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이태훈님께
죄송스럽지만 몇자 적습니다. 정수기 따위가 아닌 좀더 생산적인 주제였다면 더 즐거운 맘으로 글을 썼을텐데,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좀 맥이 풀리는군요. 담부턴 가급적 좀더 가치있는 내용으로 서로 의견을 나눴으면 합니다.
영국사랑 게시판에서 '누군가' 적은 글에 또다른 "누군가"가 반론을 제기하면 으레 반박글이 올라오고 반박글의 패턴은 "너의 주관적 판단을 일반화 하지 말라"는 형태가 됩니다. 그러나 최초 글을 게재한 '누군가'의 논리 역시 기본적으로 "제한된 주관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반박글은 그저 반박을 위한 반박에 불과하게 됩니다.
재반론의 글에는 항상 자신의 경험에 대한 자세히 기술과 자신의 경험에 권위를 부여하는 과정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이 강화된다고 해서 최초 논리가 더 설득력을 같거나 더 합리적이 되는 것은 아니죠.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영국에서 2년째 살면서 현재 사는 지역을 떠나서는 얼마나 사셨나요? 님의 시간적/공간적으로 극히 제한된 주관적 영국생활 경험을 통해 "영국사람은 다 이렇다"하고 일반화 시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군요. 님이 사는 지역 사람들이 모두 물을 사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랑 제 친구(저의 첫번째 글에 언급된)도 많은 지역을 오가며 봐온 것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요크출신이고 캠브리지에 살다가 이번에 스코틀랜드로 왔으며, 저는 켄트서 살다가 캠브리지 변두리를 거쳐 현 거주지에 왔습니다.
이태훈님께서 자신의 경험이 가치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타인의 경험도 당연히 존중해야합니다. 당연히 제 경험도 님의 그것과 동등하게 가치있습니다. 님이 제가 장난삼아 붙인 "안티 정수기 캠페인"에 상당한 과민반응을 보이시는 이유는 혹시 님의 경험이 제 경험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시기 때문은 아닌지요...
그리고...님이 적으신 "석회가 몸에 절대 좋은 것이 아니다"란 말씀엔 동감할 수 없습니다. 석회가 무슨 독극물도 아니고, 만약 석회가 그렇게 "몸에 절대 않좋다"면 석회가 섞인 수도물을 공급받는 영국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데모할겁니다. 석회에는 기본적으로 우리몸에 필요한 칼슘이 들어있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저는 사실 과학쪽에는 젬병이라 님이 말씀하시는 "안좋은" 석회의 구성물질 중 어떤 것이 어떻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님은 앵글로색슨과 몽골리안이라는 매우 적절치 못한 표현을 써가며 정수기를 구입해야한다는 님의 의견을 옹호했는데...이부분에 대해선 그닥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진 않군요. "다 니 몸에 좋으니 내 충고를 아로새기라"는 님의 저에대한 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님의 말씀은 피부색을 들먹인 부당한 비유때문에 매우 인종차별주의적인 데다가 굉장히 기분 나쁘게 들립니다. 이 부분은 님이 어느정도 개인감정을 섞어 글을 쓰신것 같은데 이것에 대해선 제게 사과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님이 영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에 애정을 갖고있고 자부심을 갖고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답글을 다실 때 님의 이름으로 시작해서 님의 홈페이지 링크로 끝나는 거 가끔 봤습니다. 그러나, 님이 항상 100% 옳을 수는 없죠. 실례지만 홈페이지 자료는 얼마만에 한번씩 업데이트 하시는지요? 하루하루 바뀌는 요즘같은 세상에 님의 말씀이 곧 진리라는 식의 태도는 매우 위험하고 허황된 발상입니다.
님이 수도물을 바로 받아마시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일반 가정에서 식사후 물마시는 영국인을 주의깊게 본적이 있으신지요...많은 사람들이 물을 사먹는 님의 거주지역을 벗어나 한번 관찰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끝으로...님이 강조하시는 정수기필터가 석회를 걸러내는 확률은 도대체 얼마나 됩니까? 100%면 나중에 골다공증 생길까 은근히 걱정됩니다. 추후에 님이 영국내 정수기 사용의 절박함에 관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제시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단순히 "정수기 사용=건강증진"이란 논리는 좀 아닌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영국 전문가시니 이정도 답변은 해주실걸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