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이 떠난 후 그들이 묵었던 해운대 특급호텔에서 뒷얘기들이 무성하다. 16일 부산 웨스틴조선비치호텔에 도착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일 먼저 찾은 것은 햄버거였다. 호텔 총주방장은 최고 품질의 횡성 한우로 만든 햄버거를 내놓았다.
부시 대통령은 수행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아니면 잘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투숙 기간 백악관 요리사 입회 아래 이 호텔 총주방장이 직접 만든 볶음밥과 닭고기 등을 즐겼다고 한다. 물, 설탕, 내프킨, 콜라, 사이다, 주스, 물수건 등은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걸 썼다.
부시 대통령은 도착 다음날인 17일 아침에는 1시간 동안 자전거 하이킹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자전거를 탄 부대는 미군부대가 아니라 해운대에서 10분 가량 떨어진 부산 외곽 국군부대였다.
로라 부시 여사는 호텔을 떠나기 전 로비에 있는 선물점에 들러 찻잔 세트와 청자를 구입했다. 부시 대통령은 호텔을 떠나며 이 호텔 대표와 총지배인에게 커프스 버튼을 선물했다.
중국측은 중요한 소스는 모두 가지고 왔으나 호텔측에 급히 수프를 만들기 위한 자라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워드 호주 총리는 16일 호주가 우루과이를 꺾고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그는 4박 5일 동안 매일 아침 6시 40분부터 50분 동안 해운대 해변길을 따라 조깅을 즐겼다.
뉴기니 총리 "단추 떨어져" SOS
쩐 득 르엉 베트남 주석과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는 한국 라면을 좋아해 룸서비스로 라면을 주문했고 호텔측은 천연 양념으로 국물 맛을 낸 특별 라면을 제공했다고 한다.
건강식을 좋아하는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을 위해 호텔측은 직접 만든 무설탕 쿠키류와 샌드위치 등을 제공했는데 아로요 대통령은 호텔을 떠날 때 자신을 돌본 직원들에게 일일이 향수를 선물해 여성의 섬세한 배려를 보였다고 한다.
18일 제1차 정상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마이클 소마레 파푸아 뉴기니 총리는 옷에 달린 금장 단추 하나가 떨어졌다며 호텔측에 급히 SOS를 요청했다. 호텔 직원이 객실로 올라갔으나 떨어진 단추는 찾을 수 없었고 여분의 단추도 새 것이라서 나머지 단추들에 비해 반짝거려 어울리지 않았다.
호텔측은 여분의 단추를 사포로 문지르고 약품을 처리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으나 여전히 색깔이 바랜 다른 단추들과 비슷한 색을 내기 힘들었다. 호텔측은 고심 끝에 가지고 있던 모든 종류의 단추를 갖고 올라가 제일 어울리는 것을 선택해 모든 단추를 교체했다 . 소마레 총리는 "원더풀" "탱큐" 를 연발했다고 한다.
키작은 아로요 대통령을 앞줄로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에는 사전에 입장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18일 벡스코에서의 1차 정상회의 때는 알파벳 순, 그날 공식만찬 때는 알파벳 중간인 'N' (뉴질랜드)부터, 19일 2차 정상회의 때는 알파벳 역순으로 도착하기로 사전에 조율이 돼 있었다.
폐막을 앞두고 누리마루 하우스 옆에서 찍은 기념사진도 사전에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키가 작은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앞줄의 폴 마틴 캐나다 총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앞줄로 바꾸었다.
뉴질랜드 총리, 겨우 지각 면해
APEC 회원국 정상 가운데 부산에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은 여성인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였다. 클라크 총리는 당초 국내선으로 부산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지각할 것이 뻔해지자 정부는 즉시 인천공항에 대기 중이던 공군 수송기에 그를 태웠다.
그럼에도 통상 민간 항로를 이용할 경우 비행시간이 많이 걸리게 돼 공군이 부산까지 일직선으로 운항할 수 있는 항로를 열어 주었고 클라크 총리는 지각을 면했다