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ㆍ수도권의 노후 주택 밀집지역에서 신종 ‘지분 쪼개기’가 급증하고 있다.
신종 지분 쪼개기란 단독주택을 헐고 10평 안팎 소형 평수의 다세대나 연립주택을 짓는 행위를 가리킨다. 신종 지분 쪼개기는 주로 도시 재정비 촉진 특별법(도촉법)에 의해 재정비 구역으로 지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확산 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재개발 구역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재개발 사업이 보류된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행 재개발 요건을 20%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한 도촉법이 시행되면서 이들 지역에도 재정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등에 업은 신종 지분 쪼개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적인 지분 쪼개기는 다가구주택의 다세대 주택으로 구분등기, 토지와 건축물 소유권의 분리(일명 뚜껑 만들기), 하나의 필지를 여러 사람이 공유지분으로 소유하는 방식 등이 쓰였다.
이 같은 지분 쪼개기는 조합원 수를 급격하게 증가시켜 재개발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일부 지역에서는 건립가구수보다 조합원 수가 많아 사업 추진이 무산되는 폐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건설교통부는 2003년 7월 긴급명령으로 재개발 구역 내 다가구주택의 다세대주택으로의 구분등기를 금지시켰고 이후 각 시도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 개정을 통해 분양자격을 엄격히 제한해 지분 쪼개기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2003년 말 이후 진행된 이 같은 지분 쪼개기에 대해선 지역을 막론하고 주택 하나 당 분양권을 하나만 인정해 지분 쪼개기의 메리트를 없앤 것이다. 즉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시점이 2003년 12월 31일 이후이면 지분 쪼개기가 진행될 당시 해당지역이 재개발 사업지 등으로 ‘구역 지정’을 받은 상태이건 아니건 간에 나중에 실제 재개발ㆍ재정비 사업이 이뤄질 경우 분양권의 수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에 따라 한동안 지분 쪼개기가 자취를 감추는 듯했으나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변형된 방식의 지분 쪼개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종 지분 쪼개기가 활발했던 곳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양천구 목동,중구 신당동,중랑구 면목동 등과 경기도 의정부시,고양시,구리시 등이다.
“구역 지정되면 분양권 얻을 수 있다” 수요자 유인
이들 지역은 개발 기대감이 큰 데도 재정비 구역으로 지정이 안 된 상태라 ‘건축 허가 제한’등의 규제가 없는 곳이었다. 일부 사업자들은 이 같은 허점을 노려 단독주택을 허물고 소형 연립 등을 ‘합법적’으로 지어 팔아왔다.
현행 도정법이나 도촉법상 재정비 사업지로 ‘구역지정’이 되면 자연적으로 건축 허가가 제한되지만 구역지정이 되기 전에는 건축 행위가 비교적 자유롭다.
최근 들어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건축 허가 제한’을 공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지역은 대부분 신종 지분 쪼개기가 행위가 이미 활발하게 이뤄진 지역이다. 성동구 성수1,2동이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지금도 신종 지분 쪼개기는 지역을 옮겨 확산되고 있는데, 용산구 후암동 등에는 신축 공사를 벌이고 있는 사업장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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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나중에 조합원 몫 아파트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 단독
주택을 헐고 연립주택을 짓는 신종 지분쪼개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
사업자들은 “곧 구역지정이 되면 아파트분양권을 얻을 수 있다”고 선전하며 이들 신축 빌라를 팔고 있다. 수요자들은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신축 건물이어서 관리가 쉽게 때문에 이들 신축 빌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종 지분 쪼개기가 진행되고 있는 곳에선 기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도촉법 상의 정비구역지정 요건에서 건물의 노후도 조항은 60% 이상으로 규정돼 있어 일반 재개발 사업과 다름없는데 이 같이 신종 지분 쪼개기가 늘어나면 노후도가 낮아져 사업추진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관할 지자체에서는 ‘건축 허가 제한’을 ‘뒤늦게’실시하는 것도 이 같은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동구청이 올 7월 성수동 일원에 대해 건축 허가 제한 공고를 냈고 중랑구청도 면목동 일원에 올 8월부터 대해 같은 내용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 용산구청도 동자동,후암동,한강로1~3가에 대해 이달 21일 건축 허가 제한 공고를 냈다. 경기 북부에서도 이달 들어 같은 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의정부시는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검토 대상지인 금의지구(의정부 1동, 금오동 일원) 108만여㎡와 가능지구(가능 1, 2, 3동 일원) 124만여㎡ 지역의 건축 행위 일부를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때까지 2년간 제한했다.
또 고양시는 원당지구(주교동, 성사동 일원) 130만㎡와 능곡지구(능곡동, 토당동 일원) 116만㎡, 일산동 일원 107만㎡를, 구리시는 인창지구(인창동 일원) 75만㎡와 수택지구(수택동, 구리시장 일원) 132만여㎡을 각각 지정, 고시했다.
‘제 살 깎아먹기’…투자엔 주의해야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언제나 한발 늦게 이뤄지기 때문에 당연히 ‘뒷북 행정’이란 지적을 많이 받는다.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투기꾼들이 치고 빠진 후에 뒤늦게 허가를 제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신종 지분 쪼개기를 벌이는 전문업체들이 여러 곳 있는데 이들은 이미 재개발이나 재정비지구로 구역지정이 된 곳의 옆 동네, 즉 개발 가능성이 크면서도 규제가 없는 지역을 골라 다니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역 지정이 된 곳의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라 옆 동네의 신축 빌라 가격이 수요자들에게 저렴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요즘에는 구역지정이 이뤄지기 전에‘선점 투자’하는 차원에서 이들 신축 연립 등을 선호하는 투자 층도 두터워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신종 지분 쪼개기는 ‘제 살 깎아먹기’란 지적이 많다. 노후도를 낮춰 사업 추진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종 지분 쪼개기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들은 도시정비기본계획상 정비구역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이 대부분이고 도촉법 시행에 따라 구역지정 요건이 완화되는 것을 전제로 재개발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새롭게 다세대 주택 등을 신축하게 되면 완화된 정비구역지정 요건 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게 돼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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