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에서 서천으로 넘어가는 길에 부사방조제를 만난다. 부사방조제를 접어드는 순간 보이는 소황사구 표지석. 태안에 있는 신두리사구가 생각이 나서 잠시 차를 주차장에 세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모래가 가득하다. 사구는 모래가 쌓여있는 언덕을 말한다. 여기는 해안 사구이니까 바닷가의 모래가 파도에 밀려와 그리고 바람에 날려 모래사장 뒤쪽에 쌓이면서 만들어 진다.
소황사구 생태 경관 보존지역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생태 경관 보전지역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다른 곳과 달리 보존하고 지켜야 하는 곳인가 보다. 자연 생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있거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여 학술적 연구 가치가 큰 지역을 생태 경관 보존지역으로 정하여 관리하는 곳이라 한다.
옆에 있는 안내도를 보니 실제 탐방로는 그리 길지 않다. 전체 해변의 1/3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지켜야 할 해변이라는 뜻이리라. 입구 근처에서 부터 갯매꽃 군락, 해당화 군락이 있고 조금 들어가면 안내소가 자리하고 있고 조망대를 거쳐 탐방로는 끝난다. 그리고 모래포집기설치지, 순비기나무 군락, 갯방풍 군락을 지나면 소황습지와 소황사구 해변이 나온다. 저 멀리 해송군락이 보인다.
겨울에 만나는 소황사구 탐방로의 정취
휴일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여행 온 사람들을 만난다. 처음부터 알고 왔는지 아니면 지나가다가 소황사구라는 표지석을 보고 들어왔는지 알 수 없으나 웃음 띈 얼굴에는 휴일의 표정을 가득 담고 있다. 탐방로를 걸으면 여기가 모래사구인가 아니면 갈대숲인가 하는 의아함을 느끼게 한다. 탐방로 주위로 멋진 가을 풍경이 자리하는데 한겨울에 만나는 가을 풍경이라 새롭기 그지없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중간에 만날 수 있는 생태탐방 안내소
우리나라의 수많은 해안사구가 있을 터인데 대부분 해수욕장으로 개발되면서 그 명맥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에 이곳 소황사구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보전상태가 좋은 해안사구 중 하나라고 한다. 해안사구는 유익한 모래언덕이라고 한다. 태풍 등에 의한 폭풍해일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방파제다. 때때로 강한 태풍이나 해일에 의해 사구 전면부가 침식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지형을 회복하는 특징이 있다.
소황사구는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등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이다. 바람에 의해 모래가 퇴적된 특이한 지형이라서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제15호(경관보호구역 제1호)로 지정된 해안사구라 한다. 혼자서는 알 수 없는 이런 저런 설명을 해줄 생태탐방 안내소를 만날 수 있다.
서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소황사구 조망대
탐방로를 걷다보니 소황사구 조망대가 나온다. 서해바다를 마주보고 있다. 가까운 원산도에서 호도와 녹도를 거쳐 멀리 외연도까지 한 눈에 다 들어오는 곳이다. 여기서 석양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모든 바다의 노을이 멋지겠지만 이곳의 노을은 또 다른 감흥을 줄 것 같다. 시간을 내어서 일부러라도 와보고 싶다.
보령 소황사구 탐방로의 끝
탐방로를 무심하게 걷다보니 끝까지 오게 되었다. 마지막 부분은 한폭의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오늘은 안개가 끼어서 멋진 사진이 나오지 않겠지만 노을 지는 시간에 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하다. 우연인지 탐방로의 끝에 초로의 어르신이 앉아계셨다. 이곳이 탐방로의 끝이었기에 더 나아갈 수 없기에 아쉬워하면서 한참을 앉아 계시는 건가?
소황사구에 끝에서
고요한 아침
내가 이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인줄 알았는데
긴 여로의 순간처럼 만난 그대여
길의 끝에 주저앉은 노인은
이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운명적으로 알고 있다
길이 끝이 아님에도
마치 끝나버릴 것 처럼 앉아
걸어온 길들을 되씹어 보고 있다
노을이 드리워 지기를 기다린다
안개를 물리치고 다가올
황금 빛 인생의 석양을
내가 걷는 인생의 길에
언젠가 끝이 아닌 끝을 만나면
우두커니 앉아 젊었던 시절을 그리워할까
소황사구 끝에서 만난
세월의 해질녘 노을이여
다시 시작되어도 좋을 인생의 이막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