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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초 방문했던 LG 트윈스의 사이판 스프링캠프에는 묘한 분위기가 돌았습니다. 선수단내에 생소함, 경쟁심, 그리고 우울함이 캠프장 분위기를을 휘감았습니다. 스토브리그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좌타 강타자인 이병규가 복귀한데 이어 우타 강타자인 이택근을 히어로즈에서 영입, 타자들의 포지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외부에서 강타자들이 들어오면서 팀내 유망주들의 자리는 더욱 위협받게 된 선수들의 우울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희생자로 미래의 중심타자로 꼽히는 우타자 박병호(24)와 좌타자인 작은 이병규(27)를 찾아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둘은 풀죽은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박병호는 씩씩하게(?) 훈련에 몰입했지만 얼굴은 밝지 못했습니다.
또 작은 이병규는 가벼운 부상으로 정상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가벼운 훈련만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경쟁자들인 ‘빅5’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만은 대단해 스프링캠프 현장을 지탱해주는 모습들이었죠.
막강한 경쟁자들의 계속된 출현으로 그렇게 우울한 겨울을 보냈던 두 거포 유망주들이 마침내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빅5’가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못미치면서 둘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전하고 있습니다.
자질이 뛰어난 ‘순둥이’ 만년 기대주에서 이제는 야생에서 사냥에 나선 표범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며 진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기대주들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코칭스태프와 구단은 활짝 웃고 있습니다. 이제 LG도 유망주를 스타로 탄생시키는 구단이 돼가고 있는 것입니다. 또 LG의 미래 10년을 책임질 스타가 탄생하고 있는 것에 무엇보다 고무돼 있습니다.
이병규
▲출발은 미약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한 1군
먼저 인상적인 활약으로 인정을 받은 선수는 ‘작은’ 이병규였습니다. 예상대로 국가대표급 외야진인 ‘빅5’에 밀려 시즌은 2군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2군 생활은 길지 않았습니다. 빅5중에서 이대형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부상과 부진으로 제몫을 못하자 박종훈 감독은 2군에 있던 이병규를 1군으로 불렀습니다. 시즌 초인 4월 11일 두산전부터 선발 좌익수로 출장, 안타를 치면서 인상을 심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4게임 연속 안타로 주전 자리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1군 출장 8게임째인 4월 22일 넥센전서 홈런포를 터트려 내재돼 있던 장타력을 과시했죠.
주로 2번타자로 출장하며 톱타자 이대형과 함께 ‘테이블 세터’로 LG 공격의 밥상을 차리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최고투수인 한화 류현진으로부터도 홈런을 터트리는 등 간간히 장타력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현재 타율은 2할7푼4리에 5홈런 20타점의 준수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1군에서 가장 좋은 활약입니다.
2008년 2군리그 타격왕에 베이징올림픽 대비 훈련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던 아마야구 세계최강 쿠바와 가진 평가전서 쿠바 특급 투수들로부터 연타석 홈런포를 날린 실력을 이제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소극적인 공격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이제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수비에서도 투혼을 발휘, 팀승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원래 수비는 깔끔한 편이 아니었으나 갈수록 안정되고 이따금씩 다이빙 캐치 등 진기명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작은’ 이병규가 ‘큰’ 이병규보다도 낫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입니다.
박병호
고교시절(성남고) ‘초고교급 거포’로 명성을 날렸으나 지지부진했던 박병호의 활약은 더욱 극적입니다. 박종훈 감독은 박병호를 ‘LG 미래의 4번타자’로 주저없이 꼽습니다. 이를 위해 박 감독은 빅5가 버티고 있음에도 개막전 엔트리에 박병호를 포함시키며 경험을 쌓도록 배려했습니다. 꾸준히 선발 1루수로 출장시켰습니다.
하지만 박병호는 4월내내 기대에 못미치며 1할대의 저조한 타격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결국 5월초 2군으로 내려가야했습니다. 그리고 5월 중순 1군에 복귀했습니다. 돌아온 박병호는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로 ‘독기’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1군 복귀 2번째 경기인 5월 16일 롯데전서 시즌 첫 홈런포를 터트리며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첫 홈런의 손맛을 본 뒤 박병호는 "감독님께서 시즌 초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연습도 많이 했지만 잘 안 맞다 보니 타석에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런데 퓨처스(2군)로 내려가 구리에서 타격감이 살아 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시 1군에 올라오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습니다.
2군에서 김기태 감독으로부터 ‘강한 임팩트 방법’과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 조언을 듣고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서용빈 1군 타격 코치는 "겨우내 같이 정말 열심히 훈련했던 선수다. 병호는 누구보다도 운동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심리적 압박감이 컸는지 성적이 좋지 못했다"며 "아마 홈런 순간 병호보다 내가 더 기뻐했을 것이다. 가슴 속에 막혔던 부분이 뚫린 느낌이었다. 다행히 첫 홈런을 쳐서 본인도 마음은 조금 편할 것이다. 열심히 운동했던 만큼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을 했습니다. 이에 박병호는 "피나는 노력에 대타란 없다"며 "안 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첫 홈런의 물꼬를 튼 후 박병호는 훨씬 안정감 있는 타격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4게임 연속 홈런포를 날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거포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4게임 연속 홈런으로 팀의 연승에 기여했고 16일 두산전에서는 5게임 연속 홈런에 도전합니다. 현재 타율은 2할4푼5리에 6홈런 20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율은 아직 저조한 편이지만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등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약점이었던 변화구 대처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입니다.
무엇보다도 박병호가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3번과 5번까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입니다. 이제는 박병호의 무서운 방망이를 피해 고의사구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5번 정성훈에게 호되게 상대가 당하기도 합니다. 지난 12일 광주구장 KIA전이 대표적인 케이스죠.
한마디로 시작은 미미했지만 큰 물줄기로 커가고 있는 이병규와 박병호입니다.
LG 타선의 미래인 이병규-박병호, 이젠 타선의 핵심선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달라지게 했나
흔히 야구계에서는 “자리가 선수를 만든다”고들 합니다. 어느 정도 기량을 지닌 유망주들은 꾸준히 선발 출장 기회를 제공하며 주전 자리를 주면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줘도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한 채 사라지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박병호와 이병규도 그동안은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선수들이었습니다. 물론 꾸준히 기회가 제공되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본인들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지 못한 채 주눅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습니다. LG에서는 가장 아끼는 유망주들이지만 이대로 머물렀다가는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둘을 감쌌습니다. ‘빅5’의 벽에 막혀 만년 2군 선수로 머물다가 조용히 그라운드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었습니다.
LG 구단은 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트레이드 불가’라는 것을 선언했습니다. 타구단에서 끊임없이 둘을 달라고 유혹했지만 끔쩍도 안했습니다. 지난 해 이들처럼 만년 거포 기대주였던 김상현을 KIA로 보냈다가 심하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아픈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었죠. 박종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똑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둘은 LG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라며 ‘절대 보호 선수’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니 둘에게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김상현처럼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돼 분위기를 일신하며 주전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그야말로 LG 2군에서 썩혀 있다가 사라지든가, 아니면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고 살아남느냐는 선택만이 그들 앞에 놓여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둘은 이전처럼 만년 기대주로 머물다간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점을 깨닫게 된것이죠. 그러니 출장한 매게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며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둘은 이제 자신감도 얻고 있습니다. ‘빅5’와의 경쟁에서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죠. 나아가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LG 구단과 코칭스태프도 이들이 올 시즌 달라진 것으로 이점을 꼽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판단입니다. 만년 기대주였던 이들이 알에서 깨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는 것은 기술적인 기량 향상보다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발함,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서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대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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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상현 선수 트레이드가 꼭 독이 되었던 것은 아니군요. 결국 둘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주었으니깐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좌우에서 빵빵 터졌으면 합니다... ㅎㅎ
그렇다면 3번 작병규 4번 박병호 5번 박용택도 살아 났으니 클린업 트리오 좌우좌 안성 맞춤이네요 3,4,5번 고정 시키고...
나머지 타순 짜기도 쉽고...이택근 이진영 정성훈 보다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좋지 않습니까
정성훈은 3루이므로 예외~ ㅋ
정의윤!!도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