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푸름이 짙게 깔린 천년고찰 부석사 모습
부석사(浮石寺)는 사철 어느 때 가도 그 맛이 다르며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감회를 주는 명찰이자 경승지이다. 그것은 아마도 종교적 신념에 따른 창건 의지가 분명하고, 그 터와 1,300년을 넘게 지켜온 가람이 종교적 신념을 고스란히 받들어 지금까지도 한점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창건조인 의상대사(義湘大師)를 받드는 선묘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교리에 어둡고 신심도 없는 중생들의 마음까지 붙들어주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나라 절은 일반적으로 아늑한 산속에 자리잡게 마련인데, 부석사는 모습이 훤히 드러나는 산등성이에 길다랗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매우 분주하게 오가는 데에는 부석사가 지닌 이런 풍광이 큰 몫을 한다.
부석사는 신라의 삼국통일기인 67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당나라 종남산 화엄사에서 지엄을 스승으로 모시고 불도를 닦은 의상이 670년에 당나라가 신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돌아온 뒤 다섯 해 동안 양양 낙산사를 비롯하여 전국을 다니다가 마침내 수도처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의상이 주석하여 화엄사상을 닦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면서 부석사는 화엄 종찰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제자 양성에 힘을 기울인 의상의 문하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가운데는 노비 출신도 있고 홀어머니를 봉양하는 가난한 군인도 있었으며 법을 물으러 오는 학자들도 있었다. 의상의 손제자인 신림 이후 9세기에 들어 부석사는 ‘대덕’(大德)의 호칭을 받은 법사가 많이 배출되었고 승려가 되기 위해 부석사에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중적인 지위를 확보하였다. 의상 때에 조촐했던 규모도 제법 커져서 대석단 위에 여러 당우를 갖춘 거대한 가람이 이루어졌고, 지금의 강릉지방인 명주(溟州)에 장사(莊舍)를 보유할 만큼 재정 기반도 넉넉해졌다. 부석사는 초창 때보다도 9세기 이후 왕권과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후삼국이 쟁투를 벌일 때 궁예가 부석사에 쳐들어와서 벽에 그려진 신라 왕의 초상을 칼로 내리쳤다는 기록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부석사 경내 활짝핀 배롱나무꽃과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이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하고 있다(영주시 제공)[헤럴드경제(영주)=김성권 기자]천년고찰 경북 영주 부석사에 여름 꽃인 '배롱나무'가 붉은 꽃망울을 터뜨려 장관이다. 여름은 배롱나무 꽃과 함께 시작된다. 석 달 열흘 피고 지고, 지고 피는 나무, 목 백일홍, 배롱나무 꽃이 지면 여름도 끝난다. 배롱나무는 7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100일 동안 차례로 분홍 꽃을 피워 한여름 폭염에도 화사함을 연출한다. 붉은 꽃은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빛을 받아 더욱 붉다. 나무가 크지 않아 옆으로 퍼지면서 나무줄기의 곡선과 빛깔이 멋지고 맵시가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사진=권화자 영주시 문화관광해설사 제공) 부석사 안양루가 딛고 있는 석축 끝에 서 있는 배롱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푸름이 짙은 부석사 경내에는 지금 배롱나무 꽃이 화르르 피어있다. 폭염이 절정을 이룬 산은 산이 낼 수 있는 모든 빛깔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빛내고 있다. 예로부터 배롱나무는 사찰이나 선비들의 공간에 많이 심는다. 선비들의 거처 앞에 심는 것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절간에 배롱나무 꽃이 많은 이유도 있다.
부석사 방문객들이 활짝핀 배롱나무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권화자 영주시문화관광해설사 제공) 스님들이 간다는 하직 인사 없이 배낭 하나 걸머지고 홀연히 떠나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말없이 떠난 도반을 그리워하며 텅 빈 마음으로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 이던가,배롱나무 꽃은 질 때도 제 색깔로 화려하게 진다. 기세등등하게 색깔을 내며 피를 토하듯 우르르 떨어진다. 우리 인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갈대와 같은 모순적인 존재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지막 생명을 다할 때까지 변하지 않은 배롱나무 꽃 이 됐으면 좋겠다. 전국이 가마솥 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부석사 배롱나무꽃은 가지마다 뜨겁게 꽃으로 피어 여름 폭염을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부석사의 풍성한 배롱나무꽃 앞에선 코로나19 6차 대유행 본격화속에서 더위에 지쳐 짜증스러웠던 마음도 절로 너그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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