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원(畹) 넓이 난초 가꾼 강변 텃밭
팔 원(畹)만 그리고 다 마치지 못하였네.
세상만사 만족스러운 때 언제 있었더냐
나머지 가꾸는 일은 뒤에 오는 사람의 몫.
시서화에 뛰어났던 청나라 시인 정섭(鄭燮, 1693~1765)의 시입니다. “대나무를 그리면서 벌과 나비가 수선 떠는 것을 피하려 꽃을 그리지 않았다”던 그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죠.
이 시에 나오는 구원(九畹)은 초나라 시인 굴원의 난초밭 넓이를 말합니다. 시인은 구원 중에서 팔원만 그리고 나머지는 뒤에 오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놓는다고 노래합니다. 완전무결한 결과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배움, 또는 덕성을 중요히 여기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누구나 무슨 일을 할 때 완결을 목표로 하지만 미완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 지상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성과에 집착하게 되죠. 그렇다 보니 과정의 정당성과 노력의 가치보다 요령과 편법이 우대받는 현상까지 생깁니다.
(이하 생략 / 맨아래 '원본 바로가기' 참조)
〈고두현 / 시인·한국경제 논설위원〉
Viola Sonata in B-Flat Major, Op. 36: I. Maestoso - All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