단은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Blase Cupich) 추기경은 총기소지법을 규탄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울며 슬픔에 젖어야 한다”면서도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 앞에서 행동에 나서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전체 사망자 26명 중 어린이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10년 만에 발생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학교에서 발생한 다른 비극들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무엇을 바라나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총격범의 공격을 받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우길 바라나요? 사회가 말하는 대로 그저 학교에 보내면서 아이들을 위태롭게 하길 바라나요?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바라보길 바라나요?” 수피치 추기경은 2021년 노스웨스턴 메디슨 연구를 인용하며 ‘연방 살상용 무기 금지법(FAWB)’이 10년 동안 10건의 총기난사 사건을 예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또한 법안의 만료 이후에도 그 금지법이 향후 몇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됐다면 339명의 사망자와 1139명의 부상자를 낸 또 다른 30건의 공공장소 총기난사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보다 총기가 더 많습니다”
미국 주교단의 지지를 받는 수피치 추기경은 “총기 사건이 일어난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라고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내 자녀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수피치 추기경은 미국에 총기가 넘쳐나고 있다며 “우리는 사람보다 총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면서도 “오늘날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은 일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무기를 소지할 권리는 결코 인간 생명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은 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학교, 교회, 상점에서 이어지는 총기난사
경찰은 “현재 이 지역의 모든 활동이 중단됐다”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총격범은 학기가 끝나기 이틀 전 범행을 저질렀다. 그레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는 사망한 성인 2명 중 1명이 교사라고 밝혔다. 또한 유밸디 교육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작은 마을인 우리는 이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이번 총기 사건은 인종 혐오를 이유로 뉴욕주 버펄로의 한 수퍼마켓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열흘 만에 발생했다. 그 외에도 최근 몇 년간 학교, 교회, 상점 내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사회의 총기규제 개혁에 대한 여론은 10년 전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당시보다 약해진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건이 발생한 롭 초등학교의 전교생은 대략 600명이다. 롤란드 구티에레스 주 상원의원은 총격범이 범행 전 소셜 미디어에 “곧 어딘가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공공안전부(DPS) 트레비스 콘시딘 대변인은 총격범이 오전 11시30분경 학교 밖에 차를 세워 두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총성이 들렸을 당시 인근에서 근무하던 국경순찰대가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학교로 진입해 총격전을 벌였다. 바리케이트 뒤에서 저항하던 범인은 총격전 끝에 현장에서 사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