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2시부터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춘천 중도 고조선유적지 학술회의'에 참석했었습니다.
중도 유적지 보존 문제가 워낙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되고 있나를 알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이형구 선생님의 발표로 인해 중도 유적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중국 적봉대학 홍산문화연구원 방문교수로 가계신 우실하 선생님이
중국의 고대 유적지 보존사례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중국에 대해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0년부터 박물관 입장료를 무료로 한 중국은 문화대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 유적지를 발견하면, 체계적인 보존대책을 세우고, 박물관이나 전시관부터 만들고 연구소도 함께 만들어 연구를 시키고 있습니다. 현급(우리의 군에 해당) 박물관의 규모도 엄청나지만, 그들이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는 완연히 달라졌다는 점에 참 부러웠습니다.
중도 유적지에 대한 논란, 어제 학술행사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은 최근에 많이 보도된 신문기사를 참고하면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으니, 굳이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어제 학술행사는 학술행사라고 하기에 부족한 행사였습니다.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한쪽 입장만을 강조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중도 유적을 발굴하고 있는 5개 발굴단체 관련인사들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고, 사업을 허가한 강원도, 그리고 사업의 주체인 레고랜드와 함께 투자한 국내 업체들 관련인사들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실제로 봉변에 가까운 매국노라는 소리까지 들여야 했던) 나와서 문화재청 입장을 이야기한 김계식 과장과, 심정보(한밭대 교수 겸 문화재청 매장분과위원장)이 도리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문화재청과 레고랜드의 중도 개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아주 분명했습니다. 강원도와 레고랜드는 이 유적을 제대로 보존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고, 심지어 문화재청과 고고학계 역시 유적의 가치를 폄하하고, 제대로 보존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습니다.
가장 화가 난 사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심정보 위원장은 중도 유적에서 발견된 고인돌이 의암댐 최고수위보다 낮으므로, 현장에서 보존해서는 안 되므로 이전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문제는 jtbc 방송에서 수위 문제에 대해 오류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만, 수위 논쟁을 떠나서 따져야 할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인돌을 이전해서 보존하든 현장에서 보존하든 간에, 벌써 고인돌 수십기가 아무런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로 옮겨져 검은색 비닐 봉투에 씌워져 ‘잡석’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고인돌을 마구 파낸 흔적도 보입니다. 정말 제대로 절차를 밟고, 완전히 조사한 후 옮겨져도 늦지 않는데, 아직 갈수기인 겨울철에 뭐가 급하다고 옮겼는지, 문화재청이 정말 이 일을 승인했는지 그 책임자를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공사관계자들이 고인돌을 ‘잡석’으로 여겼다면, 그는 과연 한국인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중도 유적의 보존 문제를 떠나, 이미 중도 유적은 파괴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올해 10월까지 계속 발굴되는 유적지를 왜 누구 무엇 때문에 이렇게 파괴하고 있는지, 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화가 납니다. 우리가 과연 문화민족인지, 중국보다 훨씬 못한 문화재 관리 상황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고인돌 문제 말고도 할 말은 많지만 이만 씁니다. 중도 유적 문제에 대해 저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나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겠지만, 여러 회원님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장난감에 밀려난 우리역사라니....
안타깝습니다. 신석기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시대의 유적군으로서 이번에 말갈 관련해서 저도 관심을 갖고 가보려 했던 곳이라,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도대체 문화재청이란 곳이 뭐하는 곳이길래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일까요.
돈이...세상을 지배하다시피하니
이런 통곡할만한 일이 생기는겁니다.
안타깝습니다.
잡석이라..... 할 말이 없군요. 그리고 댐 최고수위 관련하여 유적을 이전해야 한다는 논의도 좀 그렇습니다. 조금 오버해 보자면, 유적이 자리를 떠나도 그 가치가 유지된다 할 때 같은 논리로 외국은 한반도에서 가져간 유물이 외국에 있어도 그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므로 한국으로 돌려 줄 이유는 없다는 논리도 펼 수 있을 겁니다. 문화재 강탈을 당한 나라들이 유물 반환을 요구하는 논리 중 하나는 모든 유물/유적은 원래 자리에 위치할 때에 그 가치가 가장 높아진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의암댐 수위가 문제라면 중도 주변에 둑을 쌓으면 됩니다. 최고의 대안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대안 정도는 될 겁니다.
아~직접 갔다오셨군요, 선생님. 흠...현재 고고학계의 안타까운 모습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