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죄인은 제 길을, 불의한 사람은 제 생각을 버리고 주님께 돌아오너라.
그분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리라.
우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그분께서는 너그러이 용서하신다
(이사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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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마태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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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들었습니다.
- 가을 / 함민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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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미사를 봉헌하며
낯선 나라에 몸붙여 사는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고해소에 앉아 기다리는데
문을 흔드는 소리가 자꾸 들려서 문을 열어보았더니
고해소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고해성사를 하신 어르신이 문이 자꾸 열린다며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셨다며
문을 쾅 닫으니 잠겨버렸다는 것.
사제관에 와서 열쇠뭉치를 찾았는데 고해소 열쇠는 없어
예전에 준비해 둔 유치원 고해장소에 고해성사를 집전하고
아홉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 후에 열쇠가게에 연락해서 닫힌 고해소 문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하고
사제관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다행이 열쇠를 찾아서 고해소 닫힌 문을 열어놓았다고
관리분과장님이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다시 미사 30분 전에 고해소에 앉아
뒤늦게 허겁지겁 고해소를 들어오시는 분까지 고해성사를 하고
제의를 갈아입고 입당을 했는데,
두번째 줄에 서 계신 형제님께서 힘없이 주저앉으셔서
얼른 제단 아래로 내려와 형제님을 부축하고 옆에 계신 분들께 얼른 119에 전화해서 병원에 가실 수 있게 정리하고
성호경 긋고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차분하게 미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미사 후 응급실로 가신 형제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괜찮으시다며
전화를 받으셨지만, 정밀검사를 한번 받아보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한 데나리온 이야기를 풀어낸 오늘
이른 새벽에 포도밭에 온 사람이나, 오후 다섯시에 포도밭에 간 사람이나
똑같이 한데나리온을 받아들게 된 것은
한결같은 주님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고,
한번도 당신 기억에서 우리를 떼어놓지 않으신 그 사랑을
더 크게 깊게 묵상케 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한 데나리온,
조건없이 베푸시는 당신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가을이면 무엇이 생각나는냐고 오늘 말씀을 시작하며 여쭸는데
저는 함민복의 '가을'이 떠오른다며 읊어 드리고
한 데나리온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을 풀어놓았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잊지않으시는 분입니다.
만나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당신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들었습니다.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