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의 일상 생활을 파고들어 풍자한 사진작가 마틴 파가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전날 잉글랜드 브리스틀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마틴 파 재단의 제니 스미스가 BBC 뉴스에 전했다.
재단은 성명을 통해 그가 "매우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의 아내 수지, 딸 엘렌, 여동생, 손자가 유족으로 남았다. 가족이 사생활 보호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1980년대 중반, 머지사이드 뉴브라이튼에서 휴가를 보내는 노동자 계층을 그린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로 두각을 나타냈다.
파의 작품은 일상생활의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포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사진들은 장난기 있고 유머러스했으며, 동시에 논쟁과 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2020년 아키텍추럴 리뷰 인터뷰를 통해 "나는 오락으로 위장한 진지한 사진을 만든다"며 "보편적인 진실을 발견한 순간을 짚어내려고 노력한다. 진실은 주관적이지만, 내가 발견한 세상은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50년 넘게 파의 사진들은 겉보기에는 평면적이지만 재미있고 동정 어린 시선으로 고향 시골의 황량한 해변 마을부터 마을 축제, 현대 쇼핑센터까지 영국의 조용한 의식과 부조리를 관찰했다. 그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엽서를 모방한 채도가 높은 색상의 팔레트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뉴 브라이튼에서 찍은 사진들은 한 순간을 포착하고 사람들의 사회 계층에 대한 인식에 도발을 일으키려는 의도였다.
이 컬렉션은 당시 위럴 마을을 특징짓던 쓰레기와 낡은 편의시설 사이에서 소풍을 즐기는 당일치기 여행객들의 사진으로 바닷가에서의 최고와 최악의 하루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유명한 해변 장면들은 매우 논란이 됐는데, 스스로도 올해 초 자신의 삶을 다룬 새 영화 제작 전에 인정한 일이 있다. 파는 "런던과 남동부 출신 사람들은 북부가 어떤 곳인지 정말 몰랐다"며 "쓰레기가 꽤 끔찍했지만, 그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마치 내 잘못인 것 같았다. 집이 너무 지저분해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AFP 통신 인터뷰를 통해 그는 세상이 자신의 사진에 담긴 풍자를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모두의 상태는 끔찍하다"며 "우리는 모두 너무 부자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지속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영국 사진학회 편집장 다이앤 스미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추모 글을 통해 파를 "전후 사진의 거인"이라면서 "그는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아주 이른 시간에도 언제나 전화를 받아 줬고, 항상 매우 직설적이었다. 그는 자기 할 일을 했고, 엄청나게 열심히 일했으며, 다른 사람들을 도왔다. 잘 살아온 삶이었다"고 돌아봤다.
몇 년 동안 파와 함께 미술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 해온 조나단 스티븐슨은 B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평화롭게 미식축구를 보며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며, 자신은 "확고하고 충성스러운 친구"라고 덧붙였다. "마틴의 눈과 마음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고,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일이었다. 마틴의 일상생활에 대한 열정은 전염성이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인은 1994년부터 영향력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북한부터 알바니아,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모습도 담았다. 70대 노년에 들어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최근 자전적 사진집 '아주 게으르고 산만한'(Utterly Lazy and Inattentive)을 내기도 했다.
유족으로 부인 수지 파와 딸 엘렌 파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