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 위기 이후 거의 24년 만에 처음으로 6%대에 올라섰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은 은퇴 생활자들에게 달가울 수 없지만, 악조건이라고 해서 은퇴 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단기적인 은퇴 생활 자금과 장기적인 은퇴 자산을 준비하려면 금융시장의 주기적 변화를 이용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 긴축 행렬에 동참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과 채권으로 보다 높은 이자 소득을 도모할 수 있다.
◇예금 풍차돌리기로 은퇴 생활 자금 만들어라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은행 수신금리는 올해 5월 기준 2.02%이나, 은행에 따라서는 최고 연 3~5%대의 특판 예·적금도 내놓고 있다. 채권 금리도 동반 상승해 3년 만기 국고채와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 모두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우선 금리가 오를 때는 매월 새로운 예·적금에 가입해 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풍차 돌리기’ 재테크가 은퇴 생활 자금 마련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매월 새로운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고 만기를 1년으로 설정하면, 1년 후부터는 매달 만기가 차례로 도래하면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이자는 생활 자금으로 사용하고 원금만 재예치하거나, 원리금을 모두 재예치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예·적금 가입 시기를 분산하면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 목돈 전체를 해지하지 않아도 돼 유동성을 높인다는 장점도 있다. 만일 여유 자금이 1억원 있고 매월 1000만원씩 연 3% 예금에 가입할 수 있다면 1년 후부터 매월 세전 30만원의 이자소득이 나오는 셈이다. 만기 재예치가 계속된다면 매월 멈추지 않는 현금 흐름이 발생한다.
◇금리 고점일 때 채권 투자에 가장 유리
비정상적인 물가 급등으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채권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 채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자수익과 시세차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채권의 표면금리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자수익은 고정돼 있는 반면, 채권가격이 변동하면서 시세차익 혹은 시세차손이 발생한다.
개별 채권에 투자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만기 이전의 채권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최초 투자 시점의 수익률을 확정할 수 있다. 금리가 고점일 때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데, 표면금리가 높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이자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데 따른 시세 차익도 도모할 수 있다.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겠지만, 이후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면 금리도 내릴 공산이 크다.
채권은 발행사가 파산하지 않으면 만기 때 원리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신용등급이 양호한 채권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채권의 신용등급은 AAA부터 D까지 부여되는데 BBB- 이상을 투자적격등급이라고 하고, 그 미만을 투기등급으로 본다.
올 들어 보험사에서는 표면금리 연 4~5%대의 후순위 채권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보험사 후순위 채권은 주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채무변제 순위가 일반채권보다 밀리며,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발행사가 조기 상환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대다수 회사채는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데, 이자를 지급하는 달이 다른 채권 3개에 투자하는 경우 매월 현금 흐름을 발생시킬 수 있다.
◇주가 하락을 이용한 분할매수 혹은 적립식 투자
물가가 급등하고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도 하락세다. 올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국내외 주가는 코로나 이전 고점 대비 10~20% 이상 떨어졌다. 특히 코스피 지수는 2021년 7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 3305.21 대비 최근 29% 하락해 주요국 가운데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가가 하락하는 기간에 우량주를 분할 매수하거나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보유 주식 수를 늘리고, 향후 주가가 반등할 때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다수의 우량주에 골고루 투자하는 펀드를 이용하거나, 펀드의 투자 기능과 보험의 보장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변액보험을 활용해 은퇴 자산을 준비할 수 있다.
국민연금 통계자료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1인당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52만원에 그친다. 국민연금 수급자 10명 중 6명은 월 수령액이 40만원도 되지 않는다. 월 100만원 이상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전체 수급자의 8%로 10명 중 1명꼴도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연구원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결과, 만 50세 이상 중고령 취업자들이 예상하는 은퇴 후 월평균 상활비는 부부 기준 약 257만원, 개인 기준 약 156만원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은퇴 자산을 불리려는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높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은 상황이지만, 높아진 금리와 낮아진 주가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