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막을 올린 가운데 한국대표팀은 그리스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야구장을 찾았던 국민들도 축구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월드컵 기간에도 프로야구는 열린다. 아니 여전히 야구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지난 12일 역대 최소경기 기록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 프로야구는 혼전양상이 뚜렷했다. 팀 마다 희비는 엇갈렸지만 어느 한 팀이 일방적인 연승을 거두거나 연패에 빠지지는 않았다. 가장 좋은 승률을 기록한 롯데의 경우 6경기 가운데 4경기를 이겼을 뿐이다. 성적이 좋지 못했던 한화도 2승은 챙겼다. 각 팀마다 전력의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자면 6월 이후 순위싸움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좋았던 기록과 나빴던 기록을 함께 살펴보면서 지난 한 주간 프로야구를 되짚어본다.
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롯데-넥센 경기. 경기를 승리로 이끈 롯데 선발 사도스키가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베스트 팀 : 롯데(주간성적 4승1무1패)
롯데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무섭게 도약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주 넥센, 한화를 상대로 4승1무1패의 성적을 거두며 지난 주 가장 돋보였다. 13일 한화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8연승(1무승부 포함)을 질주했다. 하루 만에 5위로 내려앉기는 했지만 한때 4위 자리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투타 밸런스가 완벽했다. 지난 주 롯데의 팀 타율은 3할1푼5리, 팀 평균자책점은 2.68이었다. 두 부문 모두 8개구단 가운데 1위였다. 롯데의 막강타선은 지난 주에도 단연 돋보였다. 무려 홈런을 11개나 터뜨렸다.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3개를 터뜨렸고 전준우와 강민호도 2개를 때렸다. 팀 장타율이 무려 5할5푼1리, 팀 OPS는 9할2푼5리에 이르렀다.
마운드의 활약도 빛났다. 그동안 기복이 심한 투수력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6월에 접어들면서 투수들도 제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선발투수 가운데 사도스키, 송승준, 장원준, 이재곤이 나란히 선발승을 챙겼다. 2경기에 선발로 나선 조정훈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 ‘옥에 티’. 하지만 선발진이 살아난다는 것은 롯데에게 있어 매우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롯데 상승세의 원동력은 선발진이다. 8연승 기간 동안 사도스키 이재곤 장원준 송승준 등 4명의 선발투수가 2승씩을 가져갔다. 8경기 가운데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선발진이 이닝을 길게 끌어주다보니 구원투수들도 그만큼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 팀 평균자책점을 5.35까지 낮춘 롯데는 이 부문 최하위 자리를 넥센에게 양보하고 7위로 올라섰다. 조만간 평균자책점 4점대 진입까지 노리고 있다.
후보
LG 주간성적 4승2패…팀 평균자책점 3.23(4위), 팀 타율 .285(2위)
▶워스트 팀 : 한화(주간성적 2승4패)
지난 주 KIA와의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왼손 강타자 장성호를 영입한 한화. 하지만 아직 트레이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주 LG, 롯데를 상대했지만 나란히 1승2패로 부진했다. 그나마 집중력을 발휘해 2승을 챙긴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그 2승 모두 역전승이었다. 그 중 9일 LG전에선 한대화 감독이 퇴장을 당하는 우여곡절 끝에 거둔 것이었다.
지난 주 한화는 두 차례나 영패를 당할 만큼 타선이 부진했다. 주간 팀타율이 2할2푼6리로 7위에 머물렀다. 출루율은 2할8푼9리로 최하위였다. 3할도 안 되는 출루율로선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기 어려웠다. 4번타자 최진행이 홈런 2방에 타율 3할6푼8리, 강동우가 타율 3할4푼8리로 분전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부진이 너무나 컸다. 관심을 모았던 장성호는 6경기에 모두 나왔지만 15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마운드도 실망스러웠다. 선발투수 가운데 류현진과 데폴라는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주간 팀 평균자책점은 5.22로 리그 7위. 2승은 허유강, 양훈 등 구원투수들의 몫이었다. 양승진, 카페얀, 유원상이 선발로 나섰지만 모두 대량실점 후 조기강판 당해 한대화 감독의 마음을 쓰리게 했다.
후보
삼성 주간성적 2승4패…팀 평균자책점 3.12(2위), 팀 타율 .234(5위)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한화와의 경기 3회말. LG 박병호가 1사 1,3루 때 3점 홈런을 성공시킨 후 이병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
▶베스트 히터 : LG 박병호(18타수 9안타 타율 .500 4홈런 11타점 2도루)
‘미완의 거포’가 드디어 타격에 눈을 뜬 것일까. 데뷔 때부터 LG의 ‘차세대 4번타자’로 주목받았을 정도로 박병호의 잠재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막상 프로무대는 만만치 않았고 2005년 데뷔 후 지난 해까지 군복무 기간 포함, 5년 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도 실망스런 모습은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지난 주 전혀 다른 선수로 돌아왔다. 10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홈런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4경기에서 13타수 7안타에 타점을 11점이나 기록했다. 지난 주 무섭게 안타와 홈런을 몰아치면서 1할대에 머물렀던 타율도 2할4푼5리까지 끌어올렸다.
박병호는 타고난 파워와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변화구에 대한 약점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풀스윙을 버리고 상체 위주의 간결한 타격폼으로 바꾸면서 변화구도 잘 대처하기 시작했다. 스윙폭은 작아졌지만 워낙 힘이 좋다보니 홈런이 더 잘나오고 있다.
타격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박병호를 주전으로 기용한 박종훈 감독의 인내도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좌타자 위주의 LG 타선에서 오른손 거포 박병호가 중심에 선다면 LG의 전력은 더욱 업그레이드될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박병호의 ‘환골탈태’가 프로야구판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높다.
후보
SK 김강민(15타수 8안타 타율 .533 2홈런 5타점)
롯데 이대호(22타수 10안타 타율 .455 3홈런 11타점)
KIA 김선빈(23타수 11안타 타율 .478 1타점 1도루)
득점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고 물러나는 나지완 (사진=연합)
▶워스트 히터 : KIA 나지완(13타수 무안타 1타점 5사사구 타율 0)
지난 해 한국시리즈의 영웅 나지완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나지완은 지난 주 6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단 1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사사구 5개를 얻어 출루했지만 KIA가 나지완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1루에 걸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지완의 타격부진은 단지 최근의 문제만은 아니다. 6월달 들어 나지완은 12경기에서 타율 6푼1리에 머물러있다. 4월에도 2할2푼5리에 그쳤고 5월에는 2할 밖에 되지 않았다. 시즌 타율은 2할9리까지 떨어진 상태다. 극심한 타격부진 때문에 지난 달에는 2군에 다녀오기도 했고 경기 전 특타 훈련도 앞장서서 하고 있다. 하지만 방망이 침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23홈런 73타점을 기록한 위용은 온데간데 없다. 조범현 감독도 최근 나지완의 선발기용을 고민하고 있다.
KIA가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최희섭-김상현-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무릎이 안좋은 김상현과 더불어 나지완의 타격부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작년과 같은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후보
두산 김동주(17타수 1안타 타율 .059 1타점)
SK 박재상(17타수 1안타 타율 .059)
▶베스트 피처 : 롯데 송승준(7이닝 4피안타 무실점 평균자책점 0 7탈삼진)
롯데 송승준은 ‘여름의 사나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컨디션이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지난 해에는 6~7월에 걸쳐 3경기 연속 완봉승 및 7연승을 달린 바 있다. 올시즌에도 송승준은 여름으로 접어들수록 강력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송승준은 지난 12일 사직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7-0 승리를 견인했다. 롯데의 8연승을 이끄는 승리인 동시에 송승준 개인으로선 지난 4월 29일 사직 넥센전 이후 8경기에서 6연승을 올리는 의미있는 성과였다.
올시즌 송승준은 7승3패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 중이다.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지난 해 기록한 개인 최다승 13승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송승준이 완전히 살아남에 따라 롯데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후보
LG 봉중근 (1선발 1승 7이닝 5피안타 3삼진 평균자책점 0)
두산 임태훈 (1선발 6.2이닝 4피안타 무실점 평균자책점 0)
▶워스트 피처 : 넥센 문성현(1.1이닝 5피안타 5실점 평균자책점 33.75)
충암고를 졸업하고 올해 넥센에 입단한 고졸신인 문성현은 차세대 에이스감으로 벌써부터 인정받고 있다. 아직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1군 엔트리에 포함돼 벌써 12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프로 첫 선발등판이었던 10일 목동 롯데전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김시진 감독은 경기 전 “4회까지만 버텨줘도 잘한 것”이라며 불안함을 내비쳤고 그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한창 물오른 롯데 타선을 새내기 투수가 막아내기에는 힘이 부쳤다. 1회초에 이대호 가르시아에게 홈런포를 잇따라 얻어맞더니 2회초에도 2루타를 맞자 결국 1.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장래 유망한 어린 투수에게 너무나도 혹독한 선발 신고식이었다.
▶베스트 플레이 : SK 김광현 ‘아깝다 노히트노런’
‘
지난 주 프로야구의 최대 화제는 단연 ‘특급좌완’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10일 문학 삼성전에 9회 2사까지 안타를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프로야구 역사상 11번째 노히트노런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너무 기록을 의식한 탓일까. 2사후 신명철을 볼넷으로 출루시킨게 화근이었다. 결국 곧바로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면서 노히트노런은 끝내 무산됐다.
김광현은 경기 후 “마지막 순간 대기록을 나도 모르게 의식한 것 같다”라며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온다면 그때는 놓치지 않겠다”고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함께 배터리를 이뤘던 박경완은 “김광현의 노히트노런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실망한 빛이 역력한 김광현을 위로했다.
대기록은 놓쳤지만 김광현의 역투는 단연 빛났다. 지난 달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져 2군선수단이 머물러있던 강진까지 내려갔을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투구할 때 팔의 위치가 올라가면서 특유의 위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되살아난 것이 고무적이었다. 직구가 살아나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더욱 위력을 더하고 있다.
비록 노히트노런은 놓쳤지만 김광현은 진정한 에이스가 되기 위해선 끝까지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까지 얻었다.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 의미다.
▶워스트 플레이 : 삼성에 불어닥친 실책 바이러스
삼성은 지난 8일 문학 SK전에서 2-5로 패해 6연패 늪에 빠졌다. 특히 이날 삼성의 발목을 잡은 것은 어이없는 수비 실책이었다. 2회말 박경완 타석 때 유격수 박진만이 박경완의 평범한 땅볼타구를 놓치면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진만은 올시즌 벌써 실책을 11개나 저지르며 ‘국민 유격수’라는 별명을 무색케하고 있다.
그날 경기에서 삼성은 박진만 외에도 2루수 강명구와 3루수 박석민이 잇따라 실책을 범하면서 스스로 자멸했다. 올시즌 삼성은 56개의 실책을 저질러 8개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넥센보다도 무려 9개나 많다. 선동열 감독도 “수비실책이 너무 많다. 이렇게 많아서는 이기기 힘들다”라고 한탄할 정도다.
현재 삼성으로선 시급히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 선발투수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불안한 수비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때 삼성을 최강으로 이끌었던 ‘지키는 야구’는 이제 명맥조차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응원 횟수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